▲고 고유민(사진: KOVO) |
그 의혹은 바로 현대건설 구단에서 고인에 대한 조직적인 따돌림이 있었고, 고인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하는 과정에서 기만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이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이들이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했다.
그는 "고유민 선수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에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이를 미끼로 고유민 선수에게 3월 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5월 1일에 일방적으로 고유민 선수를 임의탈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계약 해지를 하면 고유민은 자유계약선수다. 자유계약선수는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또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를 확인하니, KOVO는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의 계약해지 합의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며 "KOVO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 배구단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구단은 "구단에서는 (팀) 이탈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고인은 인터넷 악플로 심신이 지쳐 상당 기간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구단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상호합의 하에 3월 30일자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구단은 이같은 해명을 내놓으면서 트레이드 제안이나 '계약해지 합의'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고인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의 임의탈퇴 과정에 대해서는 부당하거나 기만적인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후 전해지는 소식에 따르면 트레이드 제안이나 계약해지 합의는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기자도 현대건설 구단 측으로부터 고인이 지난 3월 30일 구단과 작성했다는 합의서에 계약해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고인과 작성한 합의서에 계약 해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켜 사실상 결별을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해명에 왜 '계약 해지에 합의했다'는 내용 대신 '계약 중단'이라는 내용이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된 입장을 정리해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며칠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 구단은 고 고유민과 관련된 유가족 측의 구단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적인 목소리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경찰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만 밝힌 뒤 침묵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냉정하게 진실 규명에 임하겠다는 입장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경찰이 펼친 우산 속에 숨어 소나기를 피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기자의 눈에만 그렇게 비쳐지는 것일까. 고 고유민은 지금 자신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말을 할 수 없다.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고인의 안타까운 선택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지금 현대건설 구단 내부에 있다.
특히 고인을 부당하게 따돌리고 괴롭힌 상황이 실제로 팀 내에서 일어났다면 신뢰성을 가진 양심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현대건설 구단 내부에 있을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 듯 지금 고 고유민의 침묵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고인이 안타까운 선택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진실을 말 할 수 있는, 지금 이 곳에 살아있는 사람들의 침묵은 결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