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무언가 일을 시작할 때의 불안감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배우들은 자신이 해석한대로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기에 불안감이 있다. 매번 작품에 들어가기 전 걱정이 많다는 안은진은 자신과 닮은, 건강한 캐릭터 '미주'를 만나 불안감을 떨쳤다. 그리고 현장에서 놀 줄 아는 배우로 거듭났다.
안은진은 종영 후에도 여전히 글로벌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를 통해 안방 시청자들을 만났다. '나쁜엄마' 최종회는 시청률 10%로,'JTBC 역대 수목극 최고 시청률'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안은진은 종영 후 스포츠W와의 인터뷰에서 "설렘과 떨림이 있었는데 종영하니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미주 역 안은진/UAA |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라미란)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다. 안은진은 강호의 고향친구이자 옛 연인, 쌍둥이를 둔 엄마 이미주로 분해 열연했다. 영순, 강호 모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나쁜엄마'에서 홀로 강호와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연기해야 했다. "영순과 강호의 서사가 크다. 그 안에 강호에게 중요한 인물이다. 미주 시점으로 볼 때는 강호와 미주의 과거 씬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본에는 몽타주로 과거 가 쓰여져있었다. 예쁘고 사랑스럽고 모두가 이입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하는 것이 중요했다. 과거 씬들이 잘 만들어져야 현실로 넘어왔을 때 복잡한 미주의 심경을 따라와줄 것 같았다."
안은진의 '나쁜엄마' 목표는 확실했다. 누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신인으로서 베테랑 선배들과 호흡하면서 연기를 못해서 폐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작품할 때마다 늘 생각한다. 연기를 못해서 작품에 폐가 되면 안 된다고. 초반에 제가 미란언니한테 '제가 부족해서', '저 때문에'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때 미란언니가 아니라고.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항상 응원 해주고 힘을 주셨다. 이번 작품도 '휴 다행이다'라는 마음이다."
연기만큼 미주 캐릭터의 서사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했다. 이에 안은진이 집중한 포인트는 강호와 행복했던 과거 연인 시절이다. 강호가 본격 검사로 활약하기 전까지 미주는 강호의 뒷바라지를 하며 그 옆을 든든히 지켰다. 평범한 연인들처럼 알콩달콩한 모습들은 강호미주 커플을 응원하게 만들었다. 반면, 미주를 자신을 떠난 강호와 재회할 때는 기억을 잃고 7살의 지능이 돼버린 강호가 있었다. "귀여운 씬이 많다보니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감독님께서 많이 수용을 해주셨다. 스킨십부터 커플 잠옷 아이템 등의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이 어떤 사랑을 했는지 서로 편안하고 서로밖에 없는 시간을 보냈는지 아이템 같은 것들을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몇 년 후 강호를 바라볼 때 현실이다. 그런 부분은 과거가 든든하게 해결되서 세세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미주 역 안은진과 쌍둥이/JTBC |
이도현과의 로맨스 호흡은 부담감은 없었다.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촬영했기에 편했다. "둘의 예쁜 서사가 있다. 우리가 잘하면 시청자분들이 따라와 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도현이 자체가 무슨 씬을 찍던지 늘 그자리에서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다. 늘 많이 도움을 받았다. 헤어지는 씬을 찍을 때, 통장 주면서 눈빛으로 서로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오랜시간 집중해서 찍어서 지칠 법도 한데 늘 집중해줬다. 그래서 저도 찍을 때마다 다르게, 더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감사한 부분이다. 고맙다고 했던 이야기다. 그게 도현 배우가 케미 요정으로 있을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미주는 강호와는 애틋한 로맨스를 그림과 동시, 엄마 정씨에게는 가장 아픈 손가락 같은 딸이었다. "강말금 선배님이 너무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리허설부터 100%를 하는 분이다. 어떤 씬을 찍어도 티키타카가 너무 재밌었다. 병원 다녀온 후 (강호 엄마한테) 말했냐고 물었을 때 말 못했다고 하는 씬은 매 테이크가 마다 다르게 호흡해서 재밌었다."
안은진은 강말금과 호흡하며 희열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영순한테 혼나는 미주를 보고 '그렇게 얘기하는거 아니지'라고 하는 신이 있다. 제가 그 두분 사이에 끼어 있는 씬인데 어쩌지 걱정했던 씬이다. 근데 말금 선배님 등장면하면 아무것도 못하게 얼음이 되더라. 진짜 엄마 마음이 느껴졌다. 혼자 연습할 때는 그런 생각을 못한다. 현장에서 그런 상황을 진짜로 가지고 들어오니까 자연스럽게 저도 미주로서 동선이 만들어지더라. 선배님이 농약 가방들고 하늘에 얘기하는 씬을 보는데 '아 이 드라마의 묘미구나' 싶었다. 영순과 강호 모자 이야기가 찡하지만, 저희 모녀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선배님 눈만 보면 찡했다."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미주 역 안은진/UAA |
각각의 씬에서 상대 배우와 충분히 의견을 나눠서 만들어낸 씬도 있지만, 강말금처럼 존재 자체만으로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스며들어 리액션으로 탄생한 장면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심나연 감독이 현장을 열어뒀기에 가능했다.
"제가 처음에 감독님 만날 때마다 저는 재주가 많으니 옆돌기도 할 수 있다고 어필했었다. 정말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다. 배우들이 잘 놀 수 있도록 풀어주신다. 그럼 배우들은 신이 나서 계속 아이디어를 내본다. 오히려 걱정된 부분은 삼식(유인수)이랑 의료원 씬을 찍는데 감독님은 '어 해' 말씀하셨지만, 진짜 우리가 그래도 되는건지, 더 진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우당탕탕 하영이(홍비라) 빼내는 씬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낙차가 커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다 수용해주셔서 감사했다."
해피엔딩 결말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는 안은진. '나쁜엄마'를 마친 소감을 묻자 "미주의 가족에는 더할 나위 없는 결말이었다. 대본 볼 때도 너무 좋았는데 찍은걸로 보니 더 좋더라.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아서 좋았다"며 "미주가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다. 혼자 믿음을 품고 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걸 저도 따라갈 수는 없지만, 비슷한 힘을 가진 것 같다. 미주는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제는 주연으로 우뚝 선 안은진. '슬기로운 의사생활'부터 타이틀롤을 맡으며 성장하고 있다. 현장 자체가 배움의 터였던 만큼, 스스로 연기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낀다. "과거에는 매 작품 할 때마다 불안함이 있었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촬영 시작에 앞서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때가 가장 마음이 힘들 때다. '나쁜엄마'는 다른 작품보다 조금 더 마음 편히 놀 수 있었던 작품이다. 캐릭터도 건강하고 예쁘다. 영순과 강호의 이야기가 크다보니 내 역할만 잘하면 되겠다 생각에 부담감은 덜했다. 근데 이렇게 재밌고 편안하게 촬영해도 잘 나오는걸 보니 너무 새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한 것보다 더 잘 만들어주시는구나. 순간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공부가 된 것 같다(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