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스포르트 24 캡처 |
러시아 여자배구 대표팀의 세르지오 부사토(이탈리아) 코치는 지난 5일(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의 얀타르니경기장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세계예선 E조 3차전에서 한국에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조 1위로 올림픽 직행 티켓 획득을 확정 지은 뒤 양 손가락으로 눈을 좌우로 길게 찢으며 카메라를 향해 웃었고, 이 사진이 '스포르트 24'에 러시아의 승리 소식과 함께 크게 실렸다.
부사토 코치가 보인 양손으로 눈을 찢는 동작은 아시아인의 신체적인 특징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행동 중 하나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대한배구협회는 러시아배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항의하는 한편 국제배구연맹(FIVB)에 부사토 코치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자신의 인종차별적 제스처로 인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부사토 코치는 '스포르트 24'를 통해 "러시아가 도쿄 올림픽에 나가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을뿐 한국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내 행동이 인종차별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진 것에 놀랐다"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을 때 삼바 춤을 춘 것과 같은 맥락의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동양인의 신체적 특징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브라질의 전통춤인 삼바처럼 아무때나 기쁨을 표현할 때 할 수 있는 행동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의미로, 올림픽에 나서는 국가의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스스로 함량 미달의 지도자임을 자인하는 황당한 변명이었다.
하지만 결국 부사토 코치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런데도 내 행동이 불쾌하게 여겨졌다면 사과하겠다"며 "나는 한국 팀에 대해 큰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그곳에서 일하는 친구가 여러 명 있다"고 했다.
부사토 코치는 "한국 팀, 한국 배구 연맹, 팬들에게 사과드린다"며 "나는 한국을 모욕하고 싶지 않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부사토 코치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단호한 최근 국제 스포츠계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그는 러시아배구협회와 FIVB의 징계는 물론 IOC로부터 올림픽 참가를 거부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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