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여성선수들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은퇴수순을 밟았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숭고한 임신과 출산이 발목을 잡아 필드를 호령하던 선수에서 순식간에 ‘경력단절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출산 후에도 필드로 복귀해 자신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사진: 세레나 윌리엄스 인스타그램 |
2018년 1월 29일 발표된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에 ‘테니스여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997년 10월 20일 처음 세계랭킹에 이름을 올린 세레나는 2011년 부상으로 172위까지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한 번도 순위에서 제외된 적은 없었다.
2002년 첫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319주간 정상의 자리를 지켰고, 20년 동안 세계 1위로 시즌을 마감한 것만 5차례(2002년, 2009년, 2013년, 2014년, 2015년)다. 그랜드슬램 대회 23회 우승 포함 WTA 투어 대회에서 통산 72승을 거뒀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코트를 떠났던 고작 1년 만에 세레나는 ‘경력단절녀’가 되었다.
세계랭킹은 1년 동안 선수가 쌓은 랭킹포인트 합산점수로 순위가 정해지는데 세레나가 임신과 출산으로 1년간 자리를 비우면서 이전에 얻었던 랭킹 포인트가 모두 사라져 세계랭킹에서 제외된 것이다.
WTA는 ‘제2의 세레나’를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18일 규정을 변경해 2019시즌부터 출산 후 휴식기를 보장하기로 했다. WTA는 “선수가 임신 또는 질병을 이유로 대회에 나오지 못할 경우 스페셜 랭킹을 3년 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페셜 랭킹은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6개월 이상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을 때 적용되는 규정으로, 이 경우 선수의 랭킹이 WTA 투어 대회에 뛸 수 없는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복귀 후 1년 간 최대 8개 대회에 부상 공백 이전 랭킹을 적용한다.
많은 태극낭자들이 활약하고 있는 골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무국은 지난 1월 임신한 선수의 경우 출전 대회 횟수 제한을 폐지하고, 출산 후 복귀하면 투어 카드를 보장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꿨다.
과거엔 임신한 상태에서 대회에 출전하는 골프 선수가 많지 않았다.
1995년 임신 6개월의 몸으로 US여자오픈에 나가 공동 7위에 오른 돈 코 존스(캐나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1년 7월 US여자오픈에선 당시 임신 8개월이었던 브렌다 코리 퀸(미국)이 우승자였던 캐리 웹 보다 더 많은 카메라맨을 몰고 다니기도 했다.
▲사진: 스테이시 루이스 트위터 |
시대가 변하면서 엄마선수들은 더 이상 아이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다. 임신하고도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물론, 출산 직후 바로 복귀하는 선수도 생겼다. 지난해엔 크리스티 커, 스테이시 루이스, 제리나 필러(이상 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 LPGA 투어 출전권이 있는 현역 골퍼 7명이 아기를 낳았고, 스테이시는 10월 출산 후 2019시즌 개막전을 통해 바로 복귀했다.
뿐만 아니라 LPGA는 아이가 있는 선수의 투어 활동을 돕기 위해 선수 자녀들을 위한 보육 및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팻 허스트, 줄리 잉크스터(이상 미국) 등 엄마 선수들이 오랫동안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던 기반이다.
올해는 브리트니 린시컴(미국), 사라 제인 스미스(호주)가 엄마가 된다.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스미스는 “침대에만 앉아있긴 싫었다. 맥주 마신 것처럼 배가 불룩 나왔지만, 대회에서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 임신한 뒤 샷 거리가 조금 줄었지만, 아직 스윙 스피드는 그대로”라며 엄마 골퍼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9월 출산 예정인 린시컴도 “인생에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슴이 뛴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헤더 댈리-도노프리오 LPGA 투어 운영 담당관은 “여성골퍼가 출산 후에도 투어를 계속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본 것이다. LPGA투어는 선수들이 엄마로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