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셀프 다독임"...이희준이 인생캐 '송촌'을 완성한 과정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2-21 1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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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이희준은 연기밖에 모른다. 연기가 제일 재밌고, 연기 밖에 몰라서 '공황장애'까지 안게 된 욕심쟁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고 콘트롤 할 줄 안다. '공황장애'를 바람처럼 왔다가는 친구라고 칭한 그는 급하게 뛰다가도 넘어지면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했다. '러브 마이 셀프'. 이희준은 그렇게 '송촌'을 만들어냈다.


영화 '황야'에 이어 시리즈물 '살인자ㅇ난감'으로 넷플릭스와 연을 맺기 시작한 그는 벌써 두 작품으로 '넷플릭스 삼촌' 자리를 꿰찼다. 또 '남산의 부장들' 광상천에 이어 '살인자ㅇ난감'의 송촌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현재도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장르이자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악연' 촬영에 한창이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송촌 역 이희준/넷플릭스


이희준이 넷플릭스와 첫 협업한 시리즈물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공식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살인자ㅇ난감'은 공개 1주차에 글로벌 TOP 10(비영어) 2위를 차지했던데 이어, 2주차에 1위에 등극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볼리비아, 캐나다, 프랑스, 모로코, 홍콩, 일본, 호주 등 총 43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살인자 ㅇ난감'은 원작의 독창적이고 키치한 매력을 극대화한 연출, 선과 악의 경계에 있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배우들의 연기력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단연 압도적인 반응은 '송촌'에게 쏟아지고 있다.

송촌은 형사였지만 하루 아침에 살인을 저지른 뒤,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살인을 이어가는 연쇄살인마가 되는 역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8부작 중 4화 말미부터 등장, 후반부를 책임지며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희준은 "처음에 배역을 제안 받았을 때는 황당했지만 그 다음에는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며 너무 신났다. 주변 지인과 감독님들께서 너무 잘 봤다고 반응을 주셨다. 그 중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님이 '한국에서 본 적 없는 스타일'이라고 메시지를 주셨다. 한예종 교수님이셨는데 저는 그 어떤 칭찬보다 좋아서 '감동입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송촌 역 이희준/넷플릭스
 또 이희준은 모델이자 배우인 아내 이혜정 반응에 대해 "집에서 육아를 함께 한다. 이 작품을 본 후에는 리스펙 한다면서 '오빠 집안일 내가 하겠다'고 밖에서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항상 잠깐 그런다. 공연 할 때는 공연 보고도 그런다. 한 일주일 가는 것 같다. 와이프의 지인들이 잘봤다고 하니까 기간이 좀 길어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송촌은 아버지만큼 믿었던 선배 형사에 배신을 당한 후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특히 송촌을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같은 살인자로 낙인 찍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이에 스스로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악인들을 처단하는 청소부를 자처한다. 그는 우연한 살인으로 '악인 감별' 능력을 발견(?)한 이탕(최우식)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희준은 딜레마를 지녔지만 나이도 많아 생각이 굳어져버진 송촌에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공감했다. "송촌은 많이 짠한 캐릭터였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선배 형사의 배신이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이탕 같은 능력을 지닌 애가 나타났다고 들으면 얼마나 만나고 싶을까. 그래서 이탕을 만나 '너는 달라?'라고 질문한다. 저도 대학로 공연할 때 제 또래 배우들이 주연을 하면 그 사람을 꼭 만나보고 싶었다. 송새벽, 김재범이 그랬다. 그들을 만나고 싶은 감정이 있었다. 너무 질투나고 부럽지만 티는 안 난다. 그래도 목숨을 걸고서라도 만나고 싶었을 것 같더라."

이희준은 송촌의 나이를 65세로 설정했다. 자신과 무려 20살이나 차이가 나는 캐릭터를 위해 매 촬영때마다 2시간동안 특수분장을 해야했다. "송촌은 65세 쯤으로, 약수터에 가면 볼 수 있는 몸 좋은 할아버지로 설정했다. 아주 얇은 실리콘으로 근육 결마다 다 다르게 10가지 피스를 붙여서 얼굴의 움직임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분장 팀이 제 근육을 다 연구해오셔서 공들인 분장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오지 않도록 경계했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송촌 역 이희준/넷플릭스
 송촌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7화 오프닝을 장식했다. 목숨을 걸고 이탕을 만났지만, 불청객이 함께 했다. 이탕은 도망치고, 송촌은 1대 10으로 싸운다. 65세 할아버지 설정이 아니더라도 액션씬을 롱테이크로 소화하는 일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나이트클럽 액션 씬은 롱테이크로 촬영됐다. 사실 제 대역을 할 수 있는 무술팀도 대기하고 있었지만, 감독님이 풀샷으로 찍어서 얼굴이 계속 나오게 했다. 그래서 제가 다 찍었다. 잦은 부상도 있었지만 짜릿했다. 롱테이크 씬을 만들기 위해서 무용 안무를 짜고 합을 맞추듯이 여러 번 연습하면서 액션을 만들었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이희준은 이창희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공동 창작의 경험을 선사했다고 밝힌 바. 이희준은 "8화가 웹툰과 달리, 실사화 하면서 어색함이 있어서 마지막까지 수정을 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서로 이 캐릭터로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을 물어보고는 했다. 실제 석구도 반 페이지 정도 그 씬에 대해서 써오기도 했다. 저도 편집됐는데 장난감 아버지가 혼수상태로 누워있을 때 죽이려고 째려볼 때 그 아빠한테 뭐라고 하는 씬을 촬영했다. 식물인간인 그 사람 뺨도 때린다. '당신 같은 사람의 아들이 형사가 되면 안 된다'고 제가 썼었다. 근데 미스터리함을 위해 죽이는 장면을 편집하신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찍었다. 의견도 많이 반영해주시고 배우로서는 되게 뿌듯한 과정이었다."

극 중 송촌은 이탕을 쫓고, 형사 장난감은 이탕과 송촌을 쫒는다. 서로 상극인 관계이지만 촬영장에서는 최우식을 중심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다들 피곤하고 힘들 때 우식 배우가 재치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준다. 우식이 덕분에 정말 즐거웠다. 석구는 정말 진지하고 제가 뭘 하면 옆에 조용히 와서 질문을 많이 했다. 저도 작품하면서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석구는 너무 질문을 많이 해서 몰입하기 난감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웃음). 조용히 한켠에 떨어져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우식이는 와서 무슨 음악을 듣냐고 물어보고 그랬다. 돌이켜보면 너무 고맙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송촌 역 이희준/넷플릭스
 

이희준은 최우식과 손석구에 '건강한(?) 질투'를 했다고 말했다. "저는 그 친구들 을 존경한다. 제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지고 있어서 질투가 나기도 한다. 서로 건강하게 질투하는 관계였던 것 같다. 우식이와 석구 연기를 보고 감탄했다. 내가 못 가진 것들이었다. 연기하면서 불안하지 않은 배우는 한명도 없을 것이다. 불안함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식이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인데 연민을 느낄 만하게 멋있게 잘한 것 같다. 석구는 '목욕탕에 엄청 향이 센 남자 스킨 냄새' 같은 느낌이다. 저건 그냥 호르몬인데(미소). 석구 캐릭터가 너무 섹시하다. 혼자 석구를 따라해보기도 했다. 근데 잘 안되더라. 되게 섹시하고 부러웠다(웃음)."

 

이희준은 '황야'에 이어 '살인자ㅇ난감'까지 연이어 빌런으로 활약했다. 후유증은 없을까. 그는 "최근에 빌런을 많이 하긴 했는데 캐릭터의 생각을 워낙 많이 하다보니 젖어드는 편이다"고 했다. "일이 없을 때는 5살난 아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번은 아이가 사진찍어줄게 하고 찍었는데 살인자 눈깔이더라. 이게 영향이 크구나, 적당히 밝은 역도 해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즐거운 것을 찾고 있다."

각각 다른 매력의 빌런을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은 '셀프 다독임'이다. "저는 연기가 제일 재밌고 연기 생각 밖에 안 한다. 그래서 공황장애도 있다.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에 생긴 것 같다.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로 공황장애가 심해졌다. '살인자ㅇ난감' 촬영하면서도 공황장애가 온 적이 있다. 늘 바람처럼 왔다가 가는 친구다. 너무 급하게 뛰면 넘어진다. 그럴 때 저는 약 발라주고 다독여주고 다독여주면서 위로한다. 저는 4~5년을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래서 영화로도 만들었다. '병훈의 하루'가 그런 이야기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세가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 안아주고 알아줘야 한다. 제가 뛸 수 있는 속도보다 빨리 뛰어서 넘어진 것이다. 넘어지면 다독여주면서 위로했다. 이번에 촬영때도 감독님께 양해를 구하면서 했다."

선배 한석규가 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취미를 찾으라고 조언해줬다. "작품에 완전히 몰입해 있지만, 벗어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선배님이 조언해주셨다. 공황장애는 절대 완치되는게 아니라더라. 저는 원래 관찰을 좋아한다. 연극하던 시절에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왔다갔다 하면서 사람들 보고 그림 그리고, 드로잉하고 그랬다. 익선동을 돌아다니면서 조금 재밌는 분을 만나면 따라가고 그런 돈 안드는 놀이를 하는 편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면 할수록 재밌더라. 거기에 가장 꽂혀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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