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솔라 인스타그램 |
서른 즈음의 나이에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무대에 도전, 올해 세 번째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이솔라를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08년 19세의 나이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이솔라는 2017년 2부 투어인 드림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호반건설 챔피언십 2차전)과 함께 상금왕을 차지, 2018시즌 정규 투어에 입성했으나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했을 뿐 KLPGA 투어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그해 JLPGA투어 프로테스트에 도전해 이듬해인 2019년부터 JLPGA투어를 주무대로 활동했다.
2018년 KLPGA투어 상금순위 74위로 차기 시즌 시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던 이솔라는 국내 시드순위전과 함께 JLPGA투어 프로테스트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국내 시드전 본선 일정과 일본 프로테스트 일정이 겹치자 일본 쪽을 선택하면서 JLPGA 투어 생활이 시작된 것.
이솔라의 기록을 JLPGA 투어 홈페이지에서 찾기 위해서는 ‘이솔라’가 아닌 ‘이소루라’라는 이름을 찾아야 한다. 그의 이름 ‘솔라’는 천주교 세례명을 그대로 이름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한자표기가 없다.
‘이소루라’ 프로는 JLPGA 투어 데뷔 시즌인 2019년 32개 대회에 출전해 한 차례 톱10(KKT 배 반테 린코 레이디스 오픈 8위)에 진입하며 상금순위 79위에 이름을 올렸다.
문화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낯선 일본 무대에서의 첫 시즌이었지만 이솔라에게는 그런 낯선 상황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처음에 갔을 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일단 해외에 나가서 다른 환경에서, 그리고 더 큰 무대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저한테는 너무 감격스럽다고 해야 하나...기분이 항상 좋았어요” “갤러리도 훨씬 많았고 연습 환경도 너무 다 좋았어요”
이솔라가 일본 무대에서의 첫 시즌을 비교적 무난하게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황아름, 이보미라는 든든한 선배들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때 아름 언니랑 보미언니랑 전지훈련을 갔어요. 언니들이 제가 첫 해고 하니까 많이 챙겨줬어요. 그래서 더 편하게 재미있게 (투어를) 다녔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었으면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이솔라(사진: JLPGA 홈페이지 캡쳐) |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 시즌을 무난하게 보냈지만 이솔라는 2020시즌을 위한 JLPGA 프로테스트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았고, 2019년 11월 있었던 프로테스트를 수석으로 통과했다. 당시 이솔라가 참가했던 프로테스트에 ‘필드 여신’ 안신애도 참가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국내 언론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수석을 할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 사실 프로 골퍼인데 프로 테스트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하기도 했어요, (일본 경쟁자들이) 어리잖아요 프로 테스트니까. 힘들기도 했어요 심적으로...힘들기도 했는데 골프가 그런 괴로운 상황 속에서 잘 해내고 마무리를 잘했을 때 진짜 기분이 좋거든요”
그렇게 프로테스트를 치러낸 이솔라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대회 출전이 여의치 않은 상황 속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KLPGA에서는 드림투어 12개 대회에서 준우승 1회 포함 4차례 톱10에 진입했고, JLPGA에서는 4개 대회에 출전했다.
이솔라는 올해는 한 시즌을 온전히 JLPGA투어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코로나19 상황과 다른 여건이 맞을 때 종종 한국에서 경기도 가질 계획이다.
2019년 1년을 온전히 일본에서 활약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국에서 뛰게 됐던 기간 갖게 된 좋은 기억 때문이다.
“작년 생각해보면 나름 알차게 보낸 것 같아요. 또 (일본에서) 맨날 달달한 계란이랑 낫또 같은 거 먹다가 한국에서 아침에 해장국 먹으면서 시합하는게 너무 좋은 거에요”
그래도 일단 이솔라가 주무대인 일본에서 올해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기 위해서는 오는 4월까지 열리는 대회에서 최대한 상금을 쌓아서 5월에 다시 산정되는 랭킹에서 최대한 높은 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특히 올 시즌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는 것이 필수다.
지난 두 시즌 JLPGA 투어를 경험하면서 이솔라는 올 시즌 JLPGA 투어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일단 코스 매니지먼트를 되게 잘해야 해요 거기는 한국에 비해 더 또박또박 잘 쳐야 하니까요. 페어웨이를 놓치고 미스를 하면 어느 정도 대미지가 오게끔 코스가 세팅이 돼 있어요. 그래서 페어웨이를 놓치면 심적으로 부담을 갖게 되요. 물론 쇼트 게임도 잘해야 하겠죠”
올 시즌 이솔라가 JLPGA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그리고 그의 골프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미리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당분간 일본을 주무대로 활약하고 싶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프로골퍼로서 대회 준비를 위해 다양한 코스에서 충분한 연습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 일본의 환경과 프로골퍼라도 항상 쫓기듯 훈련 장소를 찾아 헤매야 하는 한국의 환경은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프로 골퍼로서 온전히 골프에 집중하기 위한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곳에서 골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골프를 언제까지 할 것 같냐는 질문에 이솔라는 “항상 올해가 끝이라고 해요. 올해까지 하고 말거라고...그런데 다들 안 믿어요”라며 웃었다.
▲2017년 호반건설 챔피언십 2차전 우승 당시 이솔라(사진: KLPGA) |
KLPGA 입회 이후 프로골퍼가 되면 당장이라도 우승도 하고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수 년간 골프 때문에 좌절해야 했다. 그러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나선 2017시즌 드림투어에서 우승도 하고 상금왕에도 올랐다.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골프를 원도 한도 없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던 것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이솔라의 생각이다.
그가 요 몇 년 사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은 2017년의 추억을 되살려내기 위한 자기암시일지도 모를 일이다.
2021년 JLPGA 프로 이소루라의 도전을 지켜보게 되는 이유다. 그는 오는 14일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