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알면 골프가 보인다] '빨리빨리' 강조한 골프룰 변화, 효과는?

최지현 / 기사승인 : 2020-04-18 15: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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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리스티 커 인스타그램
 

지난 2017년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발룬티어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presented by JT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는 대회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대회 마지막 날 자신에게 제기된 '슬로 플레이' 지적에 대한 사과였다. 

 

커는 1997년 LPGA 투어 데뷔 이후 통산 19승을 거둔 베테랑이지만 특유의 슬로 플레이때문에 종종 구설에 올랐는데 당시는 6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치는 가운데 나온 슬로 플레이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중계 카메라가 여러 선수를 잡아주는 앞선 라운드들과는 달리 중계 카메라가 우승 경쟁을 펼치는 커와 노무라 하루(일본) 두 선수만 따라다니다 보니 커의 슬로 플레이가 더욱 더 도드라져 보였던 것. 

 

커는 당시 공을 지면에 놓은 뒤 어드레스를 잡았다가 몇 번이고 자세를 풀고 다시 에이밍을 한 뒤에야 퍼트 했고, 상대 선수인 노무라가 한참을 기다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규정상 슬로 플레이를 한 선수에게는 1벌타가 주어지지만 이날 커는 벌타를 받지 않았다. 

 결국 커는 이날 노무라에 패해 우승을 놓쳤고, 슬로 플레이 때문에 사과까지 해야 했다.  

커는 트위터에 "시청자들은 왜 슬로우 플레이를 해야 했는지 이해해 주면 좋겠다. 대회 내내 강풍이 굉장했는데 특히 연장전이 진행된 18번 홀은 정말 까다롭고 어려웠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올렸다.

 현대의 골프는 ‘스피드’를 강조하고 있다.  

느린 경기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저하시키고, 지켜보는 팬들에게 지루함을 준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세계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빠른 경기진행을 목적으로 2019년 골프 룰을 손봤다.

각 조의 첫 번째 샷을 하는 선수는 최대 50초, 그 다음 선수들은 40초 안에 샷을 끝내도록 했다. 그린에서는 최대 60초의 경기 시간을 준다. 공을 찾을 때 허용되는 시간도 현행 5분에서 3분으로 단축된다. 이를 두 차례 어기면 280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개정된 골프 룰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실제로 이를 어긴 선수들에게는 벌타와 벌금이 부과됐다. 지난해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는 ‘슬로 플레이’를 한 브라이언 캠벨(미국), 미겔 앙헬 카르바요(아르헨티나) 조에게 벌타가 부과됐다. PGA 투어에서 슬로 플레이로 벌타를 부과한 건 1995년 이후 22년 만에 나왔을 정도로 낯선 풍경이었다. 선수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러나 슬로 플레이를 막기 위해 개정된 ‘깃대 꽂고 퍼팅’과 ‘40초 이내 플레이’ 규칙은 별 효과가 없다. ‘깃대 꽂고 퍼팅’은 빼는 선수와 꽂고 하는 선수들이 섞이며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플레이 속도를 장려하기 위해 40초 이내 플레이와 함께 준비된 선수가 먼저 치는 ‘레디 골프’를 권장하는 것으로 바꿨다. 하지만 대회 도중 선수들이 ‘레디 골프’를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많은 선수가 슬로 플레이는 `습관`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선수들은 어릴 때 부모나 지도자들에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지면 안 된다는 승부 근성부터 배운다. 짧은 퍼트가 남았어도 마크를 한 뒤 나중에 홀아웃하는 선수가 많은 것도 그런 교육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빠른 플레이를 해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생각을 가진 선수가 많다.

지난해 8월 7일 오스트리아 빈의 다이아몬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샷 클락 마스터스’는 스피드를 강조한 골프대회로 ‘빠른 골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대회는 프로골프 정규투어 사상 처음으로 샷에 제한을 두는 ‘샷 클락’ 제도를 도입했다.

이 대회 3라운드 전체 평균 시간은 4시간10분(250분)으로 집계됐다. 대회 명칭이 ‘샷 클락’으로 바뀌기 전인 지난해 이 대회 오스트리아오픈에서의 3라운드 평균 소요시간보다 30분이나 단축되었다.

라운드 시간 단축을 기치로 내걸고 대회 이름까지 바꾼 샷클락마스터스는 무빙데이에서 시간 초과 선수 3명에게 1벌타 씩 부과했다.


[참고규정(출처: 대한골프협회)]

- 골프룰 5조 6항 부당한 지연; 신속한 플레이 속도(2019 개정)

5.6a 플레이의 부당한 지연
플레이어는 홀을 플레이하는 동안이나 홀과 홀 사이에서 플레이를 부당하게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규칙 5.6a의 위반에 대한 페널티는 첫 번째 위반에 대한 페널티: 1벌타, 두 번째 위반에 대한 페널티: 일반 페널티, 세 번째 위반에 대한 페널티: 실격이 주어지며, 플레이어가 홀과 홀 사이에서 플레이를 부당하게 지연시킨 경우, 페널티는 다음 홀에 적용된다.

5.6b 신속한 플레이 속도
플레이어들은 플레이 속도가 더 빠른 조가 먼저 플레이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권장한다.

(1) 플레이 속도에 관한 권장사항 –플레이어는 방해를 받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게 된 후로부터 40초 안에 스트로크를 할 것을 권장하며 대체로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을 권장한다.

(2) 플레이 속도 향상을 위하여 순서와 관계없이 플레이하기 – 플레이 방식에 따라서는,
플레이어들이 플레이 속도 향상을 위하여 순서와 관계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3) 위원회의 플레이 속도 지침 - 신속한 플레이를 권장하고 시행하기 위하여, 위원회는 플레이 속도 지침을 정하는 로컬룰을 채택하여야 한다. 본 지침은 한 라운드·한 홀·연속된 몇 개의 홀·한 스트로크를 끝내는 데 소요되는 시간에 제한을 둘 수 있으며 그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 부과하는 페널티를 정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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