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오늘(14일) 디즈니 100주년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개봉했다.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 '엘리멘탈'은 호평과 함께 CGV 골든 에그지수 99%를 기록하고 있다.
'엘리멘탈'의 한국인 이채연 애니메이터(이하 이채연)은 2021년 픽사에 입사한 이후 애니메이션 장편 '버즈 라이트이어'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 다수의 실사 영화에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왔다.
▲디즈니 100주년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채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버즈 라이트이어' 이후 '엘리멘탈'로 다시 한번 3D 애니메이터로 나섰다. 캐릭터의 행동, 감정,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3D 애니메이터의 손에서 탄생되는 만큼, '엘리멘탈'의 주요 캐릭터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채연은 '엘리멘탈'에서 메인 캐릭터인 불 '앰버'와 물 '웨이드'를 담당하며 한층 성장했다.
언론 시사회 당시 피터 손 감독과 함께 내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버즈 라이트이어'는 리얼리스틱한 스타일이고, '엘리멘탈'은 정 반대의 카툰이다. 한 컷에서 다른 쇼로 넘어갈 때 다르게 넘어가야 하는게 너무 어렵다. 애니메이터로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고 작업 소감을 밝혔다.
이채연이 맡은 앰버와 웨이드의 포인트는 물과 불 '그 자체'였다. "캐릭터의 성격을 가져야 하지만 사람 위에 불이 있고, 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해야한다. 너무 푸시하면 진짜 불처럼 보인다. 적당히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밸런스가 중요했다. 웨이드는 컨트롤러가 1만개 정도 된다. 꿀렁꿀렁한 부분은 표현하고, 사람처럼 보이는 부분은 사람처럼 보여야 하고. 프리프로덕션 개발단계에서 1년 반에서 2년 반이 걸렸다. 마지막 6개월에서 8개월 기간에 제가 들어갔다.80명의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했다. 만들어오 놓은 스타일을 빠른 시간 안에 캐치해서 작업하는 방식이었다."
▲디즈니 100주년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메인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특히 앰버의 '불' 표현은 예사롭지 않다. 시종일관 타오르고 있지만, 화가 나면 불길이 더욱 커져 솟구친다. 머리와 불길의 경계 지점은 볼수록 놀라움을 자아낸다. 어떤 과정으로 구현된 것일까. "실사 레퍼런스로 가스레인지를 슬로모션으로 찍어서 프레임 바이 프레임으로 보기도 하고, 불은 2D 만화에서 많이 나오기도 했다. 디즈니 강의 초빙도 하고, 프리프로덕션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들이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발팀에 연락해서 투명도를 조정하고 일렁임을 강조하는 작업을 했다. 불이 타올랐을 때 불씨가 올라갈 수 있도록 개발을 해놓은 상태였다. 불가능한 일들은 아니었다. FX파트랑 직접적으로 대화하면서 원하는 불의 효과를 협의하고 요청했다. 앰버가 너무 비호감으로 보이지 않아야 했다. 화를 내고 불의 성격이지만 그걸 조절해야 했다."
물의 속성인 웨이드는 에어볼 게임 경기장에서 '진짜 파도타기'를 선보인다. 해당 장면 역시 물이 경기장을 휩쓰면서 경이로운 연출을 완성했다. "한국에서도 응원할 때 파도타기를 한다. 외국에도 있다고 하더라. 물 캐릭터가 있고 안할 이유가 없어서 작업하게 됐다. 굉장히 잘 나온 것 같아 뿌뜻하다(미소)."
'엘리멘탈'은 물, 불, 공기, 흙까지 4원소를 중심으로 하지만, 흙의 경우는 역동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다양한 표현이 어렵다. 흙은 나무로 표현이 됐다. 젊고 똑똑한 흙 원소이자 앰버의 이웃인 '클로드'는 겨드랑이에서 새싹을 틔우며 흙을 담아낸다. "불과 물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밀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흙의 경우는 움직임이 적어서 나무로 담아냈다. 그 부분이 아쉽지만 제 최애 캐릭터는 클로드다. 너무 귀엽다."
▲디즈니 100주년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앰버 스틸/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최애 장면은 앰버와 웨이드가 웨이드의 아파트 앞에서 싸운 후 앰버가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는 체이싱 장면이다. "그때 앰버가 혼란스러운 상태다. 그 부분부터 오토바이 타고 나가는 장면까지 감정의 빌드업을 잘 살린 것 같다. 앰버가 비꼬듯이 얘기하다가 결국에는 폭발한다. 보라색 일렁이는 불 효과 같은 것이 잘 나온 것 같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채연은 국내에서는 게임 애니메이터로 활약했다. 디즈니·픽사 영화를 보고 감동받아 유학길에 올랐고, 캐나다에서 10년 정도 커리어를 쌓은 끝에 픽사에 입사했다. 디즈니가 10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자사에 월트디즈니가 죽은 후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인어공주' 34년의 세월을 증명하듯 라이브 액션으로 담아냈다. 이후 공개한 작품이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엘리멘탈'이다. 특히 한국인 감독이 1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을 내놓은 것이다. "저도 참여하고 싶다고 먼저 리퀘스트를 했다. 피터 손 감독님과는 내적 친밀감도 있었다. 저한테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이민자, 한국인 정서도 들어있다. 100주년 기념이라고 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웃음)."
'엘리멘탈'의 연출을 맡은 피터 손 감독 애니메이터로 시작했고, 7년에 걸쳐 아이디어를 모아 마침내 감독으로 성장했다. 이채연의 연출 비전 역시 감독이다. "게임 애니메이터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해서 그걸 뿌리라고 생각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아닌 사물도 인간처럼 표현할 수 있다. 배우들보다 연기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지루함을 느꼈다. 다시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서 액션이나 동작만 할 때 지루함을 많이 느꼈다. 답답함을 느껴서 다시 영화쪽으로 넘어가서 '닥터 스트레인지' 애니에 참여했다. 마블이 원하는 비전이 뚜렷하다. 주인의식 같은 것은 많이 없었다. 반면, 픽사는 자율적이다. 자유가 있는 대신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큰 성취감 만족감이 더 크다. 저의 최종 목표도 감독이다. 자아실현의 한 종류라 생각한다. 해외에 나와서 느끼게 된 감정들, 제 자아가 뒤바뀌게 되는 경험들, 고독에 관한 이야기 등 혼자 해외 생활을 해온 느낌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디즈니 100주년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채연/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한국의 '엘리멘탈' 예비 관객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피터 손 감독님이 한국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에도 중요한 작품이다. 디즈니에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10명 정도 된다. 한국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중간중간 나오는 한국적인 정서도, 요소도 즐겨주셨으면 한다. 엔딩 크레딧에 한국 이름을 찾는게 재미인 것 같다. 그런 것도 눈여겨 봐주시면 좋겠다."
자신처럼 디즈니·픽사 입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제가 픽사에 처음 갔을 때 느낀 점은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는 다른 회사에도 많다. 그 사람들이 가진 생각과 컬쳐, 좋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컬쳐가 생긴다. 버젯도 중요한 것 같다. 한국이 그런 면에서 인재를 모을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노력을 해주면 더 많은 인재들이 오고, 그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해야 하고, 애니에 대한 관심도 많이 필요하다. 목표가 뚜렷했으면 하지만, 실패할 지점도 많다. 실패할 용기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끈기를 가졌으면 한다. 어떤 캐릭터든지 공감할 수 있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