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학창시절에 나랑 친했던 친구가 다른 친구랑 놀면 질투하지 않냐. 나한테 답장을 안 해주면 우울해지는 경험도 있다. 우정도 사랑의 일종인 것 같다. 그 감정을 어떤 단어로 정의하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황다슬 감독은 한국 BL드라마(이하 '벨드') 팬들 사이에서 '갓다슬'로 불린다. 벨드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2020년 최초로 벨드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이하 너시곳')를 선보였다. 이어 '나의 별에게'까지 감각적인 연출로 동성간의 사랑을 개연성 있는 서사로 풀어내며 K-밸드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을 얻었다. 한국 벨드에서는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BL드라마 '블루밍' 황다슬 감독/NEW |
▲BL드라마 '블루밍' 메인 포스터/NEW |
Blue(파란색) + blooming(꽃 피는)의 합성어인 'Blueming'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기본적으로 '우울한'이라는 뜻을 가졌지만 파란색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 'ing'가 붙을 때 스무살은 인생에 꽃피는 계절이니까 서로에게 물들고 서로를 자신에게 물들면서 알아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마냥 밝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하늘이 파랗게 물든다'는 의미도 매직아워(여명 혹은 황혼 시간대)가 되면 사람의 표정이 보였다가 실루엣으로 변한다.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고민하게 되는 부분도 의미했다."
각색 방향의 포인트는 전형적인 한국 BL 플롯 탈피다. "한국 벨드에서는 주인공들이 치고 박고 하다가 밀당하다 이어진다. 너무 정형화된 것 같아서 탈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둘이 이미 깊어진 사이에서 갈등을 만들고 싶었다. 또 영화과라는 소재를 써서 기존 캠퍼스물에서 다루지 않았던 매력과 재미를 주고 싶었다. 두 캐릭터가 나르시즘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이라 생각했다. 친근하면서도 낯선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BL드라마 '블루밍' 조혁준 강은빈 스틸/NEW |
황 감독은 '바름대학교 영화과 새내기'라는 설정으로 영화학도들의 캠퍼스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아기자기하게 그려냈다. 총 11부작인 '블루밍'은 각 회차마다 영화 제목의 부제를 갖는다. 작품을 보고 나면 부제의 의미를 곧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하지만 3회 부제 '렛미인'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영화 '렛미인'은 스릴러 로맨스이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웃으면서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 하하. 하지만 '렛미인'은 톤앤 매너를 가져왔다기보다는 제목이 가진 의미만으로 '나를 스며들게 하라'라는 의미다. 시원이와 다운이가 서로 점차 친해지고 물감을 뒤집어 쓴다. 서로가 안으로 스며들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제 다 좋아한다. 저는 그 중에서 9회 '봄날은 간다'를 좋아한다. 키스신으로 엔딩을 맞았지만 그게 엔딩이어야 하는데 더 많은 사건들이 남아서 '봄날은 간다'가 제일 마음에 간다. 11회의 부제는 '블루밍'이다. 1회 부제가 원작명이다. 원작으로 시작해서 '블루밍'으로 끝난다는 의미를 담아서 그렇게 만들었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