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측-현대건설, 임의탈퇴 공시 과정 놓고 진실 공방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8-20 1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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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전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의 유족과 고인의 원소속팀인 현대건설 구단 사이에서 고인의 임의탈퇴 과정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이들이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했다.

 
▲고 고유민(사진: KOVO)
 

고 고유민 측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를 감싸다가 더 눈 밖에 나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고유민 선수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에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이를 미끼로 고유민 선수에게 3월 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5월 1일에 일방적으로 고유민 선수를 임의탈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계약 해지를 하면 고유민은 자유계약선수다. 자유계약선수는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를 확인하니, KOVO는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의 계약해지 합의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며 "KOVO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 배구단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고 고유민은 2013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2018-2019 시즌이 종료된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고유민은 현대건설과 재계약을 맺었고, 2019-2020시즌 백업 레프트로 활약하다 팀의 주전 리베로였던 김연견이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뒤에는 잠시 리베로 역할도 담당했다.

이후 고 고유민은 김연견이 수술을 마치고 팀으로 돌아오고 현대건설이 백업 레프트로 활용할 수 있는 김주하를 영입함에 따라 팀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이후 고인은 지난 2월29일 팀을 이탈했고, 5월 1일자로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이에 대해 고인의 유족과 변호인은 "(따돌림 등으로) 선수가 팀을 떠나게 하는 전형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구단은 같은 날 즉시 입장문을 내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현대건설은 우선 "고인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힌 뒤 "유족의 요청을 존중해 고인의 배번(7번)을 영구 결번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은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시합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혀 고인에 대한 따돌림 의혹을 반박했다. 

 

이어 "고인은 지난 19~20시즌 27경기 中 25경기, 18~19시즌은 30경기 中 24경기에 출전 하는 등 꾸준히 경기에 참여했고, 과거 시즌 보다 더 많은 경기를 출전했다."며 관련된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측은 이어 고인의 임의탈퇴 공시 과정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구단은 고인이 2019~2020 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29일 아무런 의사 표명없이 팀을 이탈한 사실을 언급하며 "구단에서는 이탈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결과, 고인은 인터넷 악플로 심신이 지쳐 상당 기간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구단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상호합의 하에 3월 30일자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구단은 절차에 따라 선수 이탈에 관해 한국배구연맹과 협의하였으며, 연맹은 고인에게 직접 연락해 계약의 계속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후, FA 절차 종료 이후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를 정식 공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구단은 "임의탈퇴 공시 후 배구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기 위하여 6월 15일 고인과 미팅을 하며 향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가 확고해 배구에 대해 더 이상 미련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고인은 7월 모 유튜브 채널에서 은퇴했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번 입장문에서 고인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 여부와 계약 해지 유도 사실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고인이 팀을 떠난 이유가 팀내 따돌림이 아닌 악성 댓글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결국 고 고유민의 팀내 따돌림 여부와 임의탈퇴 공시 과정에서 고인에 대한 구단 측의 기만 행위 내지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 구단은 "경찰에서 정식 조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객관적으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추측만으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구단에서는 고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한 치의 의혹도 없이 경찰의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반 조치를 다할 것임을 명확히 밝혀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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