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휴가 갔다 온 선수같다', '잠깐 외국 여행 갔다 온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스페인 여자축구 1부 리그에 진출했다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6개월 만에 인천 현대제철로 돌아온 한국 여자축구의 '원더걸' 장슬기의 말이다.장슬기는 올해 초 스페인 여자축구 1부리그(프리메라 디비시온) 소속인 마드리드 CF 페메니노(마드리드 CFF)와 입단 계약을 체결, 한국 여자 축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무대에 진출했다.
스페인 리그 진출 이후 1월 12일 레알 베티스를 상대로 풀타임 데뷔전을 치르는 등 팀내 입지를 다져가던 장슬기는 코로나19 라는 암초를 만났고, 결국 지난 달 국내 복귀 소식이 전해졌다.
귀국 이후 2주간의 격리 기간을 마친 장슬기는 팀 훈련에 합류해 컨디션을 조율한 뒤 지난 14일 경주한수원과의 WK리그 6라운드 경기를 통해 복귀전을 치렀다.
▲장슬기(사진: 연합뉴스) |
특히 복귀 후 두 번째 경기였던 17일 화천KSPO와의 홈경기에서는 선제골을 포함해 3골 1어시스트를 몰아치며 복귀 후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무려 4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장슬기의 원래 포지션은 수비수지만 복귀후 팀에서는 측면 공격수와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를 오가며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유럽에서의 조기 귀국과 자가 격리 등 컨디션 저하의 원인이 될 만한 요소가 많았음에도 복귀 후 장슬기의 플레이는 예전에 알던 그 플레이 그대로 재기발랄 그 자체다.장슬기는 스포츠W와의 전화 통화에서 복귀 후 컨디션에 대해 "첫 경기 때 힘들긴 했는데 첫 번째 경기 끝나고 두 번째 세번째 경기를 이겼고, 경기력도 첫 경기보다 나아졌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스페인에서 귀국한 이후 거쳐야 했던 자가격리 기간에 대해 장슬기는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이 혹시나 피해 볼 수도 있으니까 집에서 운동기구를 렌탈도 하고 구입도 하고 해서 집에서 훈련했다. 지루하긴 했는데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2주간 열심히 집에 있었다."고 말했다.
복귀 후 첫 해트트릭을 기록한 날 파티라도 했는지 묻자 그는 "우리는 항상 홈 경기 하고 나서는 고기를 먹으러 가기 때문에 고기를 먹은 게 파티고 그렇다."며 "그리고 그때 오랜만에 이민아 선수의 복귀전이었기 때문에 나의 해트트릭보다는 언니가 오랜만에 경기를 뛴게 더 축하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선수들끼리 같이 케잌을 자르고 했다."고 당일 분위기를 전했다.
스페인에서 6개월 만에 국내로 복귀해 했을 때의 심정에 대해 장슬기는 "당연히 속상했다. 외국행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내 자신을 믿고 있었다. 잘하려고 했고 잘 하기도 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게 뭔가 안 맞나보다. 운때라고 해야 하나...그래도 자꾸 실망하면 힘들어지니까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던 때를 회상했다.
국내 복귀로 인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표팀 생활은 더 나아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장슬기는 "그런 것도 좋은데 외국에서 팀에 합류할 때도 나쁘진 않았다. 그것도 추억이라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웃음)"며 "국내에 있든 외국에 있든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도 장슬기의 말 속에는 유럽에 대한 이쉬움이 묻어났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국내에서의 여건이 맞으면 다시 유럽행을 추진하고 싶은 지를 묻는 질문에 장슬기는 "일단은 접어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아직"이라며 "여지는 남겨두되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제철과 계약을 했고, 계약을 한 이상 계약기간동안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었다.
스페인에서 일찍 복귀하게 된 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예전에 호흡을 맞췄던 동료들을 다시 만난 것은 좋을 것 같다는 질문에 장슬기는 "선수들이 '휴가 갔다 온 선수같다', '잠깐 외국 여행 갔다 온것 같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장슬기(사진: 연합뉴스) |
유럽에 머문 기간이 짧기도 했지만 팀에 복귀하자마자 이적하기 전 컨디션 그대로의 경기력을 보여준 장슬기에 대한 칭찬으로 들렸다.
장슬기는 현재 WK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 동료 외국인 선수 엘리에 대해 "일단 뭔가 선수들이랑 빨리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내가 팀에 합류했을 때 이미 많이 친해져 있더라."며 "그것도 그렇고 외국인 선수 만의 '한방'이 있는 선수 같다. 헤딩이 가장 큰 장점 같다."고 높이 평가 했다.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장슬기는 "올해는 부상이 없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그렇게 열심히 하고 팀에 폐를 끼지치 않고 하다보면 골이랑 어시스트는 어느 정도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개인성적에 대한 목표는 따로 정해두고 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장슬기는 오는 27일 오후 6시 홈 구장인 인천남동구장에서 열리는 서울시청과의 리그 9라운드 경기에 복귀 후 4번째 출전을 준비한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