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산: 용의 출현' 김성규 "박해일의 이순신 만났을 때, 준사에 동화"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1 11: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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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김성규의 첫 인상은 강렬하다. '범죄도시'로 악인의 이미지가 먼저 각인됐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리즈로 정반대 캐릭터를 그려냈다. 하지만 다시 '악인전'에서 사이코패스 역할로 대중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선과 악을 오가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김성규가 '한산: 용의 출현'을 통해 '의(義)'의 상징적인 인물 준사로 분해 또 한번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 役 김성규/사람엔터테인먼트
 

최근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 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이하 '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번째 작품이다. 2014년 7월 개봉해 176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한 영화 '명량'의 프리퀄로, '명량해전' 5년전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성규가 분한 항왜 군사 준사는 '명량'에도 등장한 바. '한산 속 준사는 세키부네 한 척의 함장으로 실제 역사와는 달리 사천 해전에서 포로로 잡힌다. 그는 다른 왜병들에게 도노(殿)이라 불리며 존경 받음에도, 심문 도중 이순신과 독대 자리에서 "이 전쟁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 이순신은 '의와 불의의 전쟁'이라는 답을 주고 이에 감화되어 이중 첩자로 활약한다.

김성규는 자신의 조국을 저버리고 스파이 활동을 하게 된 준사의 연기 포인트를 '전란상황'으로 뒀다. "정확한 서사가 드러나지 않아 준사라는 인물에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전란상황이다. '의와 불의'라는 것이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전쟁 속에서 죽음을 맞이해도 개인의 이익이 아닌 의미있는 죽음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이든, 함께 전란에 참가한 군사들이라던지 고려할 수 있지만, 저는 한국적인 기준일 수밖에 없다. 감독님은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정신이라고 조언해주셨다. 보편적인 사람으로서 이성적인 인물로 생각을 하려고 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 役 김성규/롯데엔터테인먼트


김성규는 시나리오를 받고 내가 가능할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김한민 감독의 제안에 감사함을 느끼며 인물의 포인트를 찾아갔다. 준사가 자신의 나라를 저버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순신에서 찾았다.

"처음 대본 읽었을 때 다른 측면의 부담이 있었다. 대본을 볼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서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장군님을 연기한 박해일 선배님이 있어서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되게 포괄적이다. 상징적으로 전란 속에서 누구나 고민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인간으로서 이런 선택을 할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 있었다.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준사의 외형은 일본의 사무라이를 떠오르게 한다. 김성규는 준사 캐릭터를 위해 실제 머리를 밀고, 액션은 기본, 일본 고어부터 어눌한 한국어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의상 피팅 할 때 머리를 자르고 갔다. 그 상태에서 가발을 쓰고 의상을 입었다. 사무실에서 모두 의상 피팅할 때 다들 혼란스러워했다. 저도 헤어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설득력이 있겠지만 연기를 잘해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이 외형으로 자칫 일본인이 너무 어눌한 한국어를 한다거나 중요한 장면에서 우스워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현장에서 헤어 세팅을 다 하고 나서는 오히려 몰입이 됐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 役 김성규/사람엔터테인먼트

특히 준사에게 조선말이 중요했다. "외형적인 면모보다는 한국 배우가 일본인을 연기한다는 점이 거슬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이순신과 대화하는 장면은 중요하다. 어눌하거나 우스워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때문에 한국말이 어눌하지만, 잘해야 한다는 톤으로 잡아갔다. 촬영하면서 조금 더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말을 듣고 스파이가 되는 준사. 김성규는 준사 캐릭터에 대한 확신도 이순신으로 분한 박해일로부터 찾았다. 준사는 일본의 수군을 이끄는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와 조선의 수군을 이끄는 이순신 장군을 잇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해일 선배님이 연기하지 않을 때도 평소에도 굉장히 차분하지만 묵직하게 말 한마디나 제스추어나 걸음걸이까지도 조심스럽다. 그런 아우라와 존재감의 이순신을 본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산 촬영 때도 오전에 우연히 걷다가 카페에서 커피를 드시고 계신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놀라지도 않고 살짝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는데, 좋은 선배님, 좋은 배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미소)."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 役 김성규/롯데엔터테인먼트
 

변요한과는 동갑내기다. 김성규는 "변요한 배우는 무섭다는 표현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역할로서 긴장감 속에서 속이는 입장이라 두려움이 있기는 한데, 변요한 배우는 촬영하지 않을 때도 그 기운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많이 봤다. 너무 다르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이 인상깊다"고 호흡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성규는 "이순신 장군을 만났을 때 준사로 동화된 느낌이었다. 감정적으로 동화되기도, 위로 받는 느낌도 있었다. 와키자카를 만났을 때도 요한이의 굉장히 남성스러운 면모가 잘 드러났다. 촬영 끝나고 좋았다고 서로 이야기했었다. 독대 씬이 뭔가 묘하게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준사로서 잘 가고 있구나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준사는 '한산'에서 유일하게 육지전과 해전을 모두 치뤄내는 인물이다. 외형은 영락없는 일본 군사지만, 조선의 의병, 민초들과 웅치에서 왜군과 전투를 펼친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김성규는 "해전과 웅치 전투가 교차하는 것이 영화적으로 쌓아가는게 중요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체력관리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자신감이 앞서서인지 몸을 거칠게 썼던 것 같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 役 김성규/사람엔터테인먼트
 

'한산'은 '명량'의 프리퀄 작품이기 때문에 전작의 흥행은 출연 배우로서 부담감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오타니 료헤이와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 또한 그렇다. 하지만 김성규는 진성성이 중요했다. "대본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방식이 '명량'과 달랐다. 특별한 차이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서사적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진정성이 보일 수 있었으면 했다."

부담감과 별개로 '명량'은 김성규가 연기자라는 꿈을 포기하려고 하던 때에 본 작품이다. 남다른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배우로서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명량'을 많이 본다고 해서 늦은 시간에 봤었다. 그때는 아무 생각없이 봤었다. 최민식 선배님만의 연기 자체로도 너무 좋은 기억이 있다. 꿈을 포기하려던 시절에 본 영화인데 그 감독님이 제안을 주셨고, 개봉까지 했다. 여러모로 신기하다. 타이밍이라는 것이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후반까지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랐지만,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에 만난 '명량'. 그리고 김성규는 다시 연기에 대한 마음을 갖고 '범죄도시'와 '악인전' '킹덤' 시리즈, '한산'까지 승승장구 중이다. 김한민 감독에 감사함이 크다. "감독님이 저에게 '배우같은 배우'는 말을 해주셨었다.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좋은 말이겠거니 했는데, 같이 연기하고 현장에 있는게 너무 좋다고 해주셨었다. 제가 '한산'을 현장에서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도 구체적으로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뉘앙스나 분위기는 나를 인정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준사 役 김성규/사람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고, 올해가 5년차다. 정확히 계산하지 않았지만, 짧은 순간인건지, 더 달렸어야 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단다. "돌아보면 감사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임팩트 있는 작품들이었다. '킹덤'도 그랬고 '악인전'도 그랬고 '돼지의 왕'도 그렇다. 다양한 작품을 해야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비록 주연은 아니었지만 '한산'은 김성규가 배우로서 출연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만족하는 작품이다. 실제 '한산' 팀은 무대인사와 공식활동 외에도 박해일, 김성규, 옥택연, 박훈, 윤진영, 이서준 등이 수해복구 작업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도 펼치는 등 돈독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다.

"배우로서 영화 안에서 역할을 맡고 전체 이야기를 위해서 구성원이 돼, 쓰여기는 것이 좋기도 하고, 스스로도 연기에 대한 평가를 많이 해왔다면, 이번 작업은 제게 의미가 있었다. 저한테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 아님에도 영화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것 같다.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다. 이번 영화는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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