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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경(사진: 연합뉴스) |
11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한 김연경이 빈 손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로 알려진 그는 V리그로 돌아오면서 팀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연봉을 주저 없이 깎았고,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스스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여자 배구를 홍보하는 데 자신을 던졌다. 그리고 예상대로 코트에서의 김연경은 최고였다. 비록 한국배구연맹(KOVO) 컵 대회에서 GS칼텍스의 젊은 선수들의 패기에 밀려 우승을 놓쳤지만 김연경이 버틴 흥국생명은 V리그 안팎에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을 떠돌게 했고, 실제로 김연경의 활약 속에 개막 10연승을 거두자 '시즌이 너무 재미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하지만 시즌이 중반으로 향하면서 외국인 선수의 부상에다 팀 내 불화설이 돌기 시작했고, 학교 폭력 전력이 드러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결코 내주지 않을 것 같았던 정규리그 1위 자리를 GS칼텍스에 내준 흥국생명은 결국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김연경은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112세트를 소화하며 648점의 득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45.92%)과 서브(세트당 0.28개), 그리고 오픈공격(성공률 44.48%) 등 3개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공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팀이 정규리그 1위 자리를 허무하게 내준 상황에서 큰 의미를 찾기 힘든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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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사진: 연합뉴스) |
포스트 시즌에서도 김연경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정규리그 3위팀 IBK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승부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김연경의 '악'과 '깡'이 흥국생명 선수들을 깨웠고, 결국 흥국생명은 2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김연경은 혼자 72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정규리그보다 10%가량 높은 55.37%에 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은 GS칼텍스를 상대로 2차전까지 단 한 세트도 빼앗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고, 기업은행과의 플레이오프 경기 도중 블로킹을 하다 엄지 손가락을 다친 김연경은 손에 붕대를 감고 출전해 고군분투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3차전에서 흥국생명은 승부를 풀세트 접전으로 이끌었지만 끝내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한 채 GS칼텍스의 여자 프로배구 사상 최초의 시즌 트레블(3관왕) 달성에 제물이 되고 말았다. 챔프전 3경기에서도 김연경은 51점을 올리며 분골쇄신 했지만 그의 위력은 플레이오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챔프전이 끝나고 김연경은 팀 동료들 한 명 한 명과 깊은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다. 기자의 기분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기에 따라서는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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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경(사진: 연합뉴스) |
김연경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었는데 후배들이 옆에서 도와줘서 이겨낼 수 있었다"며 (한국에 괜히 돌아왔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날짜를 헤아리기보다는 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술회했다.
김연경은 앞으로 자신의 거취에 대해 "팀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있다. 올해는 천천히 정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폭넓게 생각하고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분간 김연경의 소속팀은 국가대표팀이다. 김연경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을 미뤄둘 수 있는 기간은 도쿄올림픽까지, 그러니까 길어야 올 여름까지다.
올림픽 이후 김연경의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
적어도 지금으로선 V리그에 새 둥지를 틀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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