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아나운서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2019시즌을 마감하고 벌써 2020시즌 첫 대회를 치른 가운데 골프전문 채널인 ‘SBS골프’의 안방마님 홍재경 아나운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 시즌 대회가 시작되기 전 홍재경 아나운서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나 2019년 한 해 동안 KLPGA 투어와 깊은 인연을 맺은 소회와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홍재경 아나운서는 다소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화여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가 일반적인 법학 전공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진로를 선택한 부분부터가 특별했다. 하지만 그가 아나운서를 선택한 동기는 심플했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꼭 이 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대외 활동을 많이 하고 활동적으로 지내게 되니까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도전해 보고 싶었죠.”
2012년 한 주류회사 모델 콘테스트에서 1위를 하게 된 것도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갖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아나운서 준비할 때 다른 지망생들을 만났는데 다 미스코리아, 미스 유니버스 등 미인 대회 경력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냥 법대 나와서 대외활동만 열심히 하고 미인대회는 가볼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죠..애들이 너도 해야 된다고 했는데 때마침 그 대회가 있었어요. 미인대회 같은 게 아니라 단짝 친구랑 여행을 가서 사진을 예쁘게 남겨서 그 사진으로 콘테스트를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죠. 1등해서 받은 피켓은 제 방에 아직도 걸어놨어요”(웃음)
그렇게 홍재경 아나운서는 기상 캐스터로 아나운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포츠 아나운서와 만나게 된다. 어찌 보면 그와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만남은 가장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대학 시절 학교에 있는 체육 수업을 다 들었어요. 스쿼시, 유도, 골프, 뮤지컬 댄스, 재즈 댄스 등등…체대에 많이 갔죠. 체육을 잘 하니까 점수를 잘 받으려던 것도 있고,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으니까요. 그 밖에 경영대나 인문대 수업도 많이 들었어요”
홍재경 아나운서는 이 밖에도 연극 동아리의 연출 담당으로 친구들과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대기업 인턴 등 10여 가지 대외활동을 펼치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키웠다.
이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성격이 그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분야에서 아나운서로 일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스포츠 캐스터가 되자마자 홍재경 아나운서는 야구, 축구, 배구, 골프 등 SBS 스포츠의 주요 스포츠 중계 현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사진: SBS스포츠 홈페이지 캡쳐 |
특히 SBS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2015년과 2016년 축구 마니아들이라면 한 번쯤을 봤을 ‘축덕살롱’으로 홍재경 아나운서는 축구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다.
5분짜리 생방송이었던 ‘축덕살롱’에서 홍재경 아나운서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축구공 리프팅을 하는가 하면 재미 있는 멘트와 개인기로 애타게 경기를 기다리는 축구팬들의 지루함을 날려줬다.
“축구팬들이 축덕살롱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5분 생방송 시간 제한 방송이라 재미 있어 했었죠. 엄청 웃기게 했었어요. ‘축알못(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진짜 몰라서 같이 축구를 보면서 축구를 배워가는 게 진정성이 느껴져서 인지 많이들 좋아해 주셨죠”
그렇게 스포츠 팬들과 친해지면서 홍재경 아나운서는 색다른 선물을 받기도 했다.
남성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M잡지의 모델로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2016년 해당 잡지의 모델로 나선 홍재경 아나운서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모델에게 주어지는 포토제닉상을 받기도 했다.
“그때 야구도 하고 있었고, 축덕살롱도 하고, 배구도 세 시즌 정도 나가고 있었고, 골프도 나가고 있었고, 정말 활동이 많았던 시기였었어요. 신아영 선배나 윤태진 선배도 그 잡지에서 화보를 찍었는데 건강미 있게 잘 찍으셨더라고요. 저랑 알고 있전 사진 기자님이 그 잡지사에 들어가셨는데 저에게 한 번 찍어보지 않겠느냐고 권해주셔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찍자는 생각해 응하게 됐죠. 호불호가 있는 잡지였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네가 이런 재주도 있었어?'라면서 좋아해 주셨어요.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스포츠 종목과 영역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홍재경 아나운서는 올해 만큼은 온전하게 KLPGA 투어에 올인할 수 있었다.
시즌 중 그는 주중에는 ‘골프 아카데미’라는 레슨 프로그램을, 주말에는 투어 현장을 누비는 한편 골프 뉴스 프로그램인 ‘골프투데이’를 진행했다.
▲신나송 프로(왼쪽)과 골프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 홍재경 아나운서(사진: SBS골프 방송 화면 캡쳐) |
이처럼 골프에 집중하게 된 배경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많은 종목에서 리포트를 맡으면서 종종 종목별로 흐름을 짚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이 이어지던 중 홍재경 아나운서는 올 한 해 KLPGA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된 것.
“올해는 욕심을 내지 말고 맡은 바 잘하자. 골프투데이도 올해 처음 들어간 방송이기 때문에 잘 하고 싶었어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에 올해는 골프를 하겠다고 했어요”
한 시즌을 온전히 KLPGA 투어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정도 생겼다. 그레서 앞으로도 골프 영역에서 커리어를 키워가고 싶은 생각이다.
“(앞으로 활동에서) 일단은 종목을 선택하라면 골프가 잘 맞는 것 같아요. 확실히 올해 골프에서 적응을 하다 보니까 친근감도 느껴지고 좋더라고요. 골프를 직접 해보니까 이번 홀에서의 플레이가 다음 홀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알고 정신력이 중요한 줄도 아니까 선수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스포츠인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좋았어요”
하지만 선수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시간이나 기회는 갖기가 쉽지 않다.
“선수들이 정말 바빠요. 골프 선수들은 거의 쉬는 날이 없어요. 그래서 따로 만나거나 하기는 어렵고 현장 갔을 때라도 반갑게 인사하고 이제 6년 정도 했으니까 웬만하면 계속 얼굴 보고 시상식에서 얼굴 비추고, 또 골프 뉴스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까…하이라이트도 해야 하고 선수들 소식도 전하고 하다 보니 선수들도 그거 보면서 이 언니의 존재를 아는 것 같아요.(웃음)”
선수들 사이에서 ‘언니’로 통하기 시작하면서 선물 같은 상황도 경험하게 됐다.
“박성현 선수를 최근에 행사장에서 봤는데 '인스타그램 잘 보고 있어요' 라고 얘기해주는 거에요,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저도 좋아하는 선수인데…조정민 선수도 지난 번에 우승했을 때 갔었는데 저를 보고 ‘언니 소식 잘 보고 있어요'라고 인사 하더라고요. 기분 좋았죠.”
이와 같은 선수들과의 교감은 홍재경 아나운서로 하여금 골프와 KLPGA에 대한 애정을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홍재경 아나운서 |
“저도 선수들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요. 인스타그램에도 가보고 하니까 어떤 선수가 평소에는 뭘 좋아하는 지도 알게 되고 하죠. 장하나 선수 같은 경우는 평소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공에 그림을 그려서 팬들에게 주거든요. 그런 것을 알고 선수들에게 다가가다 보니 선수들이 한결 대하기 편하게 느껴졌어요.”
홍재경 아나운서는 골프 방송의 ‘안방 마님’으로서 누구보다 골프와 골프 선수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직접 다양한 골프장을 다니면서 라운딩을 해 보기도 하고, 여러 골프클럽을 사용해 보며 장비에 대한 이해도 쌓고 있다. 또 선수들에 대한 각종 언론 보도를 읽으며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축적한다. 골프 방송 진행자로서 골프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대중화 됐다고는 하지만 엄청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니잖아요. 공부를 위해 골프를 많이 하려고 하는 데 그게 좋게 비쳐질 지는 모르겠어요”
홍재경 아나운서가 여성 아나운서로서 6년 이라는 시간 동안 남성 위주의 스포츠 현장에서 비교적 큰 굴곡 없이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사람과의 관계나 체력적인 면에서 모두 철저한 자기관리다. 올 한 해 KLPGA 무대가 편하게 느껴진 것은 역시 자기관리에 비교적 편안한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제겐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철칙이에요. 저는 지금까지 열애설이 없었어요. 이성적으로 취재하거나 접근을 할 때 조심스럽게 행동했죠. 그런 면에서도 KLPGA가 좋았어요. 출장도 많았지만 제가 운동을 많이 해서 이 이 정도 버티고 있다고도 생각해요.”(웃음)
▲홍재경 아나운서 |
스포츠 아나운서로 6년을 살았고,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많은 경력을 쌓은 아나운서지만 ‘중계’의 영역은 아직도 홍재경 아나운서에게는 하나의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골프 영역에서 대회 전체를 중계하는 최근의 추세는 더더욱 그렇다.
남자 선배들 보면 한 번에 5~6시간씩 중계를 하시거든요. 또 최근에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위해서 4라운드 대회면 4라운드 전체를 모두 중계하려고 정말 많이 노력을 하거든요. 그래서 더욱 더 선배들 전부 대단한 것 같아요.”
인터뷰 말미 올해 KLPGA 투어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승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홍재경 아나운서는 우선 안송이가 프로 데뷔 10년 만에 237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시즌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을 꼽았다.
“안송이 프로가 저랑 한 살 차이더라고요. 우승할 때 ‘골프투데이’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안송이 선수 인터뷰 내보내고 난 뒤 눈물이 나더라고요. 주위에 아직 우승이 없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그게(237대회 만에 우승)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홍재경 아나운서가 꼽은 또 하나의 최고의 승부는 장하나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었다.
지난해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행되다가 올해부터 KLPGA 투어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 장하나는 15번 홀(파4)까지 단독 선두였던 이다연에게 3타나 뒤져 우승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으나 장하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다연을 추격한 끝에 마지막 18번 홀에서 역전 버디를 잡아내며 2m짜리 파 퍼팅을 놓친 이다연을 제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장하나 선수 역전 우승 했던 그 대회...저 그때 출장도 아니었는데 마지막 18번 홀에 갤러리로 구경을 갔었거든요. 이다연 선수가 그 짧은 퍼트를 놓치고… 장하나 선수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하반기에 누구도 최혜진 선수를 위협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골든 먼스’ 기간에 장하나 선수가 그렇게 한 게….”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우승자 장하나(왼쪽) 프로와 함께(사진: 홍재경 아나운서) |
이후 장하나는 3주 뒤 BMW 챔피언십에서 진통제를 맞아가며 대회를 치르는 악전고투 속에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때까지 상금 1위를 달리던 최혜진을 2위로 끌어내리고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만큼 장하나의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우승은 극적이었고, 의미가 큰 우승이었다.
이렇게 KLPGA 투어는 2019시즌을 마감했지만 해가 바뀌기도 전에 이미 베트남에서 효성 챔피언십을 개막전으로 2020시즌을 시작했다. 그 현장에는 어김 없이 홍재경 아나운서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홍재경의 7번째 시즌도 개막한 셈이다.
이번 시즌에도 KLPGA 투어의 명승부의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홍재경 아나운서의 생기발랄한 리포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필드를 화려하게 수놓을 골프 스타들과 홍재경 아나운서가 만들어낼 감동적인, 또는 재미있는 인터뷰 장면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