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펨키 볼, 유럽선수권 여자 400m 허들 2연패 (로마 AP=연합뉴스) |
미국과 유럽 언론이 2024년 파리 올림픽 육상에서 동시에 주목하는 경기는 '여자 허들 400m'다.
시드니 매클로플린(24·미국)이 등장하면서 여자 400m 허들은 '육상 메카' 미국에서도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고, 펨키 볼(24·네덜란드)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으면서 유럽에서도 400m 허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파리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둘의 경쟁도 점화했다.
볼은 1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2024 유럽육상선수권대회 여자 400m 허들 결선에서 52초49의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종전 대회 기록도 2022년 뮌헨에서 볼이 우승하며 작성한 52초67이었다.
볼은 유럽육상선수권 2연패를 달성하며, 2024년 여자 400m 허들 기록 1위에 올라섰다.
매클로플린은 지난 1일 2022년 8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여자 400m 허들 경기에 나서, 52초70의 당시 시즌 1위 기록을 세웠다.
볼은 11일 만에 매클로플린을 제치고, 시즌 1위로 올라섰다.
경기 뒤 볼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매클로플린의 기록을 넘어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일단 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클로플린은 '여자 400m 허들 역대 최고 선수'로 불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금욕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터라 미국 내에서 인기도 높다.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돼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단거리 스타' 셔캐리 리처드슨과 몸에 문신조차 새기지 않은 '모범생' 매클로플린은 '다른 색'으로 미국 육상을 대표하고 있다.
광고주들은 매클로플린을 더 자주 찾는다.
매클로플린은 스포츠 의류, 화장품, 보석, 시계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이력도 매우 화려하다.
매클로플린은 도쿄 올림픽(51초46)과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50초68)에서 모두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볼은 도쿄 올림픽 3위(52초03), 유진 세계선수권 2위(52초27)에 올랐다.
네덜란드 언론은 "볼이 매클로플린 시대에 사는 불운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2023년 여자 400m 허들은 볼이 지배했다.
매클로플린은 2023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는 400m 허들이 아닌 400m 플랫에 출전한다"고 선언했고, 개막 직전 무릎 부상을 이유로 아예 2023년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했다.
볼은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51초70으로 정상에 올랐다.
여자 400m 허들 역대 1, 2위 기록(50초68, 51초41)은 모두 매클로플린이 세웠다.
하지만, 볼도 지난해 7월 51초45의 3위 기록을 작성하며 매클로플린과 격차를 좁혔다.
이 종목 역대 1∼10위 기록을 매클로플린이 6개, 볼이 3개 보유하고 있다.
매클로플린과 볼이 맞대결을 펼친 건 2021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유진 세계선수권 단 두 차례뿐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볼은 매클로플린의 경쟁자로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매클로플린이 트랙을 떠나 재활에 매진하는 동안 볼이 51초대 기록을 연거푸 세우며 '매클로플린 독주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올림픽닷컴은 "파리 올림픽 여자 400m 허들 우승 경쟁이 2파전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누가 우승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며 "매클로플린과 볼이 펼칠 세기의 대결을 기대하라"고 예고했다.
매클로플린과 볼 모두 상대를 예우하는 '예의 바른 선수'다.
하지만, 둘 다 최근 인터뷰에서 "파리 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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