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파묘'까지 한 장르만 집요하게 파는 한국의 '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개봉 32일 차인 24일(이하 영화진흥윈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오컬트 장르 영화 중 첫 1000만 영화의 탄생이며,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누적 1174만 6135명) 이후 2월에 개봉한 영화 충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이기도 하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로, 신선한 소재와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장르물 매니아를 넘어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N차 관람 열풍을 일으켰다.
▲2024년 개봉 첫 천만 돌파한 '파묘' 장재현 감독/㈜쇼박스 |
지난 2009년 독립영화 '인도에서 온 말리'로 충무로에 데뷔한 장재현 감독은 세번째 장편 상업영화 '파묘'로 '천만 감독'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기쁨과 부담이 공존한다"는 감독은 "앞으로 영화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 기쁨도 있다. 저는 새롭고 재밌고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할 뿐이지, 1000만 관객이라는 스코어는 여러가지 운대가 맞았던 것 같다. 보상 심리를 느낄 겨를도 없다. 기쁨과 부담이 공존하는 상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묘'는 33만으로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한 후 최단 기간 100만,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7일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 삼일절 연휴에 400만 관객을 돌파, 개봉 10일만에 500만, 11일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그야말로 파죽지세 흥행을 이어갔다. 특히 이는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의 흥행 속도를 뛰어넘으면서도 닮아있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손익분기만 생각하고 만든다. 1000만이라는 숫자는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저는 '서울의 봄'(역대 한국영화 흥행 9위)의 흥행이 큰 도움이 됐고, 한국 영화계에 큰 생명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파묘'가 굉장히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사수의 영화이기도 하고, 실제 '서울의 봄' 스태프들이 우리 영화로 많이 넘어왔다. 두 작품 다 흥행영화의 문법이 많이 있는 영화가 아니다. 관객들을 재단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하면 되는구나 꺠달았다. 극장에 사람들이 많아져서 너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파묘'는 800만 관객을 돌파했을 시점부터 '험한 것'을 연기한 배우 김민준, 김병오, 정윤하도 함께 무대인사에 참여했다. 장재현 감독은 "무대 인사를 할 때마다 관객들이 극장을 가득 메웠다. 그래서 최민식 선배님도 관객들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셨다. 처음에는 어벙벙했는데 배우, 스태프 같이 홍보하는 분들도 좋아하니까 저도 덩달아 좋아하고 이런 시간이 평생 또 오지 않을 수도 있어서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모든 배우, 스태프, 관계자들이 '이 맛에 영화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꽉찬 열기가 있는 극장에서 사람들이 '집에서 혼자 IPTV를 보는 게 아니라 어두운 데서 같이 웃고 소리 지르고 공유 하는 게 재밌는 거 였지'라는 것을 코로나19 이후로 다시 알게 해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감사해했다.
▲2024년 개봉 첫 천만 돌파한 '파묘' 포스터/㈜쇼박스 |
'파묘'는 언론 시사 후 '한일전'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우리 땅이 가진 유구한 역사와 아픔이 코어의 중심이다. 김상덕(최민식 분), 이화림(김고은 분), 고영근(유해진 분), 윤봉길(이도현 분) 등 주연들의 배역명은 독립군 이름에서 따 왔고, 차 번호판은 삼일절을 연상시킨다. 이는 앞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파묘' 기획단계 중 독립 기념관을 찾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이스터에그에 더해 땅신에게 던지는 이순신이 새겨진 100원짜리, 험한 것의 비주얼로 인한 임진왜란, '명량'과 '봉오동 전투'에 출연한 최민식 등이 연관 지어지며 다양한 해석이 등장했다. N차 관람을 통해 많은 다양한 해석이 등장했지만, 관객들이 아직 찾지 못한 이스터에그가 있을까 궁금했다. 장재현 감독은 "극 중 프라자 호텔을 김상덕이 명당이라고 한다. 그리고 서울광장 맞은편을 기점으로 프라자 호텔, 광화문, 경복궁 등의 전경을 보여주는 이유는 조선 총독부 자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스터에그를 숨겨놓았다기보다는 짧은 장면 속에 밀도를 높이기 위해 신발 하나도 의미를 두고 찍었다. 이 캐릭터에, 이 서사에 도움이 되는 0.01%라도 도움되는 것을 선택해서 채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장재현 감독은 전작 '사바하'에서 독립운동가의 사진 합성으로 인한 논란을 일으켰던 바. 전작의 영향이 있는 것이냐는 물음에 장재현 감독은 "전작의 영향을 많이 안 받으려고 하는 편이다. 저는 이 소재에 집중했다. 소재를 파고 들다가 그 기간동안 우연히 독립기념관에 가게 되서 거기서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여러 번의 이장과 전문가들을 만나서 받은 그런 사상과 정서를 녹이려고 했다. 전작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재현 감독은 "저는 사람들이 영화를 해석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의 실패하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하면서도 "영화를 재밌게 봤으니까 더 알고 싶으니까 파지 않겠나. 그걸 의도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해석하게끔 의도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의 감정이 즐겁냐, 슬프냐, 후련하냐 같은 감정에 집중한다. 뭔가 해석하게 만들게 끔 의도하지 않는다. 느끼는 영화를 좋아한다. 해석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데 영화를 좋게 보시니까 재창조하고 뭔가 좋게 봐주시려는거 같아서 그렇게 디깅하면 영화가 생명력이 길어지니까. 그래서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2024년 개봉 첫 천만 돌파한 '파묘' 봉길 화림 스틸/㈜쇼박스 |
'파묘'는 다양한 해석과 더불어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까지 신구 조합의 케미도 화제를 모았다. 배우들이 잘해준 것에 비해 50%도 담지 못했다는 감독은 "배우분들이 너무 잘해주셨는데 50%정도밖에 못 담은 것 같다. 대살굿 장면은 시간도 많이 없었고, 하루만 더 있었으면 더 잘 담았을텐데 배우분들의 활약에 비해 제가 너무 부족해서 아쉽다"고 했다. 이어 "고영근 캐릭터는 시나리오에 비해 생동감을 얻었다. 50% 이상이 유해진 선배님의 애드리브"라며 "저도 경험이 쌓여서 여유가 생기고 시나리오를 항상 머리속으로 열어둔다. 마음속에 염두하고 찍으면서 정해놓고 찍기보다 어떻게 더 새로운 것을 얻을까 생각한다. 거의 매씬, 한 두개 정도는 새롭게 얻는다. 그게 여유가 있어서 가능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파묘'는 개봉 전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에서부터 주목받았다. 국내 개봉 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전 세계 133개국 판매를 기록하며 주요 국가에서 개봉을 확정했다. 그 중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에서 개봉 후 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3월 8일(금) 대만에서 개봉했으며 이후 3월 14일(목) 호주 및 뉴질랜드, 싱가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3월 15일(금) 북미, 영국 및 아일랜드, 베트남, 3월 20일(수) 필리핀, 3월 21일(목) 태국까지 개봉했다. 홍콩 및 마카오, 캄보디아는 4월 중 개봉 예정이다.
반면, 개봉 예정도 돼 있지 않은 중국에서는 불법 사이트를 통해 관람한 후 얼굴에 한자를 새기는 행위를 매우 모욕적이고 굴욕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장재현 감독은 "우리 나라가 중국 영화를 사랑하냐, 곧 故장국영 기일이기도 하고, '패왕별희'도 재개봉한다. 저도 중국영화를 좋아한다. 중국에서 개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2024년 개봉 첫 천만 돌파한 '파묘' 장재현 감독/㈜쇼박스 |
'파묘'의 인기 요인으로 손꼽히는 것은 MZ 무당인 이화림, 윤봉길의 서사다. 이에 두 사람의 과거 서사를 담은 프리퀄 등 속편과 IP확장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감독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장재현 감독은 감독판은 없다고 답했다. "속편도 대충 만들면 만든다. 하지만 제 연출관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내실이 없다면 만들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우겨넣어서 그냥 흥행을 위해 만드는 것은 제 생각은 아니"라고 했다. 또 감독은 "기획단계에서 투자사에서 웹툰이나 다른 IP로 확장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오갔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사실 캐릭터들이 매력이 있으니까 이걸로 드라마든, 누구라도 만들어준다면 고마울 것 같다. 감독판 계획도 전혀 없다. 길고 지루할 것 같다. 길고 지루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dvd에나 편집된 장면들이 일부 추가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현 감독 필모사상 첫 첫만 영화의 탄생. 이번 흥행으로 인해 연출 관점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감독은 "'사바하' 개봉 했을 때는 '검은 사제들' 같이 기대하고 왔다가 이 영화 뭐야 하고 혹평을 받았다. 이번 영화는 '사바하' 좋아한 사람들이 와서 그런 편이었다. 저의 연출관은 했던 것 또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진보해나가는게 좋다. 누군가는 그걸 퇴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건 관객수와 다르다. 저의 마인드는 새로운 도전을 했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재밌게 만들었다. 영화라는 매체는 정확하다. 만드는 감독도 주인이 아니고 투자자도 주인이 아니다. 무조건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100%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 뭔가 있어보이려고 했던 것을 편하게 하는 것은 제 연출관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보고 싶고 진보한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첫 상업영화 '검은 사제들'부터 '사바하', '파묘'까지 다양한 종교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지만, 장재현 감독은 '인간애'로 작품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 성격이 화목한 가정에서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제가 어두운 세계를 다뤄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로테스크한 것들을 좋아하는데 성격은 밝다. 그게 부딪히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슬픔은 좋아하지만 어둠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두운 세계관에 빛을 보는 그런 느낌이 좋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장재현 감독은 "저는 바운더리가 좁은 사람이다. 계속 이 장르를 할 것 같다. 그 안에서 깊게 더더더더 들어갈 것 같다"며 "이번 영화가 큰 스코어를 했다. 제 생각에는 다음 작품 할 때 400만만 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작과 비교를 한다면 아쉬운 성적일 수 있다. 그래도 새롭고 재밌고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