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유럽의 여자축구단을 소유한 미셸 강 회장 [GETTY IMAGES NORTH AMERICA / AFP=연합뉴스] |
미국과 유럽의 명문 여자축구팀들을 운영하는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도 돈이 된다'고 강조해왔다.
강 회장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공개한 인터뷰에서도 "여성 스포츠가 좋은 사업이라는 걸 증명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절대 자선이 아니다. 진지한 투자"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미국여자축구리그(NWSL) 워싱턴 스피릿을 비롯해 올랭피크 리옹 페미닌(프랑스), 런던시티 라이어니스(잉글랜드)의 구단주다.
강 회장이 2022년 2월 인수한 워싱턴은 전날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의 명문팀 아스널을 안방으로 불러 친선전을 치렀다. 워싱턴이 1-2로 졌다.
강 회장은 "난 여성으로서, 이런 세계적 (축구) 선수들이 다양성·평등·포용(DEI) 차원에서 다뤄지는 게 모욕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자축구가 주목받는 현상이 단순히 스포츠에 다양성을 불어넣자는 당위적 측면에서만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강 회장에게 여자축구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는 수익성을 품은 '신사업'이다.
그는 "'그게 지금 어떤 상태인지'와 '그게 어디까지 클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거다.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데서 어리둥절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사업적 역량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11대, 13대 국회의원으로 여성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이윤자 전 의원의 딸이다. 서강대에 재학하다 1981년 유학길에 올랐다.
글로벌 방위산업체인 노스럽 그러먼 인포텍의 부회장과 제너럴 매니저로 활동하다 2008년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에서 공공부문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인 코그노산트(Cognosante LLC)를 창업했다.
최근에는 여자축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워싱턴 인수를 시작으로 여자축구계에 뛰어든 그는 지난해 말 잉글랜드 여자 챔피언십(2부) 런던시티의 구단주가 됐다.
올해 2월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8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리옹 여자팀의 지분 과반을 확보해 전권을 쥐었다.
당시 강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올랭피크 리옹 남자팀으로부터 여자팀의 '독립'을 발표하며 "여자축구는 그냥 좋은 스포츠가 아니라 상업성이 있는 분야다. 자선 사업으로 다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초 딜로이트가 공개한 유럽 여자축구 5개 리그(잉글랜드·독일·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15개 팀 현황을 보면 2022-2023시즌 평균 수입이 430만유로(약 63억5천만원)였다. 직전 시즌(260만유로) 대비 매출이 61%나 올랐다.
가디언과 이번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비전을 밝힌 강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에는 여자축구 경기 현장에도 가본 적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들에게도 더 많은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여자축구에 푹 빠진 상태다.
강 회장은 "난 이민자고 운 좋게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라며 "똑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으나 동등한 기회는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단히 재능 있는 젊은 여성이 전문적인 직업 경로가 보이지 않아 꿈을 포기하는 걸 봐왔다"며 "남자아이들처럼 제약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벌써 구단 3곳을 소유한 강 회장은 사업 확장 계획도 밝혔다.
그는 "대륙마다 팀 한 곳은 가지고 싶다"며 "욕심이나 허영심에서 그런 게 아니다. 전 세계의 여자아이들이 TV를 보고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나 있는 현상이네'라고 말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팀 인수나 창단도 검토한 걸로 알려졌다. 연고지까지 물색했으나 각종 행정상 난관에 구체적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걸로 전해진다.
강 회장이 보기에 여자축구 산업 확장의 핵심은 중계권과 판권 등 미디어를 통한 수익이다.
강 회장은 "남성 스포츠도 미디어를 통해 버는 돈을 빼면 수익을 내는 팀이 그리 많지는 않다"며 "미국여자프로농구(WNBA)가 새로 맺은 계약을 보라. 그게 여자축구에서도 새로 일어날 일"이라고 짚었다.
기존 중계권 계약이 2025년 만료되는 WNBA는 지난달 디즈니, NBC, 아마존 등과 11년짜리 새 계약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9천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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