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림' 이병헌 감독 "아이유 캐스팅? 미친 척 팬심에 라인업"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5-01 05: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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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이병헌 감독의 10년만의 염원이 이뤄졌다. '드림'을 너무 만들고 싶었지만 제작 투자가 쉽지 않았다. 포기도 해봤지만 운명처럼 다시 돌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촬영 시작부터 개봉까지 무려 4년이 걸려 '드림'이 4월 26일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2019년 1620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에 왕갈비 통닭 열풍을 몰고 온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영화 '드림'(감독/각본 이병헌)은 감독의 10년 염원에 보답하듯이 개봉 첫날 9만 3417명을 동원하며 일일 전체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특히 '드림'은 무려 50일만에 1위를 탈환한 것으로 한국 영화 시장의 반가운 단비가 아닐 수 없다. 1일 기준 53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드림'은 홈리스 월드컵을 소재로 한다. 실제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야기를 접했고, 자신이 받은 감동을 영화에 고스란히 넣고 싶었다. 특히 소외된 이들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이 미안했기 때문에 대중에 소개하고 싶었다. 그렇게 놓지 못하고 10년만에 꽃을 피운 것이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실제 경기 내용이랑 영화랑 똑같다. 그분들은 실제 그런 대회에 나가서 경쟁하고 성취감을 느끼면 자활하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 책자로 소개돼 보기도 했다. 사연이 다양한 것도 아니었다. 영화를 만들고 소개를 하고 재미도 주면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붙잡고 왔다."

'드림'이 대중에 알려지게 된 시점은 박서준과 아이유, 듬직한 톱스타의 캐스팅 소식이었다. 사실 '홈리스 월드컵'이 소재, 홈리스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박서준과 아이유의 비중은 크지 않다. "홈리스 분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아주 다양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IMF, 빚보증, 건설현장에서의 사고, 이런 사연들이 많았다. 이것만으로는 투자사가 재미없다고 하면 할말이 없는 것이다. 영화적으로 이 사연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면서 재미를 덧붙일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 그래서 홍대 소민이 나온다. 주인공인데 조연이 된다. 조연의 비중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고 비중도 많이 고민했다. 페이지 수까지 체크할 정도였다."

소재부터 분량까지 캐스팅 난항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연의 분량을 늘리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박서준과 아이유가 뜻을 함께 하게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병헌 감독은 "박서준, 아이유 캐스팅? 두분이 저를 선택해주신 것이다"고 항상 표현한다. 박서준, 아이유는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리며 유쾌한 케미를 완성해준 주역이다. "사실 캐스팅이 어려웠다. 배우들도 안다. 내가 어떤 역할이고 관객들에 어떤 어필이 되는지. 그게 약하다고 느껴져서 캐스팅이 어려웠다. 박서준, 아이유 두 사람은 이야기가 가진 의미를 동의해주셨다. 타이밍도 잘 맞았다. 투자사에서 홍대 소민의 이야기를 키우라는 제안도 했지만 그건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춘 스케치가 아니다."


▲영화 '드림' 포스터/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박서준은 윤홍대 캐릭터에 제격이었다. 심지어 그는 축구도 잘한다. "박서준이기 때문에 캐스팅 했다. 연기 잘하지, 잘생겼지, 인기 많지, 축구 잘하지 다 좋아서 캐스팅했다. 이미지적으로는 홍대와 잘어울린다. 홍대 캐스팅 되고 첫 미팅에서 다 동의되는데 후반부 풋살 경기에 대한 그림, 감정이 잘 안 그려진다고 하더라. 그때 보니 시나리오가 상황 설명만 돼 있었다. 지시어 위주로 써 있더라. 그래서 감정을 조금 더 표현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드림'은 스포츠 영화는 아니지만 극 초반 축구장 씬이 등장한다. 박서준은 '축구선수' 윤홍대의 몸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해야했던 일을 박서준이 해줬기 때문에 너무 고맙다. "정말 활기차게 뛰는 장면이다.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서 그림만 있는 장면이다. 배우의 역할이 중요했다. 몸을 너무 잘 만들어왔더라. 성격이 털털하다. 저는 낯가리고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먼저 말을 걸어주고, 같이 식사도 제안해주더라. 스태프들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식당도 예약을 해놨더라. 정말 내가 해야할 것을 다 해줬다. 털털하게 동네 동생처럼 말 걸어줘서 그게 너무 고마웠다."

 

특히 박서준의 라이벌로 강하늘이 깜짝 출연했다. 감독과는 '스물'로, 박서준과는 '청년경찰'로 친분이 두텁다. 이병헌 감독은 "(강하늘과)문자를 나누다가 서준 씨가 출연하니 둘이 나란히 출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너 할레?' 했더니 축구를 못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뛰기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엄청 뛰고 갔다"며 비화를 전했다. 
▲영화 '드림' 박서준 아이유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소민으로 분한 아이유에게 '드림'은 첫 영화다. 개봉 시기가 '브로커'보다 늦어졌지만 그가 처음 출연한 장편 영화다. 아이유 캐스팅은 '팬심'에서 비롯된 행운이었다. "소민 캐릭터 원래 설정은 캐스팅 전에는 홍대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였다. 생활에 찌든 누나 캐릭터였다. 리스트 업을 하는데 스태프들이 아이유를 제일 상단에 올려놨더라. 진심 어린 표정으로 팬심에 사진 한번 올려봤다고 하더라. 나도 팬인데 그럼 미친 척하고 넣어봤다. 캐스팅 되면 수정해주겠다고. 근데 진짜 캐스팅이 됐다(미소)."

아이유는 이병헌 감독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현장에서 일적인 이야기 외에는 잘 나누지 않았다. "저랑 성격이 비슷하다. 서로 먼저 말을 거는 타입이 아니다. 근데 너무 일을 또 잘해버리셔서 별로 대화도 안나눴다. 기분좋은 거리감이었다. 아이유씨가 말이 느린 편이다. 근데 영화 초반에 전체적인 리듬을 위해서 빨리가고 싶었다. 홍대를 축구장에서 풋살 연습장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과정이 전형적이다. 속도감 있게 밀어 붙여야했다. 그래서 '속도 조금만 빠르게'라고 하면 알아서 잘 했다. 동선도 과하게 많이 짜줬는데 잘 해줬다."

홈리스 캐릭터는 '이병헌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라인업을 완성했다. 올드보이 환동 역의 김종수, 핵궁뎅이 효봉을 연기한 고창석, 반칙왕 범수로 분한 정승길, 앵그리 키퍼 문수 역의 양현민, 밀림의 왕 영진 역의 홍완표, 긍정파워 사무국장 인국으로 분한 허준석, 그리고 한국산 호랑이 인선으로 분한 이현우와는 첫 호흡이다. 그중 범수는 자신의 연인 진주(이지현)를 두고 윤홍대와 라이벌을 자처한다. 놀라운 사실은 정승길과 이지현은 실제 부부라는 점이다.


▲영화 '드림' 스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수와 진주는 제 실제 친구다. 오랜된 친구인데 둘이 결혼을 했다. 갑자기 사귄다더니 결혼까지 했다. 두 배우님께는 실례되는 제안이었다. 부부는 가장 친밀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그걸 제가 먼저 제안했다. 지현 선배님 대학로 공연을 승길 선배님과 같이 보고 맥주 한잔 하고 헤어지는데 두분이 손을 잡고 가시더라. 저렇게 오래 산 부부가 손을 잡을 수 있지? 그게 문화적인 충격이면서 너무 아름다워보였다. 욕심이 생기더라. 연기적으로는 의심이 될게 없다. 제 욕심에 제안을 드렸다. 선배님들도 고민 끝에 응해주셔서 감사했다."

어렵게 촬영이 시작된 '드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드림' 촬영은 무려 4년간 이어졌다. 헝가리 로케 촬영은 더 빠듯했고, 공을 다뤄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정을 할 수 없었던 현실이 가장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는데 그 시기에는 다 힘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중단이 될지 몰랐다. 일단 중단 됐을 때는 3~4개월 정도 있다가 다시 나갈 줄 알았다. 오히려 좋았다. 푹 쉬면서 글이나 쓰겠다고 했는데 그게 1년이 넘어가니까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예산이 늘어났다. 가장 중요한 촬영을 가장 열악한 상태에서 해야했다. 공은 통제가 안되는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도 헝가리 분량을 다 못 찍을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0회차는 있어야 하는데 15회차 만에 끝내야 했다. 수정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수정하면 30분에서 1시간이 그냥 간다. 스포츠 장르는 연습을 해야한다. 그래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

이병헌 감독은 "감정을 조금 더 올리고 싶었다. 누가 승리하고 긴박하고 긴장감 있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사람들의 드라마다. 액션보다 감정이 중요하다. 뛰면서 그걸 표혀해야 하니 배우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 더 시간을 주고 컷들을 많이 찍고 소스를 확보해서 찍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병헌 감독은 '스물'과 '극한직업', '바람바람바람'으로 코미디 영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드림'은 앞선 영화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실화 소재를 바탕으로 감동과 코믹 사이의 밸런스가 중요했다. 최근 밈으로 떠오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마인드가 '드림'이 말하고자 하는 희망이다.

"실제 홈리스 브라질 월드컵때도 영화처럼 한국 팀을 응원했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커졌다고 하더라. 인기상을 수상했는데 너무 실력없는 사람들이 될때까지 하는 느낌이 대회 취지랑 맞았다고 하더라. 초반에는 코미디가 더 많았다. 꽉꽉 채워 넣었다. 이후 스태프들이랑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걷어내려고 했다. 음악도 다양하게 넣어보고, 조금 더 대중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드림'은 이제 이병헌 감독의 손에서 떠났다. '극한직업' 차기작이기에 흥행 부담감도 따를 수 밖에 없다. "'스물'을 내놓고 업계든 관객들에 평가를 받으면서 코미디 장르에 평가가 박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만든 영화가 '바람바람바람'이다. 저는 정말 다 쏟아서 만든 작품이다. 근데 그런 강박을 갖고 있다보니 촬영 막바지에 '극한직업' 이야기를 듣고 잘하는 걸로 웃겨나 보자였다. 그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했다. 그때부터 많이 내려놓고 강박도 내려놓게 되고 마음도 편해졌다. '드림'은 새로운 프로젝트다. 온전히 그 작품만 생각한다. 스코어는 언제나 신경이 쓰인다. 제 욕심을 채우는 저예산의 예술 영화도 아니다. 투자를 받아서 한 작품이라 투자금을 회수해야하는게 너무 중요하다. 대중 영화니까 그런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영화 '드림' 이병헌 감독/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스물'로 지질한 청춘을 그려내며 공감 웃음을 자아냈고, '극한직업'으로 맛깔나는 대사와 풍부한 캐릭터를 잘 살려 '세트 플레이'에 능한 코미디라는 평을 받았다. '바람바람바람'은 유일하게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이병헌 장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작품이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혼자 작업하다가 내가 왜 이런 부담감을 가져야 하나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한다. 그런 평가나 기대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도 관심이다. 그게 고마운 일이다. 당연히 감수하고 가져가야 하고 제 것이라서 좋은 것 같아서 부담감을 즐기려고 하는 편이다."

흥행에 실패한 '바람바람바람'은 과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공동 작업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모든 것을 내 손에 놓고 통제해서 만든 작품이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코미디 요소를 다 넣은 것이다. 그때 이원석 감독님이 뒷풀이에서 '좋다'고 할 때 '망했다' 생각했다(웃음). '킬링 로맨스'는 그분이 조금 더 갔다고 생각했다. 그런 키치한 장르를 호흡 하나도 안 놓치고 하는데 쾌감도 느끼고 환호하면서 봤다."

차기작도 코미디 장르다. 대중은 이병헌 감독의 영화를 B급이라고 칭한다. 그에게 코미디 장르는 어떤 의미일까. "코미디는 평가가 박한 장르다. B급, 저는 열심히 A를 하고 있다. 근데 사람들이 그런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어릴 때 비디오로 본 게 찰리 채플린 영화다. 중고등학교때도 버스터 키튼의 영화도 봤다. 더 정교한 느낌이었다. 기발하고. 시대의 문제는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슬랩스틱이 많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대단하다 생각했다. 차기작은 완벽한 B같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C급이라고 말할 것 같다. 저는 '극한직업'을 정통 코미디라고 표현한다. 이번에는 진짜 병맛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다른 장르에 대한 도전은 어렵다. 우울감을 디폴트 값으로 가지고 있다는 감독은 호러 장르를 시도했던 경험도 떠올렸다. "혼자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 글 뿐만 아니라 혼자 대사도 해보고 상황도 만들어보고 그게 취미다. 가만히 멍 때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을 하고 있더라. 멍 때리는거에 쓰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한번은 호러 장르 한번 쓰는데, 하루 종일 사람 죽이는 것만 생각했다. 샴푸하면서 눈도 못 감겠더라(웃음). 안 그래도 우울한 사람이 하니 그러니까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 웃어보고 하는게 코미디의 장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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