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인수 "'환혼'때 헤매고, '나쁜엄마'로 만회...심나연 감독 페르소나 되고파"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7-11 06: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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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유인수는 현실에서는 사랑받지 못할 캐릭터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재능을 가졌다. 무명 시절 청춘물 속 빌런 연기부터 방영 내내 안방에 감동의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 '나쁜엄마' 방삼식은 유인수가 아니었다면 애증의 금쪽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유인수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 '환혼' 시리즈에 이어 '나쁜엄마', 그리고 오는 7월 29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새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에 카운터즈로 합류했다. 방영을 앞두고 스포츠W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나쁜엄마' 방삼식 役 유인수/매니지먼트 구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나쁜엄마'에서 유인수가 분한 방삼식은 청년회장과 박씨의 외아들이자 강호(이도현), 미주(안은진)의 친구다. 조우리 마을을 대표(?)하는 사고뭉치이자 금쪽이기도 하다. 방삼식의 분량은 적었다. 하지만 유인수는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했다. 바로 그의 연기 인생의 은인인 심나연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 공개되고 2주 정도 됐을 때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다. 1~4부까지 대본을 보여주셨는데 2부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근데 내용이 너무 재밌었다. 이건 내가 선택하는게 맞겠더라. 오히려 감독님이 더 미안해하셨다."

유인수가 심나연 감독을 은인이라고 하는 이유는 '열여덟의 순간' 때문이다. 유인수는 2016년 독백대회를 통해 독보적인 연기력을 입증받고 연기자로 데뷔했다. 2017년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 단역을 시작으로, 단역과 조연을 가리지 않으며 연기 활동을 펼쳤다. 특히 웹드라마 '복수노트', '학교 2017','부암동 복수자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열여덟의 순간' '멀리서 보면 푸른 봄'까지 다양한 청춘물에서 얄미운 '빌런'으로 활약했다. 그렇게 유인수는 하이틴 장르물에서 빌런 역할로 활약하며 K콘텐츠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어왔다. 그런 유인수에게 처음 배역을 제안한 것이 심 감독이다.

"심 감독님께 다시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좋았다. 감독님과는 '열여덟의 순간'으로 인연을 맺었다.'괴물'도 불러주실 줄 알았다. 작은 배역이라도 준비가 돼 있었다. 근데 안 불러주셔서 서운했다. 그래도 다시 불러주신 것에 너무 감사했다. 시놉시스를 보니 5부부터는 대본 분량이 늘어나더라.무엇보다 제가 등장하지 않아도 엄마(서이숙), 아빠(방원형)가 너무 맛있게 살려주셔서 존재감이 확실했다(웃음)."

심나연 감독은 유인수를 다시 한번 심쿵하게 만들었다. 심 감독의 디렉은 '너 하고 싶은 것 다해라'였기 때문이다. "삼식이는 빌런이지만 감독님은 열어두셨다. 다만 귀엽게 만들어달라고 하셨다. 호감적으로 보여야 한다. 비호감이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귀엽게'에 포커스가 있었다. 보기 부담스럽지 않게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말썽보다도 웃겨야 했다."
 

▲드라마 '나쁜엄마' 방삼식 役 유인수/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SLL, 필름몬스터

극 초반부에는 부모님의 입에 오르내리고, 막 출소한 후 또 한번 사고를 치는 삼식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철이 들지 못한, 사실 현실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삼식이는 너무 자기 생각밖에 안 한다. 빚도 많은데 미주에게 뻔뻔하게 결혼하자고 한다. '미친놈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나의 자신감이라 생각했다. 그 높은 자존감으로 유쾌하게 만들수 있다고 생각했다."

극 초반부에 '내가 강호보다 못난 게 없다'는 대사는 캐릭터 해석에서 나온 애드리브다. 하지만 유인수도 삼식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웠다.그럼에도 시청자들에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조각조각 모아준 감독 덕분이란다.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세뇌했다. 감독님이 제가 막 던진 것들을 살려주셨다. 어떤 장면은 다시 테이크를 가면 다 애드리브라서 다르게 나온다. 제가 너무 막해서 연결을 맞출 수가 없는데도 감독님이 조각조각 만들어주셨더라. 라이브함은 살리고 그것들을 모아서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조우리 마을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심나연 감독과 한번씩 작업 경험이 있는 배우였다. 그 중 삼식이 캐릭터를 살려준 것은 부모로 호흡한 서이숙, 방원형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터프한 우리 엄마와 내성적인 아빠를 반반 섞으면 삼식이가 된다. 하하. 거기서 착안을 되게 많이 했다. 촬영장에서 항상 이야기도 많이 나누신다. 서로 살려주려고 배려도 많이 하신다. '저게 베테랑들의 연기구나'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숙 선배님이라 원영 선배님이 너무 아들처럼 편하게 대해주셨다. 그 두분과 촬영하면서 삼식이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항상 '삼식이 새끼 밥은 쳐먹었냐'고 하시는데 그게 너무 정감갔다. 저렇게 연기하면 잘할 수 박에 없겠다 생각했다. 단순히 기술이 다가 아니랴는 생각이 들었다"

강호 모친 진영순(라미란) 못지 않게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은 사람이 바로 미주 모친 정씨(강말금)다. 유인수는 "방송 보면서 저도 너무 울었다. 현장에서 본 말금 선배님은 너무 귀여우셨다. 너무 사랑스럽다. 성격도 해맑으신 분이다. 그래서 선배님 보면 무장해재되는 느낌이었다. 제가 롤모델처럼 삼는 배우가 진경 선배님과 김미경 선배님이다. 조우리 어머님들도 이제 포함된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드라마 '나쁜엄마' 방삼식 役 유인수/매니지먼트 구
 

후반부에는 조우리 마을에서 남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던 삼식이 강호의 조력자로 나선다. 유인수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성의료원에서 미주와 함께 오하영(홍비라)을 납치하는 시퀀스다. 극 중 하영 부친인 오태수(정웅인)의 가드들을 속이기 위해 가발을 택했다. 유인수는 "대본은 약간의 진지한 느낌이었다. 가발 쓰고 나서는 의미가 없어지더라. 진지하면서 웃기더라. 은진 누나랑 촬영하면서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 촬영 끝나고 나서 누나가 이거 괜찮나라고 걱정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가발 착용은 심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준비된 가발은 너무 예쁘기만 했다. "가발이 3개가 있었는데 너무 멀쩡하고 예쁘더라. 그때 미주 액션 대역 분의 가발을 발견했다. 한번 만 써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쓴 다음에 감독님께 보여드렸다. 너무 좋아하시더라. 그걸 쓰고 나서는 웃긴 상황밖에 연출이 안 된다. 10시간을 촬영했는데 수염이 자랄 정도였더. 그것 조차도 살려주셨더라. 하하.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었지만 방송으로 보니까 재밌었다."

유인수는 이도현, 안은진과의 호흡에 대해 "비슷한 또래의 배우다. 저는 약간 아직도 작품을 크게 콘트롤 하기보다 인물로서 밖에 못보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근데 두분은 작품을 넗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를 그 넓은 그들만의 시야 안에서 도구적인 면으로 사용한 느낌도 있다. 도현 형과 막걸리 씬에서 제가 애드리로 가득 채우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근데 형이 리액션 하나로 본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더라. 그때는 나를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다. 정말 형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인수에게 '나쁜엄마'는 필모그래피에 추가할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내 필모에 이런 작품 있어서 좋다. '지우학', '환혼', '경소문2'까지 모두 판타지 작품이다. 그래서 저는 사람 사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이 작품으로 해소할 수 있어서 더 할 나위 없다."
 

▲드라마 '나쁜엄마' 방삼식 役 유인수/매니지먼트 구

판타지 작품들에 비해 우리 생활에 밀접해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였기에 주변에서도 반응이 쏟아졌다. "저희 엄마가 집에서 하는 행동을 저기서도 하냐고 하시더라. 하하. 제가 나오는 장면을 너무 재밌게 보셨더라. 저희 집이 실제 충청도다. 충청도가 기반이 되는 작품이라는 점도 좋아하신다. 웃겼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해주셨다."

또 유인수는 삼식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사랑을 느꼈단다. "어떤 분이 산후우울증을 겪는데 삼식이를 보면서 웃으셨다고 하더라. 저는 제 연기를 보는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한다. 진지하던 악역이든 즐겁게 하고 싶다. '지우학'도 히히덕 거리면서 촬영했다. '나쁜엄마' 때는 이런 류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구나 느낌을 많이 받아서 감사한 마음에 꼭 말씀드리고 싶다(미소)."

유인수의 전작은 '환혼'이었다. '지우학'에 이어 자신의 연기력을 증명하고 싶었기에 박당구를 분석하고 연기했다. 하지만 그는 '환혼' 촬영 당시 혼란스러움을 많이 겪었다고 털어놨다. "'환혼' 이전까지는 연기를 무작정 열심히 했다. '지우학' 나오고 나서 연기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받아서 그걸 다시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해온 방식과 다르게 찾아가는 시간을 가지면서 시즌1에서는 헤맸다. 한 평생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이 스무살이 되서 탈색, 화장도 한다고 생각해봤다. 나름 연기도 정돈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방송 보는데 스스로 우왕좌왕 하는 느낌을 받았다. 시즌2에서 내려놓기 시작했고, 마무리가 되면서 너무 아쉽더라.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아마도 '지우학' 이후라서 부담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환혼' 때 유준상 선배님이 좋게 봐주셨는지 '경소문2'에 추천해주셔서 합류하게 됐다. '경소문2' 하면서 내 템포를 찾은 듯한 느낌이라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완벽한 페이스를 찾았을 때 '나쁜엄마'로 심 감독과 재회했다. "'내 인생에 기회다, 못 잡으면 바보다'라고 느꼈을 때가 딱 두번 있었다. 그게 '지우학'과 '열여덟의 순간'이었다. '열여덞의 순간'에서 처음으로 배역이 있고 서사가 있는 이야기가 있는 인물을 처음 맡았다. 당시에도 심 감독님은 '네가 하고 싶은대로 만들어오라'고 하셨다. 먼저 이야기해주셨다. 그게 엄청 큰 부담이이기도 했는데, 제 안에 희열감도 느껴졌고, 진짜 배우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진짜 잘하고 싶었다. 내 역할의 비중을 떠나서 정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우학'은 일생일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재규 감독님도 너무 특별한, 소중한 인연이다. 심 감독님은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신다. 너무 감사하다. 감독님의 페르소나나 애착인형이 되는 것이 꿈이다(웃음). 감독님 차기작도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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