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종영후에도 여전히 넷플릭스 글로벌 CKXM TV부문(비영어) 상위권을 차지하는 작품이 있다. 방영 내내 안방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12부작 드라마다. 최고 11.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700억원의 횡령자금을 둘러싸고 오인주(김고은)와 원상아(엄지원)가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대립했고, 반전의 결말은 통쾌함을 안겼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 박효린 役 전채은/사람엔터테인먼트 |
전채은은 '작은 아씨들'에서 원상아의 딸이자 오인혜(박지후)의 친구 박효린을 연기했다. 한달 전 종영했지만 현재 고2,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전채은은 내방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전채은이 분한 박효인은 극 초반에는 전형적인 부잣집 새침떼기 이미지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그가 가진 내면의 아픔이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초반 효린이는 친구를 대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집에서만 지내고 드라마상에서도 왕따라는 이야기도 나와요. 다른 사람을 대하는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졌고, 그걸 유일하게 받아준 친구가 인혜였어요. 효린이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몰라요. 인혜의 그림으로 상 받을 때도 영악해 보이죠. 사랑을 갈구하는 캐릭터였어요. 단순히 상을 받으면 부모님이 기뻐하니까 그게 좋은 거였어요."
'작은 아씨들' 오디션 때는 인혜와 효린, 둘 다 표현해야했다. 우연치않게 2~3차 때부터 극 중 절친 오인혜로 호흡한 박지후와 2인 1조가 돼 오디션을 봤다. "정말 신기했어요. 오디션에 같이 붙었을 때는 더 신기했죠. 언니한테 많이 물어봤어요.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에 대해서요. 서로 대기실을 같이 쓰면서 조언도 주고 받았어요. 진짜 효린과 인혜처럼 촬영내내 지냈던 것 같아요(미소)."
▲드라마 '작은 아씨들' 박효린 役 전채은 스틸/tvN 제공 |
효린이로 배역이 정해진 후 정채은은 감정변화에 집중했다. 앞서 '부모님이 기뻐하면 효린도 기쁘다'는 것을 중점으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만들어나갔다. "그 모습을 더 증폭시키려고 했어요. 그건 저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다만, 그게 집착적으로 보인 게 효린이죠. 효린이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엄청 강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의 애정을 갈구하던 효린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부모님의 진짜 얼굴을 알고나서부터다. 전채은은 "엄마랑 아빠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효린이 표정변화가 생겨요. 행복해보이려는 연기를 할 때 부모님의 시선이 닿지 않을 때 표정을 바꿔요. 그때 감독님이 그 표정이 재밌다고 많이 웃으셨어요. 모니터 했을 때도 제가 표현하려고 했던대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작은 아씨들'은 영화 '헤어질 결심'의 각본가 정서경 작가의 두번째 드라마이자 '사랑의 불시착'과 '빈센조'를 연출한 믿고 보는 김희원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전채은은 "저는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라며 미소지었다.
"감독님이 웃음이 되게 많으세요. 표정이 잘 나오면 빵빵 터지시거든요. 그럴 때마다 굉장히 뿌듯했어요. 대본을 깨끗하게 쓰지 말라고도 해주셨어요. 긴 대사의 포인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씀해주시고요. 정말 배우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어요. 작가님은 대본리딩 때와 쫑파티 때 뵀는데요. 처음 오디션 영상을 보시고는 '정말 효린이 그 자체였다'고 해주셔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어요. 8회 엔딩 때는 화영(추자현)이 살아있는 줄 알고 덫에 걸렸어요. 9회가 정말 궁금했었어요."
▲드라마 '작은 아씨들' 박효린 役 전채은 스틸/ tvN 제공 |
부모님으로 호흡한 엄기준(박재상 역), 엄지원에 대해서도 전했다. "아빠(엄기준)는 효린이랑 붙는 씬에서 화를 많이 내셨거든요. 근데 선배님은 평소에 되게 유쾌하세요. 촬영들어가면 바로 몰입하시고, 진짜 아빠가 앞에 있는 것처럼 화내는데 윗입술이 떨리는 것을 보고 저도 그렇게 몰입할 수 있을까 궁금했었어요. 엄마(엄지원)는 진짜 친엄마 같았어요. 쉬는 시간에는 같이 세트장도 구경하고 사진찍고, 깨발랄하게 놀았어요. 밥 먹는 씬에서는 촬영 끝나고도 그 밥을 다 먹었었어요. 대본 속 엄마가 아무리 나쁜 사람이어도 효린이한테는 그런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제가 힘든 부분이 있을 때는 여쭤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응원을 받았던 것 같아서 감사해요."
'작은 아씨들'에서 효린은 부모님 곁을 떠나 인혜와 둘이 긴 여행을 떠난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구경하고 자유로운 삶을 택한다. 전채은은 "저도 시험공부 할 때 가끔 해외로 가고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장면 댓글을 봤는데 '애들이 꿈이 거창하다', '아직 뭘 모르네' 그런 반응들이 있더라고요. 돈이 있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돈은 효린이, 용기는 인혜가 갖고 있어서 가능한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대중은 '작은 아씨들'로 전채은을 알게 됐지만, 사실 전채은은 2020년 영화 '돌멩이'에서 주연으로 데뷔했다. '돌멩이'에서 아빠를 찾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 아이 장은지로 분한 그는, 신예답지 않은 딕션과 표정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몸은 어른이지만 지능은 8살 아이인 석구로 분한 김대명과 남다른 케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지식도 없었을 때에요. 대명삼촌이 엄청 도와주셨어요. 제가 상황에 몰입하기 어려워하면 다른 상황에 빗대서 설명해주셨어요. 연기도 시뮬레이션도 해주시면서 공감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드라마 '작은 아씨들' 박효린 役 전채은/사람엔터테인먼트 |
'돌멩이'에서는 송윤아와도 호흡했다며 "그때 언니라고 불렀어요"라고 회상했다. "전주 올로케 촬영이었어요. 엄마도 안 따라오셨는데 의지할 사람이 대명 삼촌이랑 윤아언니밖에 없었어요. 송윤아 선배님이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촬영 내내 불렀어요. 그때는 정말 같이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때였어요."
전채은은 어릴 적 합창단원으로 뮤지컬에 도전하며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 뮤지컬을 마치고 자신을 캐릭터로 기억해준 관객들을 보며 '간접체험'에 끌렸다. 그때 마침 씨네21의 신인발굴 프로젝트에 합격했고 '돌멩이'를 찍게 됐다. 그때가 무려 13살이었다. "영화 촬영하고 3년후에 개봉했는데 부산국제영화제도 초청받았거든요. 근데 실감이 잘 안났어요. 그냥 '내가 한 연기가 저렇게 나왔구나'라는 생각만 있었어요."
이후 드라마 '악마판사','오늘의 웹툰',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작은 아씨들'까지 차근차근 연기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배울로 굳히게 됐다. "'작은 아씨들' 이후로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행동을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SNS에 외국어 댓글도 많아지고, 학교에서도 선후배, 친구들이 알아봐요. 잘봤다고 해주시는데 내가 의도한대로 효린이를 봐주셨다는 생각에 너무 좋았어요."
롤모델은 엠마왓슨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고, 성장과정을 함께 봤어요. 연기 뿐만 아니라 환경 사랑에도 앞장서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저도 보면서 배우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착하게 보이는게 아니라 나쁜 행동을 하지 말자고 생각해요."
취미는 방과 후,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는 것이란다. "코노도 자주 가고요. 시험 끝나고는 홍대 가서 친구들이랑 노래방도 가고 카이막도 먹고 그래요. 저는 주로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나 '오리날다' 같은 노래랑 아이유 선배님의 노래를 너무 좋아해요. 노래하는 것이 연기 감정전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유 선배님 '가을 아침' 참 좋아하는데, 꼭 한번 봽고 싶고 기회가 된다면 같이 노래도 불러보고 싶어요(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