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적' 김남길의 종합선물세트..."독립군되는 이야기였다면, 안했을 것"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2 17: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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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넷플릭스 '도적'은 김남길의 종합선물세트다. 1920년, 나라와 삶의 터전을 빼앗긴 뼈 아픈 시절,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담아낸 '도적'. 김남길은 이윤의 희노애락이 담긴 삶을 그려내며 또 한번 글로벌 팬심을 사로잡았다.

 

'도적'은 1920년 중국의 땅, 일본의 돈, 조선의 사람이 모여든 무법천지의 땅 간도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하나 된 이들이 벌이는 액션 활극이다. 일제 강점기, 내 가족을 지키는 사람, 빼앗긴 나라를 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 자발적으로 일본군이 되어 독립군 토벌에 앞장서는 사람,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누구든 죽이는 사람 등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후 공개 3주차에도 글로벌 비영어 작품 TV부문 9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인들에 시대적, 역사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며 호평 받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이윤 役 김남길/넷플릭스
 

김남길은 도적단의 리더 이윤을 연기, 이윤은 가족만큼 소중한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지켜낸 인물이다. 김남길은 배우 고규필과 친분이 있는 작가로부터 '도적' 대본을 받게 됐다. 당초 20부작이었던 '도적'은 김남길을 만나기 전과 후로 장르가 완전히 뒤바뀐다. "초반에는 코믹적인 소재였는데 완전히 달라졌다. 20부작을 9부작으로 압축했다. 1920년대 이윤이 조선에서부터 밀려나면서 눈을 떠 보니까 독립군에 와 있는, 유랑극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 있어서 처음에는 코믹 장르라고 해서 갸우뚱 했었다. 디벨롭 되면 보자고 했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앙상블과 액션에 코믹한 요소, 감동까지 더해진 지금의 작품이 완성됐다."

 

김남길을 사로잡은 것은 명확한 빌런이 없는, 시대를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시대의 사람들이었다. "관점에 따라 빌런이 바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 사람 입장에서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크다. 그 시대를 어쩔 수 없이 통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다. 침략전쟁의 역사는 다른 것 같다. 당시에는 동포도 팔아먹는 시대였다. 일본에서 파견된 오오카 경시마저도 천황폐하의 은덕보다는 매일 집에 가고 싶어한다. 등떠밀려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지키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내 가족만을 지키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윤이 독립군이 되는 이야기라면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립적인 입장의 이윤이 매력적이었다. 내 소중한 삶의 터전을 빼앗는 사람들을 그 안에서 지키겠다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극 중 이윤은 일본군인 이광일(이현욱)의 노비였지만, 간도로 넘어와서는 도적단을 이끄는 두목으로 살아간다. 김남길은 "이윤의 가족 서사가 많았다. 나라를 잃은 것에 대한 복수와 부모님의 복수도 있지만, 쉬운 게 아니다. 작가님께서는 그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간도로 도망온 것이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동질감이 느껴졌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이윤 役 김남길 스틸/넷플릭스
  

이윤은 노비 출신이지만, 혈혈단신으로 포병대 하나를 박살낸 전적이 있는, 능력자다. 총기 사용에 능하며, 감재사자(살피고 다스리는 사자)라는 별명의 소유자다. 김남길은 액션을 잘하기로 정평난 배우이지만, 20kg이나 되는 장총을 들기 위해서는 그도 연습이 필요했다. "'아일랜드' 찍을 때 눈뜨면 촬영 전에 장총을 몇 번 돌려보면서 손에 익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윤은 기존에 제가 했던 능동적인 캐릭터들과는 달리,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은 정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게 답답함이 좀 있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불안 요소라고 생각하지만, 가족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들여다 보는 부분, 그래서 돈을 뺏고 하는 것들이 아이러니했다. 일본이 침략하는 것보다, 당장 중국군이 와도 우리 가족은 터전을 잃는다. 성향을 봤을 때 완전히 차분한, 직업적인 캐릭터가 아닌 이상 정적으로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차분함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도적'은 스틸, 포스터부터 웨스턴 장르를 연상케 한다. "웨스턴 장르기보다 표방한다는 느낌이 더 크다. 우리도 말과 총, 만주벌판이 '황야의 무법자'나 '장고' 같은 웨스턴 느낌이 있을 수 있어서 신선할 수 있어서 도전해보자고 한 것이다. 간도는 중국인, 조선인, 일본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섞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포인트를 가지고 가려고 했다."

 

또한 척박하고 매마른 간도 땅을 배경으로, 장총과 중절모, 말까지 자연스럽게 영화 '좋은 놈, 이상한 놈, 나쁜 놈'(이하 '놈놈놈')을 연상시킨다. 특히 말을 타면서 장총을 돌려서 쏘는 액션까지도. 박도원(정우성 역)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김남길은 "비슷한 시대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데 '놈놈놈'은 세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도적'은 작품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강점이라고 생각했다. '놈놈놈'과 비교도 많이 되기도 했지만, 영화가 조금 더 압축적인 장르라면, '도적'은 시리즈로 가져올 수 있는 장점들이 있었던 것 같다. 웨스턴 영화들도 장총을 많이 돌려서 액션을 한다. 스타일리시한 장치적인 부분이다. 꼭 '놈놈놈'을 따라한 것은 아니다. 우성 형도 그런 쪽에서 차용했을 것 같다. 우리 작품보다 먼저 나온 소재이기 때문에 비켜나갈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이윤 役 김남길 스틸/넷플릭스
 

앞서 김남길은 과거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 도중 낙마사고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이 척추를 찍어 큰 부상을 입었던 바. '도적'에서 말은 필수였다. 또한 절친한 선배 정우성이 말과 교감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얻기도 했다. 김남길은 "제가 과거 말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다. 겁이 많은 동물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고 했다. "말은 뛰는 동물이 아니더라. 포식자나 공격적인 것들을 피하기 위해서 뛰는 것이지 평상시에는 안 뛴다고 하더라. 아이같이 섬세하게 다뤄야한다고 하더라. 무리 중에 있던 말 한마리만 빼오면, 빼온 말이 다시 그 무리로 합류하려고 하더라. 기수처럼 말을 달리게 해야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들이 불안해 하지 않는게 중요해서 예민하게 다뤄서 촬영해야 했다. 그러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뀐 것 같다. 제가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 같다."

 

'도적'에서 김남길은 도적단의 두목으로 마상 총기액션은 물론, 맨손 액션,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인다. 첫 만남에는 적대적이었던 언년이(이호정)와 관계는 극 말미, 함께 동고동락하는 동지가 된다. 서로를 독대하는 액션 씬이 있었기에 신예 이호정과의 호흡도 중요했다. "액션도 경험이 쌓여야 한다. 호정이는 민폐 끼치고 싶지 않다고 많이 얘기했었다. 본인도 알고,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 생각을 안하게 하고 싶었다. 작품에서 소외감 들게 하는 게 진짜 싫다. 이 정도의 역할만 하겠다 생각하면 되게 외롭다. 액션 할 때 수월하지는 않다. 저는 익숙하다. 그 친구는 경험이 많이 없어서 주먹을 하나 뻗는것도 스트레스르를 받는다. 힘 있게 뻗고 길게 뻗어야 하는 신체를 갖고 있다. 용기를 주고 싶었다. 제가 경험치를 갖고 있고 따라오라는 것이 아니라 중이 중간지점의 합을 찾아야 한다. 갖고 있는 합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조언했었다. 항상 만족할 수는 없다. 저도 그래서 반성을 많이 한다. 호정이는 그런 부분들이 기특했다. 사실 언년이 같은 역할은 잘 안하려고 한다. 액션 자체가 힘든 부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 친구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하고 싶어했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보였다. 호정이는 더 잘 될 친구다."

 

이호정과 적대적인 관계로 액션 호흡을 펼쳤다면, 서현과는 시대적 서사를 배경으로하는 만큼 애틋한 로맨스를 펼쳤다. 가냘픈 모습이지만, 불굴의 의지와 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똘똘 뭉친 독립군 남희신(서현)과 그의 뜻을 지지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이윤의 모습은 그 어떤 로맨스보다 절절하고 안타까웠다. 김남길은 "우리는 능동적으로 캐릭터로 움직이는데, 서현이는 현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독립군이 모두 강해서 독립군이 되는게 아니다. 현장에서도 다른 캐릭터들은 유머러스하고 밝은 느낌이다. 서현도 독립군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불안해했다. 여리여리하고 약해보일 수 있지만, 마음가짐은 누구보다 강한 것을 표현해야한다. 그걸 잘 좀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해줬다."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이호정 김남길 스틸/넷플릭스

이윤은 남희신이 무사히 독립군에게 자금은 전달할 수 있도록 끝까지 그의 곁을 호위했다.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던 이들은 헤어지기 직전 서로의 이름을 묻고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뒤엉켜 첫 입맞춤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한다. 사실 해당 장면은 호불호가 갈리는 장면. 김남길 역시 "이윤이 키스하는 명분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했다. "순수한 희신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언제 볼지 모르는, 그게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전달하지 못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보는 사람들이 답답할 수 있는 캐릭터를 묵묵하게 잘 했던 것 같다."

 

'도적'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실제 조선인들이 아픔을 겪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무겁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시대이기에 김남길을 책임감으로 이끌었다. 특히 김남길은 드라마 '열혈사제'(2019)를 통해 차세대 초통령으로 거듭났다. 김해일 신부 덕분에 다수의 초등학생들 장래 희망이 '사제'일 정도였다. 하지만 '도적'은 당시의 시대를 비추는 잔혹한 참상을 고스란히 담아 다소 수위가 높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이에 김남길은 "지지층이 없어진 느낌이다"고 아쉬워했다. "책임감은 어쩔 수 없이 드는 것 같다. 재미도 포기할 수 없고, 침략 전쟁이나 역사적인 사건들을 모티브한 작품들도 그것들이 재밌게 보고 나면 저도 역사를 찾아본다. 우리가 이런 시대도 잘 극복해왔다는 것, 장르적인 삶들을 보여주는 면으로도 좋은 것 같다. 다만, 초등학생들이 볼 수 없는 수위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근데 요즘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도 다소 수위가 높은 것들이 있더라. 보호자의 지도하에 본다면, 아이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도적'은 시즌2를 암시하며 막을 내렸다. 20부작에서 9부작으로 압축한 만큼 아쉬움이 크다. "시리즈 기획은 좋지만, 잊혀질 수도 있다. 당위성이 있는, 아껴뒀던 이야기를 먼저 풀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극을 끌고가는 인물의 서사를 위주로 풀어낸 이야기다. 기회가 된다면 마적단에 모이게 된 이들과 언년이 등의 전사도 풀어낼 수 있었으면 한다. 일단은 좋은 건 9부작에 다 때려넣었다. 하하."

 

 

▲넷플릭스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 이윤 役 김남길/넷플릭스

 

그러면서 김남길은 "더 센 빌런이 존재한다. 광일이나 마적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싸운다. 광일이도 친일파지만 일본 사람은 될 수 없다. 그들이 다시 뭉질 수 밖에 없었는지 10부로 마무리 할까도 했지만, 피로감이 있더라. 저 또한 4부작, 6부작에 익숙해져 있어서 승모근이 잔뜩 굳어서 보게 되더라. 시즌2는 내년 가을에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웃었다.

 

김남길은 앞서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에서도 보여진 것처럼 다정다감한 성격에 상대와의 대화가 쉽게 끊이지 않는, 유쾌함을 지닌 사람이다. 수다쟁이라서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사담을 나누는 기분이 들 정도로 분위기를 이끄는 능력을 지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작품과 연기에 대해서는 사려깊은 사람임은 분명하다. 또 김남길은 지난 2012년에는 문화예술NGO '길스토리'를 설립했다. 현재 길스토리는 문화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을 표방하는 NGO로서,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기 외에도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배우다.


김남길은 "그 모든게 연기하고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영향력을 돌려주고 이런 것을 떠나서, 배우는 삶에 많이 맞닿아 있어야 하나고 생각한다. 가수는 트레이닝하고 연습을 해서 나아지는게 보인다. 연기는 표현법이나 발성은 바뀔 수 있어도 NGO나 다른 쪽에 시선을 열어둔 것은 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다. 한쪽에 치우치지는 않아야 하지만 그래도 유연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세상이나 삶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연기할 때 고민이 나오는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지, 전체적으로는 무슨 이야기인지는 다른 관점이다. 제가 관심가는 쪽의 이야기는 그래도 찾아보는 편이다"고 했다.

 

이어 "시대적으로 모두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행복감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나눌 수 있는게 중요한 것 같다. 주인공은 조연을 빛나게 하는 것이다. 저도 주인공이 되서 극을 이끌고 있지만, 예전에는 소외감이 들어서 꿈을 포기할까도 생각해봤다. 그렇게 같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 필요한 존재들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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