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우영우 변호사에 크게 영향을 주는 인물이라서 너무 좋았다. 제 그간의 흥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 것 같다."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렸다.
지난 6월 29일 첫 방송이 0.9%를 기록, 5회만에 마의 시청률 10%를 돌파, 10회는 15%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국내 뿐만 아니라 지난 넷플릭스 비 영어권 작품 기준 글로벌 1위를 3주째 기록, 미국을 비롯한 50여개국 글로벌 TOP 10에 오르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명석 役 강기영/나무엑터스 |
종영에 앞서 서울 강남의 모 카페에서 만난 강기영은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자리마저도 감사하지만 끝난다는 아쉬움이 있다. 결말은 전혀 나쁠 게 없다. 우영우 변호사에 크게 영향을 주는 인물이라서 너무 좋았다. 제 그간의 흥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인기를 예상했냐는 물음에는 "대본을 봤을 때 통통 튀고 명랑한 느낌이어서 좋았다. 확신은 있었는데 이렇게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를 얻을 줄 몰랐다. 시청률은 신생 채널인데도 정말 비현실적이어서 겁을 상실하기도 했었다. 다들 현장에서 기쁘면서도 얼떨떨해 했었다"며 웃었다.
'우영우' 최종회에서는 우영우가 자신의 친모인 태수미(진경)를 설득해 그 아들이 법정에서 자백하며 '라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마무리지어졌고, 우영우는 한바다의 정식 파트너 변호사가 되며 변호사로서 한층 성장했다. 또한 정명석 변호사(강기영)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 전 부인과 다시 시작하며 법무법인 한바다 복귀를 고민하게 됐다.
강기영이 연기한 정명석은 법무법인 한바다의 14년차, 시니어 변호사다. 누구보다 독하고 치열하게 달려온 정명석은 일찍이 대형 로펌 시니어 변호사에 올랐다. 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때로는 독선적이기까지 한 그에게 특별한 사고방식을 가진 우영우가 맡겨진다. 이상하고 엉뚱한 멘티 우영우로 인해 완벽했던 그의 로펌 인생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강기영은 '우영우' 대본을 처음 봤던 당시에 대해 "예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그런 작품들을 너무 좋아한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대본을 보는 내내 잠시 코로나19 시국이 잊혀졌을 정도다. 피로감이 덜했고, 정말 하고 싶었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명석 役 강기영/나무엑터스 |
앞서 간담회에서 문지원 작가는 정명석 캐릭터에 대해 '40대의 멋짐을 넣은 캐릭터'라고 했다. 정명석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 궁금했다. "겸손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누가 했어도 멋있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이전에 해본 적 없는 느낌의 FM적이고 샤프한 느낌의 시니어 변호사다. 외형적으로 표현을 많이 하려고 했다. 수트를 입어야 하니까 살을 좀 뺐다. 연기적으로는 기본기와 자세를 재정비했어야 했다. 대사 자체가 법률용어이기도 해서, 제 습관대로 자세로 대사를 칠 수 없겠더라. 기본기가 너무 훌륭한 박은빈 배우가 있으니 자극이 된 것도 있다. 배운 것도 많다. 좋은 악기를 만들어야 좋은 소리를 내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또 강기영은 "'구력이 비춰져야하고 노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를 옥죄더라. 배우들과의 케미, 관계성 위주로 하다보니 지금은 많이 편해졌다. 그래서 지금의 명석이가 탄생한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런 결의 역할을 해본적이 없어서 두려웠다. 그런 척 하려고 했다. 진행되다 보니 익숙해지는 부분도 있고 배우들의 리액션도 있어서 명석이가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명석은 누구보다 독하고 치열하게 달려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남들과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진 우영우를 이해했고, 최수연(하윤경), 권민우(주종혁)까지 신입 변호사들의 멘토로 활약하며 '유니콘 멘토'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기회 자체를 반복해서 주는 상사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으로 우영우 변호사를 바라본 것 같지만, 결과를 만족 시킨 부분이 있다. 노련한 변호사보다 정의로운 변호사로 일해가는 모습이, 명석에도 신입 변호사의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둘의 케미가 맞아서 명석이가 보여진 것 같다. 저도 실패했다고 단칼에 자르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생각이다. 명석이도 그렇다. 가능성을 봐야지. 눈 앞에 있는 결과로만 판단하고 실패했으니 기회를 떨어져나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이 유니콘 상사라는 수식어를 얻게 한 것 같다. 누군가에도 은사가 있고 멘토가 있다. 그런 분이 계실 것이라는 희망으로 연기했다."
▲ENA 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명석 役 강기영/나무엑터스 |
'유니콘 멘토'라는 수식어가 붙게 한 장면들 중 탈북자 에피소드 내 구내 식당 씬은 많은 화제가 됐다. 극 중 동기인 장승준(최대훈)이 '정의로운 의사협회'와의 계약이 해지돼 수십억짜리 고객을 놓쳤다며 공개적으로 힐난했다. 이에 정명석은 신입 변호사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깟 공익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라고는 하지 말자'며 먼저 자리를 떴다.
강기영은 "구내 식당에서도 스스로 인정하고 내 불찰이라고 인정하는 모습이, 이런 현실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다. 제가 후배들에는 연기를 조금 더 많이 한 입장으로서는 조언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저도 '예 알겠습니다' 하고 듣지 않는 것 같다. 저도 실패해봐야 절실하게 깨닫는 타입이다. 그런 역할이 비슷했던 것 같다. 그걸 반복하다보니 실수를 해야 깨닫더라. 실수했을 때의 조언, 멘토적인 면이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자신과 닮은 점을 전했다.
현실에는 없는 '유니콘 멘토'는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일부 네티즌은 '엄마 미안, 나 유부남 좋아해' 등의 밈으로 반응을 보이며 강기영의 '정명석 변호사'에 환호했다. 강기영은 "정말 감사했다. 이전에는 재미나고 유쾌한 기능을 하는 역할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저를 안 궁금해 하실 줄 알았다. '강기영은 강기영'이라고 느끼실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이 명석이가 그 호기심을 자극한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열의가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극 후반부에는 정명석이 위암 3기라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강기영은 촬영 중반 때 '위암' 설정을 알게 됐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만하고 스트레스가 쌓였던 명석에는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캐릭터 빌드업을 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중반부에 위암 설정을 알고 충격 받았다. 그냥 아플 예정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렇게 크게 아픈 줄 몰랐다. 빌드업을 하려고 애를 썼다. 이런 서사를 가지면서 이런 결과를 갖는 인물이 별로 없어서 저도 어떻게 표현할지 긴장했다. 외적인 그림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럴 때 우영우가 도움이 많이 됐다. 되돌아보게 하는 역할도 우영우가 해줬고, 우영우만의 방법으로 정명석을 챙기는 부분들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연기하면서 이런 느낌도 생소하고 낯설었는데 감정 교류라는게 이런 것이라는 걸 느껴서 새로웠다."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