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힘쎈여자 강남순' 김정은 "'너 보려고 봐' 댓글, 다시 없을 영광이었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1-30 0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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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김정은을 떠올리면 "여러분 부자되세요"와 "애기야 가자!"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전자는 한 카드사의 광고 문구로, 김정은이 광고 내내 외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후자는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년)에서 한기주(박신양 역)가 억울한 일을 당한 여주인공 강태영(김정은 역)에게 했던 명대사다. 대중에게 캔디 여주인공의 대표로 기억됐던 김정은이 카리스마 넘치는 모성애 캐릭터로 돌아왔다. 민폐만 끼치던 여주인공은 더 이상 없다. 황금주 3대 모녀는 위험한 상황에 스스로 뛰어들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그 어떤 슈퍼 히어로보다 가슴 따뜻한 영웅이었다.


지난 26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이경식, 제작 바른손씨앤씨·스토리피닉스·SLL/이하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글로벌 쓰리(3) 제너레이션 프로젝트로, 최종회에서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모녀 히어로' 강남순(이유미), 황금주(김정은), 길중간(김해숙)의 통쾌한 정의 구현을 실현했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황금주 역 김정은/소속사 제공

'힘쎈여자 도봉순'이 'K-여성 히어로물'의 새 지평을 열었다면, '힘쎈여자 강남순'은 더 나아가 한국형 가족 히어로물의 진수를 선보였다. 모계유전으로 내려오는 힘을 좋은 일에만 써야 한다는 '힘쎈' 세계관 위에 한층 강력해진 세 모녀 히어로의 '대대힘힘' 괴력은 사회악에 맞서 약자를 돕는 데서 더욱 빛났다. 김정은은 종영을 앞두고 스포츠W와 만났다. '강남순'으로 2년만에 복귀한 김정은은 "반응들이 좋아서 과정을 다 잊었다"며 "세상에 나오미 캠벨이 보다니.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넷플릭스 순위도 좋고, 인도에서는 서면 인터뷰 요청까지 왔다. 너무 행복하게 찍었는데 반응도 좋아서 다행이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김정은이 분한 황금주는 강남 전당포 '골드블루' 대표다. 자존감 드높은 한강이남 최고 현금 졸부로, 44세라곤 하지만 30대로 보이는 동안인데다 20대부터 이재에 밝고 돈에 대해 촉수가 발달한 인물이다. 스스로를 졸부로 부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재력과 시간, 힘을 아끼지 않는다. 사실은 현실에 다시 없는 유니콘 같은 캐릭터다.

"스스로를 졸부라고 지칭한다. 난 돈지랄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황금주는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 돈으로도 해결하는 마인드가 좋았다. 황금주는 정의롭다. 정의로운데 돈을 플렉스하는 인물은 모순적이라 생각했다. 부와 함께 할 수 없는 정의였다. 저는 이런 정의를 많이 얘기했던 사람으로서 목마름이나 답답함이 있었다. 가난한 정의가 누구를 위한 정의일까. 내 만족을 위한 정의라면 타인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현 시대의 새로운 정의라고 생각했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황금주 역 김정은 스틸/JTBC

황금주 집안의 여성들은 대대로 정의로운 일에 힘을 써왔다. 황금주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마약을 유통하는 두고의 류시오(변우석)를 잡겠다고 나선다. "힘은 권력의 상징이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여성은 약자의 이미지로 소비돼 왔다. 그런 부분들을 풍자하면서 비틀어버리는 게 통쾌했다. 이 집안 남성들은 다들 약하다. 황금주는 가장으로서 돈을 버니까 오히려 더 가부장적이다. 그 설정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많은 장면들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비서 남길(이중옥)에게 백(bag)을 들게 했고, 회의 씬에서 박수를 유도하면서 회장님에 과잉 충성하는 모습도 설정했다. 동생 황금동(김기두)은 더 병약하게 보이려고 해서 재밌었다(웃음)."

황금주의 정의는 가난과는 거리가 먼, '플렉스' 그 자체였다. 그는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까지도 돈을 쓰는 것을 서슴치 않았다. 특히 극 중 자신의 잃어버린 딸 행세를 하는 조선족 리화자(최희진)의 정체를 알고도 돈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5살 때 잃어버린 딸이 자신과 재회하는 과정에서 만난 이들에게는 억대의 현금을 안기며 은혜를 갚았다. "작가님이 써놓은 재밌는 장치였다. 돈은 이렇게 써야지 하면서 플렉스 한다. 황금주는 괴력은 있지만 구구단을 못한다. 근데 갑자기 길중간 여사가 카운터를 맡기자 계산을 한다. 그리고 돈을 모으는 과정도 그려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큐 100 이하다. 그게 재밌고 현명한 장치라고 생각한다. 힘이 세고, 정의롭고 돈도 많은 사람이 완벽한 구성이 있다면 완벽하게 사랑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황금주는 철저하게 B급 강성이다. 너무 투머치인 대인배다. 저는 그런 게 똑똑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힘이 쎈 황금주에 액션은 필수였다. 황금주는 류시오를 잡기 위해 딸 남순이와 함께 뛰어들었고, 죽을 고비에 처하지만 류시오보다 한 수 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 그녀가 악을 응징할 때는 상·하의 가죽 슈트에 오토바이는 필수였다. 김정은은 "오토바이 대역이 3명이 있었다"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황금주는 S라인을 강조한다. 저처럼 오토바이를 허리를 꺾고 타는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 하하. 근데 저는 그걸 섹시하게 하기 위해 요가 선생님이랑 견상 자세를 열심히 연구했다. 내릴 때도 허리를 꺾었다. 대역 배우분이 하실 때 '허리를 더 꺾어달라'고 요청을 드렸다. 최대한 허리를 꺾어주셨더라(웃음). 처음엔 그런 부분들이 과하게 다가올까 생각했지만 저에겐 모성애라는 비빌 언덕이 있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촬영했다(웃음)."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황금주 역 김정은/소속사 제공

김정은이 기댄 모성애는 판타지 같았던 '힘쎈여자 강남순'을 현실에 발붙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7년만에 딸과 재회는 화재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하면서 이뤄졌다. 황금주는 어린 아이들을 무사히 구한 딸을 위해 주저없이 몸을 던지며 그 어떤 재회보다 애틋함을 자아냈다. 또한 마약상을 쫓다가 정작 자신의 아들 강남인(한상조)이 마약을 먹고 사경을 헤맬 때는 처절한 심정으로 반성하고 무너졌다. 김정은은 "모성애를 잡는 씬들이 없었다면 저는 무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주는 누구보다 강한 모성애를 가지고 있다. 남순이 찾고 신나게 과한 행동을 하다가 아들이 당한 줄도 모른다. 결국 나중에 알고 실의에 빠진다. 남인이를 보면서 가슴을 친다. 마약범을 척결한다고 나댔지만 정작 등잔 밑이 어두웠다. 황금주가 자책할 수 밖에 없겠더라. 감독님께 혹시 이 감정이 과한가 물어봤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더라."

남순이와 재회 씬은 원래 액션이 더 화려했다. "대본에는 공중에서 두 바퀴 돌고 착지한다고 써 있었다. 그보다 앞서 22살인 딸이지만 5살 때 헤어졌으니 '이리 와'라고 말한다. 그건 대본에 없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아다녔지만, 다 큰 딸을 알아보면서 만감이 교차할까 생각하면서 그 씬 찍기 전에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 몰입했다. 근데 막상 촬영 때는 저도 모르게 저절로 나오더라. 감독님이 무전기로 울면서 '컷'을 하셨다. 그러고는 아크로 바틱 같은 공중 회전 씬이 없어졌다. 그게 한국형 액션인 것 같다. 액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너무 큰 교훈을 얻었다."

딸로 호흡한 이유미에 대해서는 "남순이는 촬영장 가면 무조건 하늘에 있었다. 밝고 인성이 좋다. 누구나 다 보면 기분좋아지는 아이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이 저를 편하게 생각하게끔 하고 싶었다. 강희식(옹성우) 경위도 우석(류시오 역)이도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했었다. 각자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정말 너무 훌륭한 친구들이었다. 현장에서는 관찰자 입장으로 보게 되더라. 20년 전에 저는 아무것도 못보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어린 친구들과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덧붙였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세 모녀 포스터/JTBC


엄마이기도 했지만, 길중간 여사의 딸이기도 했다. 아무리 힘이 쎄고 남성들 위해 군림(?)하는 황금주이지만, 자신의 모친에게는 끔찍한 효녀였다. 김정은은 "그게 황금주의 사랑스러움인 것 같다. 사회에서는 독재자다(웃음). 웬만한 남성들 위에 군림한다. 하지만 엄마는 절대 당해내지 못한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게 황금주의 사랑스러움인 것 같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이었다"고 했다.

모친으로 호흡한 김해숙에게는 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선생님은 너무 소녀 같고 애기 같으시다. 뇌가 젊은 분이다(웃음). 많은 감독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충분한 분이다. 지금도 유미와 함께 촬영 중이셔서 언제 커피 차를 한번 보내려고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2000년대 '캔디 여주'의 대표 아이콘으로 활약해온 김정은은 '황금주'를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황금주의 플렉스 모먼트는 숏츠로 많은 화제를 모으며 젊은 세대들에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배우나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의도한 바를 알아주시는 것만큼 기쁜 게 있을까. 그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너 보려고 봐'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다. 그야 말로 다시오지 않을 영광인 것 같다. 배우가 뭘 한다고 할 때 대중이 찾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저에게 기대를 해준다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는 것 같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 황금주 역 김정은/소속사 제공


사실 김정은은 그 누구보다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에 목 마른 상태였다. 하지만 늘 러블리가 요구돼 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과거 저는 제 스스로 문제 해결을 못하고 민폐 끼치는 캔디형 여자 주인공이었다. 모든 걸 남자 주인공이 해결해줬다. 지금보니 말도 안되는 것 같다(웃음). 저도 분명히 과도기가 있었다. 저로 하여금 그런 캐릭터를 유도하는 분들도 계셨다. 러블리만 요구하셨다. 어느 순간부터 불편하게 하는 정의로움일 수 있다는 벽에 부딪혔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가 일에서 멀어지게 된 부분도 있다. '강남순'으로 다음 챕터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못하는 것에 대한 갈망은 배우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저는 저 자체를 결핍 시키는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그간의 시간을 잘 보냈기에 잘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 섹시함이나 임팩트 있는 것에 목 말랐는데 제가 다른 전혀 다른 옷을 입었음에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갈증이 해소됐다."

연기 변신에 가장 큰 힘이 된 사람은 백미경 작가와 김정식 감독이다. "처음에 제가 접근할 때는 일반 사람으로 하니 코미디가 없어졌다. 제가 너무 심각하게 접근한 부분도 있다. 백 작가님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코미디로 그려지면서 감독님이 수위 조절을 해주셨다. 특히 1년 전에 찍은 작품인데 현 세태가 반영될 때에는 너무 신기했다. 작가님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판을 깔아준 느낌이다. 저는 코미디가 굉장히 어려웠다. 똑같은 것을 2~3번 하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재미도 없어진다. 근데 감독님께서 수위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단 한번도 눈쌀을 찌푸리게 하거나 큰 소리가 난 적이 없는 현장이었다."

욕심이 있다면 스핀오프 또는 유니버스다. '강남순'의 최종회 엔딩 "나쁜 놈이 이기는 세상이 되서는 안 된다"라는 강남순의 야무진 선전포고는 어디선가 계속될 활약을 기대케 했다. 또한 Y염색체 이상으로 남자임에도 힘이 쎈 돌연변이 장충동이 PC방에서 등장했다. 게임이 빨리 끝나자 그는 모니터를 부수며 괴력을 자랑했다. 황금주는 장충동을 데려다 쓰겠다고 한 상황. 김정은은 "마블처럼 브랜드화 된다면 우리나라만의 감성 히어로물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최근에 차태현씨를 오랜만에 만났다. '무빙'이 화제였던 것처럼 '힘쎈여자 강남순'도 연장선이었던 것 같다. 우리 작품에 '도봉순' 커플이 잠깐 나왔지만 다들 열광했다. 저 또한 확장된 편을 하신다면 '가오갤' 같은 작품을 좋아하니까 또 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가족이라는 무기가 있다. 백미경 작가님이 한국형으로 재밌는 B급 코미디를 그려주실 것 같다. 이상한 가족 이야기를 많이 써주셨으면 한다. 저는 이거(카리스마 캐릭터) 더 누리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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