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해인 "'디피' 자존감 낮았던 시간에 힘돼, 청춘의 한 페이지 장식"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1 06: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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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상황이나 환경이 잘못된 쪽으로 가고 있고, 불합리한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그때 용기가 생겼다. 말을 할 수 있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배우 정해인은 또 다시 안준호로 돌아왔다. 지난 2021년 공개된 후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의 두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2년을 기다렸지만, 실제 '디피2'는 시즌1과 시점이 이어졌다. 조석봉 일병(조현철)의 총기 사고 후 후유증을 겪는 모습이 시즌2의 '장마' 에피소드에 담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 시즌2 안준호 役 정해인/넷플릭스
 정해인은 '디피2' 촬영을 시작하면서 밥을 잘 먹지 않고 야위어가는 준호를 표현하려고 했다. 시즌2 첫 촬영날을 떠올렸다. "시즌1에서 준호가 겪었던 사건들과 끔찍한 기억들이 있다. 안준호가 죄책감을 갖게 되는 일들, 조석봉의 일까지 눈 앞에서 목도했던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맞닥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충격이었을 것 같다. 그런 서사와 안준호의 누적된 스트레스를 다 갖고 첫 촬영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어린 친구가 받아들이고 어떻게 할지 고민을 늘 했다."
시즌2 초반에는 한호열의 부재로 파트너도 바뀌었다. 시즌1에서 준호열의 버디무비를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이 버디무비를 그리기엔 모두가 충격에 빠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루리(문상훈) 총기난사 사건으로 한호열(구교환)과 다시 재회했다. 다시 만나 구교환과의 호흡은 한층 더 편했을 터. 실제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정해인의 분위기는 한 층 밝아진 느낌이었다. 마냥 진중했던 몇 년 전의 모습과는 달리, 분위기가 한층 업됐다. 구교환의 영향이었던걸까 궁금했다.

"'눈빛만 봐도 알수 있잖아' 이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이사람의 공기, 분위기를 금방 읽는다는게 느껴졌다.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이 진짜 느껴졌다. 형한테 배울점이 정말 많다. 형은 큰 무기를 갖고 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그 무기가 유머인 것 같다. 연기력 태도 다 좋지만 현장에서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기를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그건 재능갖고 본받고 싶은 부분 중 하나다. 덥고 힘든 상황에서 스태프 배우들에 한바탕 웃음을 선물한다. 사람이 위트있다. 그런 점을 본받고 싶다. 호열 형한테 위트를 배웠다."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 시즌2 준호열 스틸/넷플릭스
 

구교환과의 두번째 호흡은 극 중에서도 빛을 발했다. 우유부단하고, 시키는대로만 했던 안준호가 한호열에게 짜증을 내는 장면이 등장한다. 놀랍게도 해당 씬은 정해인은 애드리브다. "안준호가 딥해진 부분도 있지만 호열과 티키타카가 더 좋아졌다. 이태원 씬에서 '어흥어흥은' 호열의 대사다. 근데 감독님이 준호가 한번 해보라고 제안해주셨다. 해봤는데 나쁘지 않더라. 한호열을 닮아가는 부사수 안준호 같아서 좋았다. 또 이태원 씬에서 제가 때려 눕히고 교환 형이 마지막에 물을 뿌린다. 제가 그때 투정을 좀 부렸다. 애드리브로 '왜 맨날 마지막에 나타나서 멋있는 것만(하냐)'고 그 대사는 원래 없었다. 너무 짜증나더라. 저는 자전거타고 개고생했는데, 마지막에 나타나서 마무리만 하니까. 시즌1 때도 그랬다. 기차 씬에서도 마지막에 형이 등장한다. 그때 형이 재치있게 '마지막에 등장하는게 부럽디?' 라고 받아치더라. 하하."

시즌2에서 한호열의 전역으로 인해 두 사람은 작별인사를 한다. 정해인은 안준호가 처음으로 '형'이라고 부른 장면을 떠올렸다. "한호열 병장에 처음으로 형이라 부른 장면이 기억난다. 잘가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반말이다. 그 장면이 저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게 군대에서 잘 챙겨준 선임이 전역을 하는 경험을 군필자 분들이라면 한번쯤 있을 수 있다. 그때 느낌이 되게 이상하다. 보내줘야 하는데 보내주기 싫은 양가감정이 있다. 입영소에서 같이 근무설 때 '나 없으면 어떡하려고 하냐'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 찍을 때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데 최대한 덤덤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캐주얼하게 갔다."

시즌2 5회 에피소드 명이 '안준호'다. 안준호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에피소드 자체가 캐릭터 이름인 경우는 처음이다.정해인은 "5회에서 안준호가 해야하는게 명확하겠구나 싶었다"고 느꼈다. 해당 회차에서 안준호는 진싫을 밝히겠다는 사명감을 안고 탈영 아닌 탈영을 한다. 이에 오민우(정석용)와 군 관계자들을 피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맞선다. 해당 기차 시퀀스 속 준호는 마치 슈퍼히어로가 된 듯한, 판타지스럽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 시즌2 안준호 役 정해인/넷플릭스


"말도 안되는 판타지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이다. 준호는 원래 복싱을 했던 사람이다. 시즌1에 부산 정현민 잡으러 갔을 때도 주먹을 썼었다. 그 기차 액션이 작품 전체를 봤을 때는 쌓아온 서사와 준호의 서사가 있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달리는 기차고, 도망칠 수 없다면 부딪혔어야 해서 처절하게 액션을 했다. 감독님과 액션이지만 감정 씬이라고 연기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화려한 액션보다는 안준호라는 인물이 왜 이렇께까지 할까. 준호의 감정이 화면에 잘 보였으면 했다. 저도 거기에 포커스에 맞춰서 합을 잘 맞춘 것 같다."

기차 시퀀스 중 화장실에서 펼친 액션은 비좁은 장소라도 쉽지 않았다. 실제 촬영은 화장실 세트를 실제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들어서 진행했다. "액션을 하기에는 너무 좁다. 원래 하려고 했는데 카메라 사이즈를 축소한다고 해도 안되더라. 그래서 사이즈를 좀 늘려서 세트에서 찍었다. 기차는 진짜 기차에 타서 세트에 옮겨서 주변에 LED 판넬을 돌려서 진짜 어지러울 정도로 리얼했다. 실제 판넬을 지나가게 해서 밖의 풍경을 만들었다. 되게 좁다. 앵글이 찍을 수 있는게 많이 없다. 촬영하다 NG가 나면 커트를 쪼갤 수 없고 다시 처음부터 액션을 찍어야 한다. NG를 내면 너무 죄송하더라. 무술팀 분들도 덥고 지치니까 되게 긴장을 하면서 찍은 기억이 있다. 3-4일을 기차에서 보낸 것 같다."

정해인은 23살에 전역해 예비군도 한참 전에 끝난 상태다. 하지만 '디피' 시리즈를 통해 1년 가까이 안준호로 살며 다시 군 생활을 한 셈이다. 실제 군 생활도 떠오르지만 자신의 필모그라피 중 애정하는 작품이다. "이등병, 일병 때는 하루가 너무 빨리 가고 눈치 보느라 바빴다. 누군가를 또 가르쳐야하고 관리 감독도 해야한다. 그 와중에 상병 사이에 껴서 임무도 해야한다. 샌드위치여서 너무 힘들었다. 상병, 병장되니까 군대는 계급사회가 맞구나. 할 수 있는 게 많고 권한이 주어지는구나 싶더라. 그 어린 청년들이 권력의 맛을 보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이등병 때는 주머니에 손도 못 넣는다. 사병되면 PX도 혼자 갔다. 이등병 때는 누가 데려가줘야 했다. 고참이 됐을 때는 절대 폭언, 폭행 같은 부당한 것들을 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 시즌2 안준호 役 정해인/넷플릭스


'방관자' 주제는 크게 공감됐다. "저는 괴롭히지 않았는데, 그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방관자가 될 수 있다. 나는 아니야 라고 하지만 '그럼 너는 거기서 뭐 했는데, 너는 잘못됐다고 한 적 있냐'고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래서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다시 군 생활을 간접경험하게 해 준 '디피' 시리즈는 정해인에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사회 전체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본다. 군대라는 조직에 대한 한정적인 이야기보다는, 어떤 조직 안에서 계급이 있을 것이고 직위를 남용하는 분들이 있다.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군대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일 외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사회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 친구가 '내가 다니는 회사같더라'라고 하더라. 회사로 비유하면 탈영병은 스스로 퇴사한 것이다. 손자랑 레고해야하는 분도 집에 가면 자상한 할아버지다. 근데 군대라는 사회에 있으면 내가 일을 하는 것뿐이다. 근데 그걸 체벌한다고 하니 상을 줘야한다고 깨진다.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모습인 것 같다."

그러면서 정해인은 "제 삶의 페이지를 장식한 작품이다. 1년이라는 시간 을 이 작품에 썻다. 군대 생활 근접할 만큼 '디피' 촬영을 했다. '디피' 덕분에 남자 팬분들도 생겨서 감사하다. 저한테는 자신감과, 이런 연기도 되는구나 알게 해준 작품이다. 배우가 성적이 다 좋을 수는 없다. 성적이 안 좋으면 울적한 마음과 자존감이 떨어질 수가 있다. 그 시기에 가족사까지 겹치면서 안 좋았었다. 그렇게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에 힘을 주고, 제 청춘 한 페이지를 장식해준 작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디피' 시즌2 안준호 役 정해인/넷플릭스

정해인은 최근 몇 년새에 촬영한 작품만 4~6개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았다. '디피' 시리즈를 비롯한 작품 색이 어둡기 때문에 팬들에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멜로, 로맨스다. "작품 4~6개를 하다보니 몇 년이 흘러갔다. 대부분 작품 색이 짙고 딥하다. 쉽지는 않다. 연기와 제 삶은 분리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스스로 과몰입하면 연기를 오래 건강하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연기하는 정해인과 사람 정해인은 따로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 후 작품을 한 달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이번에 팬미팅 할 때 느꼈다. 제가 '디피'를 애정한다고 했을 때 객석이 정적이 일었다. 멜로한다고 하니까 환호성이 나오더라.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다. 골고루 하고 싶다. 내년까지 안하면 5년이다. 그래서 멜로를 하기 위해 회사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하지만 '디피' 시리즈 속 안준호는 아직 전역하지 않았다. 팬들의 멜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몰두하면서도 '디피'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 "제가 로코는 안해봤다. 코미디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 연기하면서 웃을 수가 없었다. 행복한 감정으로 웃으면서 작품 찍고 싶다. '디피'3는 웹툰 원작에서는 머리도 길고, 생각보다 능글맞은 상병이더라. 어떤 모습일지 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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