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닭강정' 류승룡, 코미디 안식년 장식作 "맘껏 뛰놀았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1 06: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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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코믹 연기'의 대가 류승룡도 처음 '닭강정'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극한직업'으로 연을 맺은 이병헌 감독이 리액션이 적은 전형적인 I(내향적 성향)이기 때문에 실없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동명의 웹툰 원작을 보고 세계관을 이해했고, 시나리오에는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매력이 가득했다. 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류승룡은 '닭강정'으로 변한 딸을 구하기 위한 부성애로 또 한번 신세계를 열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은 어느 날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 닭강정으로 변한 딸 최민아(김유정)를 되찾기 위한 아빠 최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의 고군분투를 담은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이제껏 본적 없는 신개념 코미디다. 특유의 병맛 코드가 맞는 이들에게는 호평이 쏟아지지만, 중도 하차를 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한 부류가 주를 이룬다. 극과 극의 평을 달리고 있는 '닭강정'은 그 시도만으로도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측면에서는 박수받을 만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최선만 역 류승룡/넷플릭스


류승룡은 '닭강정'에서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친 최선만을 연기했다. 처음 '닭강정'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으나, 이병헌 감독의 시나리오를 보고는 '극호'로 바뀌었다는 류승룡. 생소했지만 그에게도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젋은이들의 로코, 가족애가 있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닭강정'을 현실에 발 붙인 작품으로 만들어준 부분이 바로 최선만의 부성애다. 자신의 딸이 한순간에 닭강정으로 변했다는 소식에 믿지 못하다가 현실을 인지한 뒤는 닭강정을 애지중지한다. 다른 닭강정과 한데 섞였을 때는 절망적인 심정을, 닭강정을 잃어버렸을 때는 '테이큰'의 리암니슨 못지 않은 비장함으로 닭강정이 된 딸을 찾아나선다.

"'닭강정'이 주는 재미, 이야기가 주는 큰 대의가 있다. 로코와 가족애다. 이런 진지한 이야기들을 재밌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방법으로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번 작품은 연극적인 대사로 과장된 표현 방법을 선보인다. '킬링로맨스'와 '지구를 지켜라'가 있었지만 우리 작품은 세트도 연극적이었다. 최선만한테는 모든 기계 직원들과 셋이 하는 티키타카 호흡, 그리고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 후부터는 류승룡 눈동자에는 딸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모든 기계의 직원인 김환동(김남희) 인턴 백중(안재홍)과의 티키타카는 이병헌 감독 작품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다. 하지만 이병헌 감독의 디렉션은 크게 없었다. 류승룡은 "배우가 감독의 성향에 무조건 맞추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떤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대화해야하기도 하고, 어떤 현장은 조용하다. 이병헌 감독 성향은 특이하다. 한번 합이 맞아서 웃음이 날라가버리면 웃음의 농도가 떨어진다. 감독님은 우리를 맘껏 놀게 놔뒀다. 저는 너무 좋았다. 너무 과하거나 부족할 때는 톡톡 건드려주셨다. 사실 대본 자체에서 디렉션이 80% 이상이었다. 현장에서는 그렇게 디렉션이 필요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최선만 역 류승룡/넷플릭스


작품의 성향이 달랐던만큼 새로운 시도도 했다. 이병헌 감독과의 전작 '극한직업' 등의 작품 작업과정과 '닭강정'의 촬영 과정은 달랐다. "'극한직업'이나 다른 작품을 할 때는 여러 번 연습한 끝에 합을 보여줬다면, '닭강정'은 리허설에서도 아꼈다가 최상의 웃음 에너지만 쓴 것이다. 그걸 디테일하게 리허설을 하고 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극 후반부에 핵, 미사일, 사슴 BTS 장면도 연습했던 게 아니다. 핵과 사슴이 등장했을 때는 무서웠다. BTS 할 때는 '따라할 뻔 했네'는 애드리브였다. 유인원(유승목) 박사가 라바를 하다가 현타가 와서 진지함을 깨뜨리긴 했다. 에어 매트처럼 트램펄린처럼 맘껏 뛰어놀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최고의 맛 칼럼니스트이자 고백중의 구여친 홍차로 우정출연한 정호연과의 촬영만은 달랐다. "코미디라는게 사실 어떤 다른 장르나 캐릭터보다 피로감이 많고 사실은 싫증도 많이 난다. 막 웃기려고 하는데 웃다가 따귀맞는 느낌이다. 그래서 코미디는 스트레스 엄청 많이 받는다. 정호연 배우랑 셋이 하는 장면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배우는 모델이고, '오징어 게임' 이후 첫 한국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리허설을 해줬다. 웃다 지쳐서 힘 빠지길 기다렸다. 웃참을 못해서 시간이 필요했다."

민아를 구하기 위해 선만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이는 인턴 백중이다. 안재홍은 전작 '마스크걸'에 이어 존재감이 확실하고 독특한 매력이 있는 백중을 연기하며 또 한번 '은퇴설 밈'의 주인공이 됐다. 안재홍과는 현장에서 코미디 시너지를 위해 연기 합을 맞춘 적이 없다. "우리끼리는 현장이 되게 진지했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런 적이 없다. 우리 둘, 감독님도 극 I 성향이다. 분위기는 좋게 할 수 있지만 웃음이 누수가 안되게 조심해야 촬영 때 웃음이 탁 한번 나오는 것이다. 좀 더 예민하게 한다. 연습을 하지 않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스틸/넷플릭스
 

안재홍과의 호흡을 '자웅동체'라고 표현할 정도로 두 사람은 어디서보 본 적 없는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류승룡은 "탁구를 치듯이 긴 랠리를 하는 느낌이었다. 서로 약속하지 않아도 되는게 쉽지 않다. 그런 경험은 경이로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안재홍은 몰입감 있고 조용하다. '도리화가' 때도 물론 봤고, 기본기가 엄청 탄탄한 배우다. 작품을 보면 배우의 기량, 후광이 보인다. 이 배우랑 계속 연습을 하면 안 좋겠다는게 분명히 있었다. 예민하다는 것은 세포가 엄청나게 다 열려있는 것이다. 리액션이 좋은 배우다. 제가 리액션하기 좋게 정말 알맞게 준다. 더할 나위가 없다. 이런 상대 배우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굳이 굳이 굳이 제가 나이가 많아서 경험이 좀 더 많다는 점이 있지만 저는 안재홍을 후배나 동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함께 연기하는 동료다. 제 연기 성장판이 아직 안 닫혔다면 나중에 커서 안재홍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정말 존경스럽다. 정말 작품 보는데 사랑스럽더라. 작품의 몰입도가 장난 아니다. 기특하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리스펙이다"고 극찬을 쏟아냈다.

앞서 류승룡은 '닭강정' 홍보차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연기생에 대해 전했다. 연기가 좋아 서울예술전문대학에 진학한 후 연극 배우와 단역 배우 활동하면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난타 초기 멤버로 활동했고, 장진 감독 영화에 조연으로 자주 얼굴을 비췄다. 또한 영화 '최종병기 활'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2012년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더티 섹시'라는 독보적인 매력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5년 '손님', '도리화가', '염력'에 이어 '7년의 밤'까지 4연속 흥행 참패를 맞봤다. 그러나 2019년 다시 '극한직업'으로 '7번방의 선물', '명량'에 이어 트리플 천만 영화의 주역이 됐다. 또한 넷플릭스 첫 K-콘텐츠인 '킹덤'에서 악역 연기로 호평 받으며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아울러 지난해 디즈니+ 시리즈 '무빙'으로 또 한번 대중을 사로잡았다. 인기는 영원하지 않지만, 류승룡은 최고의 가도를 달리던 중 두번째 전성기를 맞기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최선만 역 류승룡/넷플릭스


"과정도 중요하고 후회없이 행복하게 즐겁게 치열하게 정말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 전에는 최선을 다 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이걸 선 장착하던 때와는 달랐던 것 같다. 그래서 '극한직업' 때는 같이 연습도 많이 한 것이다. 팀웍이 좋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연습해서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인 것 같다. 모든 작품에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자!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그렇게 장착을 하고 나니까 잘 되면 그게 다 감사하게 되고 안됐어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류승룡은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 호흡과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병헌 감독과 처음 함께한 '극한직업' 역시 현실성이 높은 작품은 아니다. '닭강정'은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그야말로 병맛 판타지 장르로 도전 또한 쉽지 않았을 작품이다. "발빠르고 민첩하게 다양한 장를 제안하고, 연락을 주는 역할이 너무 감사하다. 극장이 어렵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도전해볼 수 있어서 배우로서는 감사하다.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새로운 것 독특한 것 처음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것 같다. 이병헌 감독은 엉뚱하지만 진지함, 진지함 속에 엉뚱함, 그 안에도 착한 심성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숙소가 부족했을 때가 있었다. 근데 그때 감독님 방에서 6명이 나오더라. 한번 연을 맺으면 끝까지 간다. 말수도 없고 진지하고 시크하지만 내면에 깔린 인간애를 저는 봤다. 작품 선택하는데 있어서 말맛이나 엉뚱함이 있지만 그 안에 진지함이 있었다. 그의 도전에 도움이 된다면 부스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진선규와 재회한 코믹물 '아마존 활명수' 촬영을 마쳤지만, 개봉일은 미정이다. 그는 코믹 장르는 당분간 안식년을 선언했다. "당분간은 아마 코미디 장르를 쉴 것 같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코미디가 또 나오게 됐지만 악역, 진지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코미디가 임팩트가 센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류승룡은 "'닭강정'에 기대하는 점은 극호인 분들이 있는 반면, 진입장벽을 못 넘고 중도하차하신 분들의 리뷰가 궁금했다. 시작 자체를 못하시는 분도 계신다. 찍으면서도 이 작품은 이런 기호 특수문자로 만들어졌다는 해독이 되면 뒤의 이야기들도 다른분들도 경험을 해보셨으면 한다는 바람도 있었다. 내 아들들도 '닭강정'을 재밌게 봤다더라. '킹덤'으로 인해서 K-사극, K-좀비, K-콘텐츠를 알렸다면 '닭강정'을 통해서 우리 작가들의 어마어한 이야기 보따리가 든 K-스토리, K-푸드인 닭강정도 전 세계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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