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정세 "'악귀' 귀신 공포? 눈에 보이는 벌레와의 싸움"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7 06: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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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귀신의 존재는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하다. 하지만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다. 욕망에 눈이 멀어 결국 사람으로서 행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결과가 '악귀'의 탄생이다. 오정세는 그런 악귀를 찾아 헤맸다. '악귀' 염해상은 그의 필모 사상 가장 웃음기 없는 캐릭터였다. 

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로 지난 7월 29일 종영했다. 믿고 보는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와 김태리, 오정세가 의기투합했다. 기존에 없던 민속학과 호러를 결합한 오컬트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드라마는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힐링과 위로를 선사하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SBS 금토드라마 '악귀' 염해상 役 오정세/프레인TPC
 SBS 금토드라마 '악귀' 종영 후 강남의 프레인글로벌(프레인 TPC) 본사에서 오정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정세는 "저한테 쉽지 않은 작품이었고, 넘어야 하는 산이 많았다. 주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한테는 가치있고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았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악귀'에서 오정세가 분한 염해상은 민속학을 전공하는 교수다. 염해상은 항상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시선과 365일 어두운 옷만 걸치는 미스터리한 남자다. 하지만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로서 교수 월급이 필요없는 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해상의 눈에는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귀신이 보인다. 처음에는 무서워했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반드시 찾아야 하는 존재를 찾기 위해 그들에게 집착하게 된다.

염해상의 목표는 악귀를 없애는 것이다. 거창한 목표와는 달리, 어디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어느 하나 명확한 것이 없다. 오정세는 그 상황을 '안개 속'으로 표현하며 염해상을 만난 과정을 떠올렸다. "제가 해상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만나야하는지 어려워서 안개속에 있었던 느낌이다. 해상이를 보면 악귀를 쫓아가는 정서가 큰데, 초반에 다른 사건으로 가더라. 다른 가지의 사건들로 가길래 물음표였다. 그게 저한테는 답이 되고 중심이 됐다. 요즘에 여러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본능적으로 가는 걸음이 있다. 그런 발걸음은 가치있다. 그 선한 마음에 해상이 있었으면 했다. 기본적으로 악귀를 잡으러 가지만 주변에 도와주러 가는 인물이다. 더 나아가서 누군가가 억울하게 죽었을 때, 그를 기리고 추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 두 가지의 해상의 정서가 저한테는 뿌리였던 것 같다."


▲SBS 금토드라마 '악귀' 염해상 役 오정세/프레인TPC
 염해상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그가 가진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운의 탓일 수도 있다. 오정세는 해상이 남들은 보지 못하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지만 인간미가 있는 인물이길 바랐다. "해상은 누군가를 구하는 인물은 아니다. 구하는 발걸음만 나오지, 구하지 못한다.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지만, 아등바등하는 인물이었으면 했다.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를 구할 때도 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그 뒤에는 주먹을 마사지하는 느낌으로 어루만진다. 얘도 사람같은 느낌이 묻어났으면 했다. 해상 캐릭터는 숨 쉴 공간이 없으니 재미난 호흡들이 있었으면 했다. 놀란 마음에 잠시 2초 정도 진정시키고 온다던지, 자칫하면 독이 될 수 있으니 위험하면 빼기도 하고 조절했다."


악귀를 쫓던 중 악귀에 씐 구산영(김태리)을 만나고, 악귀에 대해 하나씩 의문을 풀어나간다. 자신의 엄마를 죽인, 악귀를 처음 마주했을 때 염해상의 정서는 불안감이다. 하지만 악귀를 없애기 위해 갖은 산전수전을 함께 겪는다. 이에 극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마지막에 둘이서 낙화놀이 보면서 서로의 행복을 빌고 정서는 마무리되는 느낌이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방송에는 안나왔지만 해상한테는 처음 친구 목록에 구산영이 들어갔다. 그래서 저한테는 의미있는 컷이었다. 해상의 휴대전화 친구 목록에 처음 들어간 것이다. 그런 관계다. 서로를 응원해주는 마음이 진하다보니 거기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러브라인으로 보였다면 제가 죄송하다(웃음)."

극 중 염해상은 객귀를 막는 의식인 허제비놀이를 행하던 백차골 마을에 객귀가 가득한 것을 보게 된다. 그는 죽은 딸을 만나기 위함과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키려는 한 할머니의 계획을 알고 장승에 피로 새겨진 주술을 확인하고 도끼로 장승을 부순다. 이때 할머니의 공격으로 쓰러졌고, 마을 이장에 의해 발견됐지만 어둑시니로부터 잠식되어가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에 산영은 그런 염해상을 살리기 위해 해가 뜨는 동쪽으로 차를 몰며 그를 구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오정세는 "패닉 상태였으면 했다"고 회상했다. "어둑시니에 잠식당해가는 정서가, 죽음에게 끌려가고 있다는 정서, 패닉상태였으면 했다. 첫 씬이 피폐해보였으면 해서 실제 며칠을 굶고 촬영했다."

 
▲SBS 금토드라마 '악귀' 염해상 役 오정세/프레인TPC
 악귀를 없애기 위해 태자귀와 관련된 물건 5개를 찾았어야 했다. 이에 염해상과 구산영은 어두운 산길은 기본, 폐가 밤 촬영이 많았다. 작품 특성상 귀신에 대한 공포도 있었을 터. 오정세는 "종교는 없지만 귀신, 영혼은 있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염해상 연기하기 위해 무속인 분들을 좀 만나뵀는데, 확신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귀신 때문에 어두운 기운보다 벌레의 기운이 강했다. 돌을 들추는 씬이 많았는데 들추기만 하면 바퀴벌레가 나왔다. 염해상은 놀라는 티를 내면 안된다. 근데 저는 벌레를 무서워한다. 폐가 같은 곳은 조명을 비치면 벌레가 엄청났다. 산속에서는 조명이 없어서 벌레의 양을 가늠할 수 없다가 해가 뜨면 그게 보여서 놀랬었다. 어둑시니 촬영 때도 바닥에 끌려가야 한다. 그때 숲속에서 끌려다니다가 눈 앞에 지네가 지나가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랬다."

 

염해상은 오정세의 밝은 측면보다 정서적으로 차분한 면이 더 강조됐다. 실제 촬영이 끝난 후에도 정서적으로 차분한 면모가 3대 7의 비율로 도드라지고 있다. 정서를 떠나 해상 캐릭터는 '가치 있는 일'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게 해줬다. "크던 작던 누군가를 도와주러 가는 발걸음, 사건 사고 앞에서 전혀 연이 없는 사람이지만, 같이 아파해주고 기억해주는 마음들. 새벽에 누군가 치워놓은 골목길. 작은 선한 행동이 조금 더 아름다울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저도 예전에는 멀리서 아파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해상을 만나고는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마음을 전하고 오기도 한다. 마음가짐 자체가 중요한 가치인 것 같다. 작은 생각이지만 큰 위로, 큰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상이로 인해 더 깊게 갖게 된 것 같다."


'악귀'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는 '지리산'에 이어 두번째 호흡이다. 오정세는 세번째도 잘 할 수 있다고 어필하며 작가와의 호흡 소감을 전했다. "기본적으로 작가님은 믿어주신다. 하고싶은대로 해. 바꾸고 싶으며 바꿔. 큰 서사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는 제가 할 수 있게 오픈해주신다. 아이디어나 상황을 이야기하면 인물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방향을 만들어주시고 했다."

 
▲SBS 금토드라마 '악귀' 염해상 役 오정세/프레인TPC
 김태리는 작품에서는 처음 만났지만, 작품 이전에 알고 지낸 후배다.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알던 친구다. 그때나 지금이나 건강한 마음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스스로 엄청 힘들 것 같은데 치열하고 깊게 파고 들더라. 그게 너무 보기 좋았다. 본인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해상의 것도, 우리 것을 고민한다. 여러 각로도 많이 고민하고 애정을 쏟는 게 느껴진다. 저도 도움을 많이 맏았다.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받았다. 해상도 뒷 부분에 '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전까지는 과거에 사로잡힌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산영을 만난 이후에는 죽은 영혼에 대해 위로했다면 이제는 같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에 마음을 기리는 인물이 됐다."


'악귀'는 오정세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장르의 외피를 가지고 재미를 추구한 드라마이긴 하나 그 안에서 사건과 서사, 인물을 쫓다보면 청춘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저도 해상을 만남으로서 성장한 느낌이 있어서 감사한 마음도 있다. 작품 만나면서 듣는 노래가 있다. '악귀'는 위로라는 지점에 있어서 허혜경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들었고, 해상 개인적인 느낌은 김일도 '나는 나를'을 많이 들었다.

'나는 나를'이라는 가사가 반복되고, '나는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해'라고 한다. 그게 해상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제는 나를 좀 더 아끼고 사랑했으면 했다. 시청자들에도 청춘에 대한 곱씹음과 자신을 사랑하는 지금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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