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지난 2022년 7월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의 시작이자, 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등의 멀티 캐스팅으로 제작단계부터 주목받았다. 이에 당초 그해 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지만, 153만 관객이라는 흥행 참패를 맞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 된 후 재평가를 받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외계+인' 2부가 나오기까지 누구보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사람은 최동훈 감독이다. 충무로의 '이야기꾼'으로서 대한민국 멀티 캐스팅의 선구자인 감독에게 1부의 흥행 참패는 쓰리고 아팠지만, 2부의 편집 작업에 더 몰두하게 만들었다. 완성된 '외계+인' 2부는 52번째 편집본으로 지난 12월 초에 나왔다.
▲영화 '외계+인' 2부 감독 최동훈/CJ ENM |
'외계+인' 2부는 치열한 신검 쟁탈전 속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는 가운데 미래로 돌아가 모두를 구하려는 인간과 도사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편인 1부와 달리 언론 시사 후 호평이 쏟아진 가운데, 개봉날인 지난 10일 9만 4천 438만명을 기록, 약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렸다.(이하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외계+인' 2부의 최종 편집본은 지난 12월에 나왔다. "지난해 12월 초에 기술 시사를 하고 다시 뛰어나가서 편집을 한번 더 하고 음악을 바꿨다. 그게 마지막 편집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말 더 바꿀게 없나, 단 1초라도, 1cm라도 할게 없나 생각했다. 정말 영혼까지 털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1부 끝나고 2부의 후반작업 동력을 어디서 얻을 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52번 편집하면서 후회가 안 남게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감독은 "딸 결혼시키는 부모의 마음, 농사 짓는 농부의 마음을 알겠더라. 주말 빼고 매일 편집만 했다. 내 작품 중에는 일주일만에 편집이 끝난 것도 있는데 '외계+인'이 가장 오래 편집한 것 같다. 2부를 오랫동안 작업하면서 느낀 것은 우여곡절과 아픔이 있었지만 감독의 숙명이라는 것을 배웠다. 정말 나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다시 느꼈다. 영화로 도 닦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영화 '외계+인' 2부 메인 포스터/CJ ENM |
언론 시사가 끝난 후 간담회에서 최동훈 감독은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졌다. "이 영화를 6년째 하고 있다. 6년동안 하면서 2부를 개봉한다고 생각하니까 약간 믿기지도 않고 긴장도 된다. 되게 흥분되기도 하더라. 2부를 개봉할 수 있는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배우들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1부에 대한 재평가 됐을 때는 다행이다 싶었다."
감독의 그동안의 노고를 한번에 씻어내 주듯 '외계+인' 2부는 언론 시사 후 호평이 쏟아졌다. '외계+인'이 현재와 고려를 배경으로 하는 동시, 연결 매개체는 외계인이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영화 소재보다 참신했고, 장르 특성상 낯설었던 것도 사실이다. 2부의 관전 포인트는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것이다. "1부는 장르 특성상 낯섬이 있었다.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2부 때는 그 낯섬이 많이 익숙해지고 옅어진 것 같았다. 오히려 친숙까지는 아니지만 이 세계는 알 것 같다는 친근감이 오는 게 저한테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2부가 조금은 더 친숙해졌기 때문에 조금 더 편히 보실 수 있는 것 같다."
감독의 '외계+인'의 목표는 가장 한국적인 SF를 만들자는것이었다. 물론 모든 작업의 비용이 할리우드의 10분의 1일지라도 한국의 기술력으로 만들고 싶었다. "기술력도 소재도 한국적이어야 한다는게 원칙이었다. 외계인을 만들 때도 한국 사람이 디자인했다. '괴물'의 크리처를 디자인한 장희철씨가 디자인했다. 봉준호 감독에 큰 빚을 지고 있다(웃음). 무엇보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의 매듭과정이다. 모든 스토리가 풀렸을 때 매듭이 풀리는 느낌이었으면 했다."
▲영화 '외계+인' 2부 감독 최동훈/CJ ENM |
외계인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CG는 덱스터 스튜디오 제갈승이라는 슈퍼바이저가 6년동안 했다. 초반에 외계인을 외국에 외주를 주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완벽하게 한국 안에서 해결하자가 목표였다. 외계인을 3d로 만드는 과정이 흥분되고 재밌었다. 크리처처럼 안보이길 바랐다. 인격을 가진 친구처럼 만들고 싶었다. 2부 후반작업 시작했을 때 2부 외계인의 디자인을 조금 더 기괴하게 만들었다.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바꾸고 얼굴도 2개, 팔도 4개였으면 했다. 2부에 나오는 외계인은 훨씬 더 기술적으로 발전돼 있다. "
'외계+인' 2부의 묘미는 하바의 폭발을 막기 위해 현대로 돌아온 뒤 펼쳐지는 서사다. 모두 같은 곳을 통과했지만 시간차에 따라 이들이 각기 떨어지는 공간은 달랐다. 삼각산의 두 신선 청운(조우진)과 흑설(염정아)은 헬스장에, 무륵은 남대문에 떨어진다. "남대문에서 찍고 싶었던 이유는 과거 같기도 하고 현대 같기도 한 공간이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두 신선은 원래 중국 식당도 고민했었다. 근데 촬영 당시가 코로나19 사태로 빌려주기로 한 곳들이 캔슬됐다. 근데 헬스 클럽은 빌려줄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장면을 생각하면서 다시 썼다. 러닝머신타는 것부터 경찰차에 타기 위해서는 소동이 필요했다."
이들이 엔딩을 맞는 장소는 결국 외계인이 끌고 온 하바가 있는 이안의 집이다. 1부 엔딩에서 이를 보고 있던 민개인(이하늬)에 대한 서사도 풀리는 장소다. 그 과정에 앞서 화물열차 씬은 '외계+인' 2부는 극장에서 봐야하는 스케일임을 증명한다. 달리는 열차 속 다채로운 액션은 시선을 집중시켰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버스였다. 청라에 가면 버스 두개가 붙어있는 버스가 있다. 근데 시각적 쾌감이 안나오더라. 이 영화의 한 시간은 어디로 달려가는 액션이 중요했다. 그게 기차가 질주하는 모습이었다. 열차 두동만 만들어서 촬영했다. 사람이 죽는 장면을 찍을 때는 용납할 수 있어야 해서 화물열차를 택했다. CG가 많으니까 멈춘 기차에서 촬영할 때는 다들 걱정을 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설국열차'를 찍은 나라 아닌가.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다는 것은 힘들다. 군데군데 다른 곳에서 촬영해서 합성했다. 다들 구현이 잘 될까 걱정했지만 CG팀이 믿음을 줘서 잘 나왔다."
▲영화 '외계+인' 2부 감독 최동훈/CJ ENM |
엔딩의 배경이 되는 가드의 집 최종액션은 무려 2달간 촬영됐다. 모든 배우들이 촬영장이 그립고 좋았다고 입모아 말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배우들에게 감사함이 크다. 배우들 덕분에 단체 액션 씬도 만들어졌다. "촬영 후반기에 두 달간 촬영했다. 기차가 이안의 집에 충돌하는 장면은 스트레스가 쌓인 스태프들이 마구 부수도록 해서 차근차근 구조물을 쌓아갔다. 사실 가장 힘들 때고 작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을 때인데 배우들이 서로 파트너쉽을 맺어가고 있다는게 보여서 좋았다. 그 장면만이 각기 액션을 하던 배우들이 단체로 모여서 찍을 수 있다. 의외로 캐릭터들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근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이제 우리가 만났어!' 느낌으로 기념촬영을 하다가 이들을 한 컷으로 찍으면 재밌겠다 생각해서 기존의 콘티를 다 지웠다. 사실 쪼개서 촬영하면 관객들을 잘 모른다. 근데 배우들이 모두 나와서 너무 즐겁게 촬영했다."
1부에 이안의 친구 민선의 이모로만 짧게 등장했던 이하늬와 2부에 새롭게 합류한 맹인 도사 능파(진선규)의 설정도 신선했다. 이하늬가 극 내내 챙기는 골프가방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2부도 시나리오에는 현대가 먼저 나오는 것 이었다. 민개인의 등장이 먼저였다. 영화는 천천히 시작한다. 과거가 먼저 나오는 것으로 결정되고 현대가 느려지게 됐다. 영화의 씬 구성을 할 때 타이밍을 맞춰주는 포인트는 능파다. 능파가 언제 나오냐가 앞쪽에 흐름을 결정짓기도 한다. 민개인이 등장할 때 새로운 씬이 필요해서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촬영 중에 하늬씨한테 재촬영 가능한지 물어보고 쉴 수 있는 날 하루동안 재촬영했다."
반면 가드와 썬더로 활약한 김우빈의 분량은 아쉽기만하다. 최동훈 감독은 "중요한 것은 아껴놔야 한다. 그래도 썬더의 마지막 모습이 임팩트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외계+인' 2부 감독 최동훈/CJ ENM |
'외계+인'2부는 전편보다 스케일부터 배우들의 액션 활약과 케미, 재미까지 모두 두배 이상 커졌다. 충무로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믿고 보는 최동훈 감독이지만, 스태프들의 반대에 많이 부딪히기도 했단다. "'외계+인'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이야기지만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가 공존한다. 두개의 개념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나가는게 힘들었지만 이번 작업하면서 다시 배웠다. 감독이라는 직업이 반성과 고집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아침에는 반성하고 저녁에는 고집 피운다. 모든 작업이 그렇다. 그럼에도 내 말에 동의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밀고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
특히 2부 엔딩 삽입곡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태프들의 호불호 속 무려 3년동안 살아남은 음악이다. "이야기가 끝날 때 액션이 끝나면 스토리도 끝난다. 영화의 끝을 고민하는게 제일 어렵다. 두 달동안 가드 집에서 촬영하면서도 엔딩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것은 멋진 헤어짐, 리드미컬한 헤어짐이었다. 그래서 고속으로 찍자고 했다. 음악을 고민했다. 지금의 음악은 첫번째 선택이었다. 개봉 때까지 다른 음악을 찾아보자 생각했다. 한국 노래도 넣어봤지만 어울리지 않았다. 수 많은 음악을 넣어봤는데 안 맞더라. MZ세대들은 이 음악을 모르지 않나. 그래서 순수하게 음악만으로 기억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3년을 살아남은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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