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캐릭터 무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스팅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김용훈 감독은 원작의 캐릭터에 끌려 연출을 결심했다. 1역 3인이라는, 어쩌면 무리수 일수도 있는 설정을 통해 '김모미'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채롭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김용훈 감독은 '마스크걸'의 성공 요인이 배우들의 열연이라며 공을 돌렸다. 신예 이한별부터 나나, 고현정, 그리고 은퇴설까지 돌은 안재홍, 염혜란, 문숙 등 배우들은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완벽 소화해내며 글로벌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연출 김용훈 감독/넷플릭스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는 짐승들'로 첫 장편영화를 내놓은 김용훈 감독은 '마스크걸'로 첫 시리즈물에 도전했다.'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담았다. 공개 4주차에도 글로벌(비영어) TOP 10에서 5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사랑받았다.
김 감독은 '마스크걸' 원작 웹툰을 추천받고 캐릭터에 끌렸다. 웹툰 각색 작업은 원작의 세팅 값을 기본으로 시리즈물로 탄생했다. 집필을 마친 후 넷플릭스에 제안하고 무려 한달만에 제작이 확정됐다. 순조롭게 흘러갔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캐스팅이었다. 1역 3인과'성형미인'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일반적인 캐릭터들이 아니라서 이입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대본을 집필하고 나서 캐스팅이 어려울거 같았다. 처음에는 1역 3인을 먼저 생각했지만, 캐스팅이 안됐을 때의 플랜B를 염두해두긴 했다. 그래도 가능하면 1역 3인을 유지하고 싶어서 캐스팅을 빠르게 진행했다."
1역 3인 중 김모미A는 신선한 마스크를 원했다. 빠르게 캐스팅을 진행했고, 조연출은 모델 에이전시까지 수소문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운명처럼 신예 이한별을 만났다. "조감독이 캐릭터 설명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에이전시 리셉션 데스크에서 이한별 배우의 프로필을 오디션 명단에 넣고 있었다. 그때 한별 배우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임했다고 하더라. 운명적인 느낌을 받았다. 처음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데 이 배우의 생각이나 태도, 같이 이야기 나눌 때 인간적인 매력이 크게 다가왔다. 모미A에게 중요한 부분이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캐스팅하게 됐다."
성형 후 김모미B는 이름도 아름으로 바꾼다. 감독은 나나에게 제안했다. 그가 잘 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전부터 워낙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중간 모미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그걸 잘 표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같이 작업했을 때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본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김모미 캐릭터 포스터/이한별 나나 고현정 |
가장 인상깊었던 나나의 연기를 묻자 "교도소 장면에서 식판으로 때리고 씨익 웃는씬이 있다. 지문에는 그냥 '웃는다' 표현만 돼 있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다. 완성된 영상은 첫 테이크로 찍은 장면이다. 저는 너무 소름 끼치더라. 다른 스태프들도 오오 감탄했던 장면이다"고 짚었다.
김용훈 감독이 1역 3인을 제안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모미 뿐만 아니라 사람이 가진 보편적인 이중성 때문이다. 김모미A와 B가 다르듯이 C 역시 다른 성격을 지닌다. 특히 모미C는 교도소에 수감돼 10년 이상을 지낸 인물이다. 김 감독은 고현정에게 제안했다. "마지막 모미는 존재감만으로도 묵직함이 느껴지는 배우였으면 했다. 모미가 12년이 지난뒤에 초연하고 그런 모습들을 표현했을 때 얼굴 관리도 안하고 그런 것에 신경 안 쓰는 모습일 때 가장 신선한 배우를 생각했을 때 고현정 선배님이 떠올랐다. 이런 장르적인 이야기와 1역 3인 외모적인 표현들을 했을 때 해주실까 우려를 갖고 제안을 드렸다. 안 해주실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제안 드렸다."
거절 당할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제안을 했다. 하지만 고현정은 누구보다 제안을 반가워했고 빠르게 수락했다. 김용훈 감독은 "고현정 선배님은 1역 3인을 누구보다 재밌어하셨다. 표현들을 더 과감하게 얘기하셨다. 배우로서 변화를 하고 싶어하신다는 생각이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김모미 役 고현정 스틸 |
고현정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김모미C를 만들었다. 감독은 고현정의 연기에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음에도 의심을 갖게 만든 장면도 있었다고 했다. "머리를 더 짧게 자르시고 굉장히 살을 많이 빼셨다. 그만 빼도 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너무 힘이 없어보일 정도였다. 독방에 있다가 나왔을 때, 새롭게 태어났다는 식의 대사들을 하는 홀릭한 모습이 있다. 말투와 표정이 놀라웠다. 저도 아리송했다. 진짜 종교에 귀의 한것인지 의심이 들더라. 너무 어려운 표현인데 그걸 너무 완벽하게 표현해주셨다. 그래서 저는 찍을 때 박수 쳤었다."
세명의 김모미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다 달랐다. 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에 변곡점은 모미를 짝사랑한 주오남(안재홍)이다. 주오남의 첫 등장은 가히 파격적이다. 탈모가 진행된 듯한 헤어 스타일에 그의 눈빛과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를 연상케 한 그에게 '은퇴설'이 제기될 정도로 파격변신을 선보였다. "주오남 캐릭터가 여러가지 불편한 요소들을 한데 모아놓은 캐릭터다. 인물별로 구성했다. 주오남을 따라가야하니 이입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호감이 되게 높은 안재홍 배우밖에 떠오르지가 않았다. 너무 주오남과 배우 자체의 느낌이 달라서 특수분장 도움을 받았다. 김의성씨의 '(은퇴설)반응이 저한테는 극찬이라 생각한다."
시청자들에 충격을 안긴 장면은 김모미에 사랑고백을 한 후 '아이시떼루'라고 일본어로 외치는 모습이었다. 앞서 고현정 역시 "그 순간 '내가 졌다' 생각했다"고 밝힌 바. 김용훈 감독은 "'아이시떼루' 대사는 당초 없었다. 하지만 주오남 캐릭터가 집에서 주로 일본어를 쓰게 된 이유는 안재홍이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어의 경우 시나리오에서는 분노했을 때, 이성을 잃었을 때만 일본어를 쓰는 걸로 했다.근데 안재홍 배우가 일본어를 많이 쓰면 안되겠냐고 제안을 했다. 생일 파티 씬의 일본어는 연습을 되게 많이 해왔더라.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발음이나 뉘앙스가 다르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을 연습을 많이 했다. '아이시떼루'도 애드리브였다. 저랑 상의 없이 갑자기 '사랑합니다'하고 '아이시떼루' 하길래 깜짝 놀랐다. 스태프들이 다 웃더라. 리플레이 해서 보는데 그게 진짜 주오남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설정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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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주오남이 사라진 후 김모미의 행적을 좇는 김경자는 염혜란이 연기해 강렬한 존재감 드러낸다. 염혜란은 구수한 사투리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김경자의 광기, 집착을 그려냈다. "김경자를 생각하면 표준어가 안 어울리더라. 어찌보며 구수하고 거친 설정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김경자 대사를 사투리로 바꿔보니 착착 붙더라. 마치 염혜란 선배님의 어머님 영향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 사람인 제 입장에서는 사투리의 쪼나 억양을 잘 모른다. 목포 같은 바닷가 지역의 사투리다. 선배님께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투리 부분은 완벽하게 믿고 갔다. 정말 너무 잘해주셨다."
그러면서 감독은 "모미의 모친 신영희(문숙)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것도 다 과거의 지역갈등이 심한 부분까지도 표현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신영희는 모미와 달리 자연미인으로 가장 선한 사람이 이 모든 스토리의 근원이었으면 했다. 문숙 선배님들은 말씀하실 때도 말투가 너무 선하시다. 캐릭터는 다르다. 그래서 경상도 사투리를 새로운 언어 배우듯이 배우셨다. 그 연배에 액션 씬도 소화해주겨서 너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김경자는 교도소에 수감된 김모미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모미의 딸인 김미모를 어린 시절부터 팔로업하며 복수 계획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에 극 말미 염혜란과 고현정은 토굴 안에서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원작에는 지하실 같은 공간이다. 비주얼적으로 재미를 주기 위해 미술감독님이 도굴같은 느낌의 공간 아이디어를 주셨다. 젓갈 창고를 생각다보니 개연성이 필요했다. 집안에도 돌덩이가 있고, 집 주변에 모든 것이 돌산이다. 그걸 다 고려해서 공간을 세트로 지었다. 정말 좁은 세트다. 사람이 많이 들어가기 쉽지 않다. 제일 더울 때 촬영했다. 며칠 간을 촬영했다. 두 배우가 너무 고생했다. 고현정 선배님이 넘어지는 장면들은 스턴트를 거의 안 썼다. 직접 부딪히고 제가 봐도 아픔이 느껴질 정도로 주춤하는 법이 없엇다. 안전장치는 했지만 그래도 아프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괜찬다소 웃으시는데 너무 존경스럽고 감사했다. 쉽지 않은 일인데 두분 다 너무 존경스럽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염혜란 고현정 액션 스틸 |
공간을 바꾼 것처럼 원작을 각색하며 캐릭터의 관계도 달라졌다. 모미의 첫 살인이 핸썸스님이 아닌 주오남이 된 것이다. 이는 장르물 특성을 살리는 동시, 대중성을 고려한 부분이기도 하다. "원작에서는 모미가 직접 죽이는데 드라마에서는 주오남이 죽이는 것으로 바뀌었다. 모미의 성격은 가장 중요한 개성이었다. 극강의 행동들이 중요한 웹툰이었다. 실사화할 때는 살인을 저지르는 인물한테 시청자들이 긴 시간을 따라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모미가 마지막에는 편한 결말을 맺었으면 했다. 모미의 성장 이야기로 가고 싶었다. 그 결말을 원했다."
아름이가 된 모미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가진 김춘애(한재이)를 만나게 된다. 원작에서는 대립관계였던 이들이 드라마에서는 서로에게 힐링을 주는 존재가 됐다.특히 춘애와 모미의 서사는 모미의 딸 미모와 애춘의 서사와 똑 닮아있어 눈길을 끈다. "원작에서는 모미가 춘애를 경자한테 넘기면서 춘애를 죽인 셈이 된다. 원작 작가님은 원래 '마스크걸'을 처음 모미와 주오남의 로코를 기획했다고 하더라. 근데 핸썸스님 사건에서 급발진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썼다고 하더라. 그래서 장르가 스릴러로 바뀐다. 그 변곡점이 제일 재밌었다."
감독은 4회를 춘애 이야기로 쓰다보니 모미와 동질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여서 대립하는 것을 못쓰겠었다고 했다. "아름과 춘애가 비슷한 삶을 살았고 서로를 지켜주는 이야기로 써지더라. 그래서 춘애의 죽음으로 인해 아름이 자수를 해서 들어가는 것으로 각색했다. 흑백을 쓴 이유도 그동안 모든 예뻐지고 싶었던 욕망이 강한 인물이 그게 다 중요하지 않다면서 얼굴을 맞아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걸 다 벗어던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색채를 빼고 음악도 미니멀한 음악을 써서 모미의 상태를 표현하고 싶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김용훈 감독 |
김춘애의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성형'이라는 설정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오디션을 많이 봤다. 원하는 배우를 찾지 못하다가 인스타그램을 서치하고 작품들을 막 보다가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 한재이 배우의 느낌이 나나랑 비슷한 느낌이 있더라. 연기를 봤는데 잘하더라. 그래서 정식 오디션을 봤는데 너무 잘했다. 그 자리에서 바로 같이하자고 했다."
운명같은 캐스팅으로 완성한 '마스크걸'. 사실 '마스크걸'은 장르물이기 때문에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들이 쉽게 재생을 누를 수 있는 이지 콘텐츠는 아니다. 그럼에도 김용훈 감독은 작품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까. 그는 "동시대적인 문제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혐오적인 문제들, 그런 부분들이 이 작품에 담겨 있었다. 외모지상주의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문제, 비뚫어진 모성, 여러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을 담고 있는 이야기라 지금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경계선에 선 인물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 뚜렷한 선악 대비보다는 이중성이 매력적인 것 같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짐승들'도 인물에 끌렸다. 지금은 동양 신화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이중성과 접목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