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혜수 "복귀작 '너와 나'로 치유받아...학폭 의혹 정면돌파 결심"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10-30 06: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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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너와 나' 영화를 찍고 나서 치유 받고, 사랑 받은 힘이 커서 저도 주변에 그런 사랑을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배우 박혜수가 학폭(학교폭력) 의혹 이후 정면돌파에 나섰다. 그는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 '너와 나'로 2년여만에 대중 앞에 섰다.

현재 2년째 소송을 진행 중인 박혜수는 어떻게든 자신의 억울함이 풀릴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기에 정면돌파를 택했다. '너와 나' 개봉을 앞두고 박혜수는 서울 마포구 스포츠W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에 그간의 고생을 말해주듯이 볼살이 쏙 빠져, 헬쓱한 모습이었다.
 

▲영화 '너와 나' 세미 역 박혜수/㈜필름영

박혜수는 2년 전 학폭 논란에 휩싸이며 당시 출연 예정이던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등 연예계 활동이 올 스톱됐다. 뿐만 아니라 이미 촬영을 마치고 첫 방영을 앞둔 드라마 '디어엠'은 국내 방영이 무산됐다. 약 2년만에 대중 앞에 선 박혜수는 "당시 저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는 개인적으로 다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제 주변분들의 응원과 신뢰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받아서 뭔가 단단하게 이렇게 제 목소리고 직접 입장을 전하게 됐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정면돌파를 하게 된 이유 역시 전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용기도 필요했지만 어떻게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복귀가 가능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짧지 않았다. '너와 나' 영화를 찍고 나서 치유 받고, 사랑 받은 힘이 커서 저도 주변에 그런 사랑을 알리고 싶다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감독님 뿐만 아니라 PD님도 그렇고 '너와 나' 모든 스태프 모두가 많이 신뢰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 한분 한분 다 드리고 싶은 생각이다."

이와 관련 소속사 고스트 스튜디오 측 역시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소인이 허위사실 적시하여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점이 상당하여 명예훼손 혐의가 소명된다는 이유로 송치(기소 의견 송치) 하였고, 현재 추가 수사 진행 중에 있다. 위 형사 고소 사건과 별도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하였다. 박혜수와 당사는 명확한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현재 수사 진행 사항과 변함없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영화 '너와 나' 메인 포스터/㈜필름영
 

박혜수의 2년만 복귀작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D.P.' 시리즈에서 강렬한 연기로 사회에 경종을 울린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박혜수, 김시은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 표현이 서툰 두 여고생을 연기했다.

박혜수는 조현철 감독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인연으로 출연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던 바. 처음 대본 받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그 과정과 상징적인 표현들이 많은 대본이었다. 제 해석이 맞는지, 다른 해석으로 해야하는지 열어두고 나만의 해석으로 가야하는지 모호하고 어려웠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완성된 영화를 보시면 어려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너와 나'는 우리에게 잊혀져서는 안될 사건, 올해로 9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를 배경으로 한다. 이에 꿈과 현실을 오가며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박혜수는 "이 글이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참사에 대한 추모도 있지만, 더 넓게 생각했을 때 모두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처들을 안아주고 괜찮아질거라고 얘기해주는 글인 것 같았다. 내가 위로를 전해줄 수도 있고, 스스로도 치유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너와 나' 세미 역 박혜수 캐릭터 포스터/㈜필름영
 

촬영 당시 박혜수는 학폭 논란으로 인해 모든 연기 활동이 멈춰있던 바. 하지만 박혜수의 진심어린 말을 듣고 조현철 감독은 촬영을 진행했다. 박혜수는 글로 한번, 촬영장에서 또 한번, 영화 촬영을 마친 후에도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촬영할 때는 대본도 수도 없이 읽었다. '너와 나' 팀이 워낙 자주 만나면서 끈끈해졌다.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촬영 끝나고 나서도 위로를 받았다. 위로를 건넴으로 인해서 내가 괜찮아지는 것 말고, 진짜로 진심으로 이 사람이 괜찮았으면 해서 건네는 위로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감독님은 이 영화를 통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진심어린 위로가 통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가장 큰 의미 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세미에 집중해있는 시간 동안은 하은이와의 관계에서 주고 받는 엄청난 순수한 형태의 사랑도 그 순수한 마음을 연기하고 사랑을 주고 받는 연기를 한게 행복한 순간이었다."

박혜수는 흘러 넘치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때때로 깨질 것처럼 불안하고, 서툴러서 더 애틋한 세미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섬세한 연기로 소화했다. "솔직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많이 서툴고, 자기 혐오도 있고, 여리고 그렇지만 하은이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은 진심인 친구로 생각했다. 싱크로율은 지금은 68%, 과거는 85%정도 되는 것 같다. 제가 감정을 표현하는게 '너와 나'를 찍고 세미 촬영한걸 보면서 거울 치료가 되서 고쳐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도 세미처럼 '너의 입장만 말하지 말라'는 비슷한 말을 과거에 들어본 경험이 있다."

'너와 나'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날과 세미의 꿈이 뒤섞여, 타임라인이 섞여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세미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하은과 다툰다. 오해 속에서 하은에게 찡찡대고 화내다가 결국에는 하은에게 서툴지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진짜 마음을 고백한다. 박혜수는 해당 씬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저는 세미같은 사람인데도 답답하기도 했다. 먼저 그렇게 미안하고 너무 좋아서 그런거라고 울면서 고백하는데, 너무 솔직하고 순수하다. 오늘 하루 하지못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그게 되게 시원했다.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미소)."
 

▲영화 '너와 나' 스틸/㈜필름영
 

박혜수는 실제 나이가 믿기 않을 정도로, 세미의 순수하지만 표현이 서툴고, 감정기복이 심한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스스로의 연기 평가도 궁금했다. "하은이 집에서 캠코더 찾기 전에는 정말 감정이 10번은 오락가락하다. 감정기복이 엄천난 씬이었던 것 같다. 그 장면은 제가 봐도 놀랍다. 그래도 하은이한테 짜증을 너무 많이 낸 것은 아닌지,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후회가 되더라. 저는 감정이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했는데 연기한 것을 보니 너무 투덜이 같이 나왔더라. 그래도 노력한 값까지 따진다면 스스로에게 89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은을 연기한 김시은은 박혜수보다 무려 5살이나 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배우는 영화 속에서 영락없는 단짝케미를 선보였다. 성별을 떠나 순수한 세미와 하은의 서툰 사랑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시은과 첫 만남은 어땠을까. 박혜수는 "저도 낯을 가리는 편이다. 촬영장에서 언니의 포지션에 있어본 적이 없어서 서툴었지만 다가가려고 많이 했다. 시은 배우도 낯을 가리는 편이라 제가 부담스러울지도 모른다. 방법을 모르고 다가갔다. 나중에는 서로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낸 느낌이었다.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로의 합이 좋았다고 느꼈던 때는 극 중 세미와 하은이 싸우는 씬을 촬영한 후다. "몇 번 싸우고, 소리 지르는 씬을 찍고 나서는 확실히 편해졌다. 싸우면서 서로의 진 면모를 보게 된다. 화장도 거의 안해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는것도 다 보여지니까. 시은이는 '너와 나' 팀의 막내다. 지금은 시은이가 엄청 '너와 나' 팀의 사랑둥이다(웃음)."
 

▲영화 '너와 나' 세미 역 박혜수/㈜필름영
 

힘든 시기 자신에게 기회를 준 조현철. 배우로 만났던 조현철과 감독 조현철은 어떻게 달랐을까. 박혜수는 "부담스러움을 전혀 느끼지 않게 해주셨다. 정말 장점만 있는 감독님이었다"고 회상했다."배우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셔서 배우들이 편안한 현장을 만들어주셔서 모두가 얼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이 됐다. 연출자로서 디렉션을 주지만 배우의 언어로 디렉션을 주셔서 이해하기 너무 편했다. 감독님이 디테일한 포인트를 원하면 그 자리에서 직접 연기해서 보여주셨다 그런 것도 다 장점이었던 것 같다."

'너와 나' 팀은 영화 촬영에 앞서 세월호 사고 해역인 진도를 다녀왔다. 소재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묵직하고 민감하기에 투자를 받고, 제작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박혜수는 "감독님 영향도 크지만, 스태프 전체 분위기가 그 공기가 이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에너지를 받은 느낌이다. 영화 끝나고 마지막 씬이 세미 집이었다. 동그랗게 앉아서 전체 스태프가 소감을 말하는데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많이 표현하던 것이 기억난다"고 덧붙였다.

'너와 나'는 정식 개봉전부터 여러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 초청을 시작으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제10회 마리끌레르영화제 나우앤넥스트, 제11회 무주산골영화제 한국경쟁 ‘창’, 무주관객상 수상, 제2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제23회 가오슝영화제 Annual Theme: Aestheticism,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 Paysage 등에서 시사 후 뜨거운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 '너와 나' 세미 역 박혜수/㈜필름영
 

특히 영화는 현실과 꿈의 타임라인이 섞여있는 만큼, 다양한 해석도 등장하고 있다. 박혜수는 '너와 나'로 여러 영화제를 돌면서 다양한 해석을 듣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영화를 보시고 저한테 손편지로 적어주시는 분들이 많다. 그 중에 인상 깊었던 해석은 극 중 아이가 공룡을 줍는 장면에 대해 그게 마치 자신 같았다고, 그렇게 이 영화가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편지였다. 자신이 상처가 많았는데 그 장면은 마치 자신을 구해주는 느낌같아서 감사하다고 하더라. 저도 처음부터 굳이 해석을 여쭤보지 않았다. 이 영화는 다르게 보이고, 다른 지점을 찾는게 좋은 것 같다. 그걸 하나의 해석으로 가두고 싶지 않았는데 다양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너와 나'의 촬영은 제주도에서 막을 내렸다. 박혜수는 촬영이 끝난 후에도 한 두 달 정도 머물며 새로운 취미 생활도 생겼다. "제주도에서 도자기 공예도 처음 해보고, 유기견 봉사도 해봤다. 임시 보호도 해보면서 반려견을 실제 키우게 됐다. 흙을 만지는 느낌이 좋더라. 무념무상의 세계로 갈 수 있어 좋았다. 강아지와 교감하면서 사랑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많은 변화를 준 '너와 나'에 대한 애정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큰 의미의 사랑을 알게 해준 영화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제 주변에 그렇게나 사랑이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을 잊고 살고 있을 때 만나서, 그걸 알려준 영화다. 제 주변뿐만 아니라 좀 더 멀리 있는 타인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고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영화다."

스스로 성장한 지점도 짚었다. "그동안은 착실히 준비를 열심히 하는 쪽에 가까웠다. 한 씬을 찍을 때 사소한 장면이라도 엄청 준비를 해가서 그 안에서 꺼내 썼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많았고, 대사 순서도 뒤죽박죽 바뀌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들어 내는 작업을 많이 해서 그동안은 용기가 없어서 못한 경험을 자유롭게 많이 할 수 있어서 연기적으로 또 새로운 뭔가 경험을 했다. 다음 작품을 하면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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