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오대환이 40대 드디어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았다. 드라마 '38사기동대' 이후 인지도가 높아졌고, 출연 작품 숫자도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해 연말 안방을 휩쓴 국민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정조 이산 곁을 항상 든든하게 지키는 호위무사로 정점을 맞았다. 이후 오대환은 자신의 작품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악마들'로 첫 상업영화 주연작을 내놨다.
오대환의 첫 주연작 '악마들'은 지넌 7월 5일 개봉, 검거의 순간 서로의 몸이 바뀐 희대의 살인마 '진혁(장동윤)'과 형사 '재환(오대환)', 둘의 대결을 그린 바디체인지 액션 스릴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디체인지 소재와 액션, 스릴러가 만나 색다른 분위기의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악마들' 재환 역 오대환/TCO(주)더콘텐츠온 |
오대환은 지난해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 끝나고는 드라마는 스톱했다. 저는 무대를 섰던 사람이다. 무대랑 비슷한게 영화라고 생각한다. 준비기간도 조금 더 여유롭다. 배우들과 함께 준비하는 그 작업 과정이 좋다. 그래서 영화 작업을 더 하고 싶었다. 첫 주연작이다. 사실 코로나19 이후 영화시장이 너무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중간이 없어졌다. 근데 그게 저한테는 기회가 됐다. 큰 작품도 작은 작품도 해봤지만 제가 운이 좋게 주인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싶었다."
오대환이 연기한 최재환은 서울경찰서 광역수사대 강력2팀 형사.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연쇄살인마를 잡고 싶어하는 강력계 형사. 진혁을 검거하던 도중 그와 몸이 바뀌게 되고 표적이 된 가족들을 위해 필살적으로 그를 쫓는다.
당시 오대환은 드라마, 예능 포함 4작품을 동시에 촬영 중이었다.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캐릭터를 구죽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줬다."재환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진혁을 잡고 싶어 혈안이 돼 있는 인물이다. 거기다 몸이 바뀐 설정이기 때문에 진혁에 협조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당시 아예민해진 상태라서 화가 많은 상태였다. 정말 찌르기만 해도 화가 나는 상황인데 딱 그 설정이었다. 주연작이니까 부담감은 당연히 있었다. 그래도 버젯이 크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은 덜 수 있었다(웃음)."
▲영화 '악마들' 재환 역 오대환 스틸/TCO(주)더콘텐츠온 |
실제 '악마들'은 런닝타임 106분짜리 액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이 총 28회차로 마무리됐다. 상업 영화이자 액션 영화로서 이렇게 단 기간에 촬영을 마쳤다는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만듦새는 나쁘지 않다. 오대환이 부담은 느낀 지점이기도 하다. "완성된 작품 보고는 기립박수를 쳤다. 정말 첫 주연작부터 치열했던 것 같다. 걱정이 많았다. 사실 촬영 회차가 적어서 기대치가 낮아진 부분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본대로 안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대본 이상으로 나왔더라. 정말 저희 스태프, 배우들끼리 같이 칭찬하고 축하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대부분의 촬영이 모두 한 회차에 마무리됐다는 사실이다. 마장동 눈물 씬은 다시 찍고 싶어서 아쉬움이 컸다. "마장동에서 눈물을 흘리는 씬도 한 테이크밖에 안 갔다. 지하철도 지나가는 순간도 필요했다. 모든 조건이 맞아야 되는 상황에서는 저는 눈물을 흘려야 한다. 감정 몰입을 하기 위해서 제 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몰입하려고 노력했었다. 어떻게 촬영은 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웠다. 집에 가는 길에도 찝찝해서 감독님께 전화를 걸었다. 다시 찍고 싶다고. 근데 감독님께서 괜찮을거라고 하시더라. 완성된 영화를 보니 놀랍더라."
대부분의 촬영이 한 테이크였다. 그럼에도 영화의 완성도가 놓은 이유는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가지고 있던 김재훈 감독 덕분이다. "감독님께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래 연구하셨다고 하더라. 저는 주연이니까 당연히 더 집중하고 싶고 잘 해내고 싶어서 책임감도 생긴다. 욕심도 생기지만 감독님께서 괜찮다고 하실 때마다 걱정은 있었다. 근데 저예산 상업영화치고는 굉장히 만족도가 높다. 반전이 계속되는 스토리도 흥미롭고, 재밌는 오락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다."
▲영화 '악마들' 재환 역 오대환 스틸/TCO(주)더콘텐츠온 |
오대환은 "첫 장면이 밤 씬이었는데 그 장면을 새벽에 촬영했다. 그때는 밤 촬영을 낮에 하는 경우도 계속되서 이게 쌓이다보니 이렇게 찍는게 맞나라는 의심도 들었다. 근데 감독님이 너무 확신이 있으셨다. 저 믿고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시간적인 제약도 있고, 예산도 빠듯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감독님도 울고, 저도 울었다. 너무 고생한 것을 알아서"라고 덧붙였다.
경찰과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호흡을 맞춘 장동윤은 '악마들'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처음 봤던 이미지는 작품 속 최진혁의 모습이 상상이 안 갔다. "핫한 배우라는 것과 연기를 잘한다고는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얼굴이 너무 조막만해서 놀랐었다. 이런 이미지가 악마를 한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적어도 제가 가진 이미지와 대적할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체격도 좀 있고 아우라도 느껴져야 하는게 아닌가 걱정했었다. 정말 나약해 보였다."
하지만 감독은 두 사람의 대비되는 모습을 원했다. 실제 '악마들'에 나온 장동윤은 평범함을 넘어, 너무 외소한 체격이 사이코패스라는 설정과 묘하게 연결됐다. 바디 체인지 설정상 서로의 습관을 따라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오대환과 장동윤은 다르게 연기했다. "처음에는 서로의 말투를 따라해야 하나 고민했다. 근데 인간이 한계가 있다. 아무리 따라해도 똑같을 수는 없다. 그 설정에 집중하면 연기적인 것을 놓칠 수 있다. 그래서 각자의 목소리와 말투를 하기로 했다. 서로의 정체성만 기억하자고. 동윤이가 목소리를 바꿨더라. 그리고 재한의 손가락 제스쳐를 따라했는데 잘 했더라. 관객들에 트릭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악마들' 재환 역 오대환/TCO(주)더콘텐츠온 |
또 오대환은 장동윤과 함께한 고문 씬 촬영을 회상했다. "고문 씬은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됐다. 흐름을 안 끊고, 레일이 아닌, 카메라 감독님 같이 돌아가면서 찍었다. 조명과 카메라 동선이든 다 맞아야 하는 장면이었다. 동윤이도 그때 3개의 작품을 동시에 촬영 중이었다. 매번 둘이 만나면 컨디션을 물어보는게 인사였다. 그 장면은 중요해서 테이크도 많이 갔었다. 외적으로 집중을 많이 했던 씬이다. 고생했는데 잘 나왔더라."
우여곡절 끝에 첫 주연작을 마친 오대환. 그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매씬 집중하고 치열하게 연기하면 결과를 떠나서 만족도는 있다. 어렵게 찍은 영화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감사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대환은 세 딸과 막내 아들까지 4둥이를 둔 가장이다. 특히 '악마들'의 재환은 가족들에 다정다감한 인물이다. 대중에는 위트 있지만 진중하고 묵직한 배우로 통하는 오대환. 일상 생활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질문하자 최근 사춘기를 거친 첫째 딸의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악마들' 재환 역 오대환/TCO(주)더콘텐츠온 |
"첫째 딸이 중2병을 슬기롭게 탈피했다. 하하. 그때는 감정 기복이 엄청 심해서 온 가족이 눈치를 봐야 했었다.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기분대로 집안 분위기를 좌우하면 안되는 것 같았다. 근데 그때 아내가 '기다려줘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몇 가지 제약을 걸었고, 그걸 지켰다. 이제는 저랑 영화도 같이 보러 다닌다. 올 초 4월에는 일본으로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큰 딸이 정말 좋아하더라. 지금은 둘째가 중2병이 오는 것 같다(웃음)."
데뷔 18년차에도 쉬지 않고 꾸준히 일하는 데는 가족들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연기는 오대환이 가진 기술이다. 배우라는 작업이, 어느샌가 생계수단이 되는 것은 중년 배우들이 가장 경계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제가 연극할 때는 돈은 못 벌었어도, 한 씬 나오는 단역에 합격하면 혼자 자축하고 그 짧은 대사를 3안까지 정해놓고 연습했었다. 지금은 저 스스로도 기능적으로 연기하는 부분이 있는 느낌이 있다. 연기에 대한 치열함도 덜 한 느낌도 있다. 제가 쉬지 못하는 이유에는 제가 가장이라는 점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영화여도 주연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선배님들이 조언해주시기를 배우는 가족들에 약간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 슬기롭게 조율하라고 하더라. 제 일도 소중하고 가족도 소중하다. 진심으로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싶다. 짧게 등장하는 드라마보다는, 제 캐릭터에 대해 더 연구할 수 있고, 연기 고민을 할 수 있는 영화가 조금 더 딥하게 생각하고 장르물을 연기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