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의 얼굴' 천우희, 글로벌 날개 달아준 '긍정적인 징크스'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6-20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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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번 출연작들을 비슷한 시기에 선보이게 됐다. 다행히 매번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였다. 대중에게 여러 재미와 매력을 집약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징크스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려고 한다."


배우 천우희는 '징크스'라는 부정적인 단어에 '긍정'이란 표현을 붙일 수 있는 '천우희적 사고'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배우에게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천우희는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 답게,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서는 섹시함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는 다채로운 '사랑'의 감성을 선보이며 글로벌을 '현혹'시키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8층 役 천우희/넷플릭스


데뷔 21년차 배우 천우희가 파격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더 에이트 쇼'는 공개 5주차에도 넷플릭스 TV 쇼 부문 비영어권 작품에서 6위를 차지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더 에이트 쇼'는 8인의 남녀가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힌 후,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영화 '관상', '더 킹', '비상선언'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다.

천우희는 8층으로 '더 에이트 쇼'에 참여했다. 8층은 최고층으로 누구보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도파민에 절여진 듯한 인물이다. 특히 천우희의 필모 사상 가장 섹시한 캐릭터다. "저한테도 새로운 도전이겠다 싶은게, 이번에 머리 풀고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번만큼은 계획했던 것들보다 직관과 본능에 의해서 연기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섹시함을 어필하는 캐릭터이지만 약간의 피로감도 주면 어떨까도 생각했다. 다른 캐릭터와의 밸런스도 중요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어느 정도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야할지 고민했다. 환기도 시켰다가, 긴장감도 일으켰다가 해야 극에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8층 役 천우희 스틸/넷플릭스


8층은 '더 에이트 쇼'의 중심이 돼 극을 이끌었다. 계층이 나눠지고 시간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상황을 즐긴다. 결국엔 최고층으로서 하층 참가자들을 쥐락펴락하며 최종보스에 등극한다. 어쩌면 호스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했다. "주체자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주체자들이 원하는 것은 도파민이고, 자극을 얻고 싶어한다. 8층은 그걸 본능적으로 간파한 것이다. 의도를 가졌다면 혐오스러울 수 있는데, 즐거움을 위해 쇼에 참가한 인물이니 주최자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해서 호스트 입장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도 결국엔 참가자다."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으로 중무장한 천우희의 8층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그는 스스로 의심과 도전을 이겨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 "8층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접점이 있을 수 있을가. 제 캐릭터가 비호감이거나 미움받지 않았으면 했지만, 연민이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도 아니라서 고민이 많았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미소)."

'더 에이트 쇼'의 8층과 달리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도다해는 폭풍 응원을 받았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넷플릭스 TV쇼 부문 비영어권 작품에서 3위를 기록, 지난 6월 9일 종영 후에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으로 글로벌 쌍끌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천우희는 종영 후에도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 비결을 묻자 "완성도와 공감이 아닐까 한다. 대본, 연출, 배우, 음악 등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뤘고, 등장 인물들의 각각의 서사를 통해 공감할 지점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매번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전개 방식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도다해 스틸/JTBC


도다해는 초능력 가족 앞에 나타난 수상한 여인이다. 극 중 복귀주(장기용)의 잃어버린 초능력을 일깨우고, 그와의 로맨스까지 견인하며 러블리한 매력을 선보였다. 반면, 사기꾼으로서 초능력 가족에 접근, 그들의 능력을 경험, 목격하고는 놀라는 장면에서는 능숙한 코믹 호흡을, 아픈 과거사에서는 묵직한 사연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기꾼이지만 복귀주와 시청자를 흔드는 연민이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접근했을까.

천우희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내 최고 관심사인 가족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 판타지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현대인의 결핍, 상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마음이 갔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다해가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왔을 지 고민했다.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살아난 것에 대한 부채감과 의무감으로 일상을 무겁게 지탱해 왔고, 그런 감정들을 감추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초반에 다뤄진 현재 장면에서는 유쾌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중후반 과거 장면에서는 다해의 이면을 시청자들이 공감하실 수 있게끔 감정에 집중했다."

도다해가 초능력 가족과 연이 닿기 시작하면서,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들과 연대하는 것도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였다. 복귀주에게 사랑의 감정을 일깨워줌과 동시, 그로 인해 복귀주는 자신의 딸 이나(박소이)와 마주했다. 초능력을 잃었던 가족들은 점차 자신의 능력들을 찾아가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일깨웠고,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8층 役 천우희/넷플릭스


"정말 따뜻한 사람들만 모인 현장이었다. 축복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게 만든 원동력은 조현탁 감독님의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다 같이 찍는 장면일 때마다,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좋아서 매일 행복했다. 모든 배우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지만 특히 고두심 선생님과의 촬영은 ‘쿵! 하면 짝!’이었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며, 열린 사고를 갖고 계신 분이어서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았다."

결국 초능력이 없는 다해는 초능력 가족을 다시 한번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천우희는 다해가 매 순간 진심으로 상대를 대했기 때문에 '현혹'이라는 능력이 생겼다고 말한다. 천우희 역시 비슷한 시기, 두 작품을 내어놓음으로서 두 작품 모두 사랑받고 있다. 그는 '천우희적 사고'로 답했다.

"두 작품다 반응이 좋아서 마음이 놓인다. 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나. 그냥 다른 인물이라고 하는 반응을 봤다. 동일선 상에 두 작품을 투지 않는게 가장 기분좋은 댓글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번 출연작들을 비슷한 시기에 선보이게 됐다. 다행히 매번 다른 장르,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였다. 대중에게 여러 재미와 매력을 집약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징크스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려고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8층 役 천우희/넷플릭스

'써니', '한공주', '곡성', '멜로가 체질', ‘이로운 사기’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넓은 스펙트럼 덕분에 '천의 얼굴'로 불리는 천우희. 그에게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은 '멜로가 체질'이다. "한석규 선배님이 '너 나이 때 할 수 있는 연기를 많이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 당시에 택한 게 '멜로가 체질'이다. 너무 즐겁게 찍었고 행복한 시간으로만 기억되는데 보시는 분들은 더 많은 사랑을 주더라. 변화가 이어지게 된 순간인 것 같다. 매번 작품마다 의미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을까. 천우희는 "연기가 왜 즐거울까라는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란 인간에 대해서 알아가려고 하는 과정인 것 같다. 연기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인물과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라는 인간, 나라는 배우가 더욱 깊이 있고 넓은 시각을 갖길 바란다. 흥미롭고 다양하며 평범하지 않은 인물에 늘 눈길이 먼저 간다. 늘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안 해본 것' 이다. 저라는 배우 자체도 그렇지만, 작품 자체가 생명력이 오래갔으면 한다. 제 작품 자체를 사랑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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