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올 여름 스크린 시장은 그 어느때부터 뜨겁고 치열했다. 하지만 극장가는 여전히 침체됐고, 코로나19 이전만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달짝지근해:7510'은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흥행 TOP3에 랭크되며 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침체된 극장에서도 '공조: 인터내셔날'(698만)과 '올빼미'(332만)로 흥행의 선두에 나섰던 유해진은 '허리급 영화'(제작비 80억 이하의 작품)으로도 관객들을 불러 모으는데 성공했다.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은, 장르 불문하고 통한다는 공식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치호 役 유해진/㈜마인드마크 |
유해진이 출연한 영화 '달짝지근해:7510'(이하 '달짝지근해')은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로, '힐링 아이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도 하루에 많게는 6천명부터 적게는 3천명의 관객들이 꾸준히 관람, 누적 관객수는 137만이다.(이하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달짝지근해'는 유해진의 필모 사상 첫 로맨틱 코미디다. 앞서 '럭키'(2016)에서 부수적으로 로코를 선보인 바 있지만, 로맨스가 주가 되는 로코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유해진이 스크린에 그려낸 치호와 일영은 순수했기 때문에 때묻지 않은 사랑을 한다. 유해진은 "이들의 때묻지 않은 사랑이 잘 그려졌으면 했다. 이런 순수한 사랑이 그립기도 한 것 같다. 지금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20대때는 순수한 사랑을 하지 않나. 그래서 더 어른판 '소나기' 같은 느낌이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상처를 안고 있다. 치호는 치호대로, 일영은 일영대로 상처를 지녔다. 어떻게 보면 둘다 순수한 사람이다. 순수한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꽃 피우는게 잘 그려지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사랑만으로 이끌어가기엔 부담감이 좀 있었다. 자칫하면 정통멜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웃음이 조금 필요했던 작품이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틸/㈜마인드마크 |
'달짝지근해'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원작 시나리오는 '스물', '극한직업', '드림'의 이병헌 감독이 썼다. 유해진은 이한 감독과 이병헌 감독의 시너지를 높이 샀다. "이병헌 감독님의 톡톡 튀는 시나리오와 이한 감독님의 스타일이 잘 섞인 것 같다. 아마 이병헌 감독님이 연출했다면 다른 작품이 됐을 것이다. 저하고 이한 감독님의 색깔이 합쳐져서 새로운 스타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이한 감독님의 스타일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사람냄새 나는 쪽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감독님이 진짜 치호 같아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웃음)."
유해진이 분한 치호는 집과 회사밖에 모르지만, 나름대로 자신이 짜놓은 틀 안에서 철저하게 지키며 사는 전형적인 MBTI 'J'의 특성을 띈다. 실제 INFP라는 유해진은 "저는 J 성향은 아닌 것 같다. 치호처럼 살지는 않는다. 번개도 좋아하고, 저는 즉흥적인 편이다. 치호가 귀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편하다는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일영으로 호흡을 맞춘 사람은 원조 로코여신 김희선이다. 김희선은 스크린에 비해 드라마에 치중된 배우다. 하지만 이한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일영으로 함께 했다. 유해진은 자신의 촬영이 없음에도 김희선 촬영장을 찾아갔던 바. 그는 "상대가 김희선씨가 아니어도 찾아갔을 것이다. 사람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서로 케미와 호흡이 중요하다. 소통이 되는 상대인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촬영장 스틸/㈜마인드마크 |
"일적으로만 될 수 없다. 소통이 되어야 하는 상대역이다. 그래서 상대 배우가 누구여도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근데 정말 너무 행복하게 찍었다. 경쾌한 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 상대를 안 힘들게 하나? 스태프들도 희선씨 오기만을 기다린다. 미어캣처럼 차를 기다린다. 희선 씨가 없는 날은 민망할 정도로, 약간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엄청 반기더라. 희선씨는 성격이 밝아서 벤에서 내리자마자 '안녕하세요' 하이톤으로 인사를 한다. 다운된 촬영장 분위기가 환해진다. 그래서 저한테도 큰 힘이 됐다."
'달짝지근해'는 제작비 80억원 이하인 허리급 영화다. 유해진은 장르보다 이야기의 재미를 기준으로 출연을 확정 지었다. 김희선과의 호흡 뿐만 아니라 형 석호로 분한 차인표를 비롯해 진선규,한선화 등과 함께한 촬영장과 작업이 행복했기에 작은 결실이라도 이루고자 했다. "정말 찍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제가 지금까지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했지만, 행복감은 최고였던 것 같다. 이야기의 영향도 있지만 차인표 선배도 선규는 말할 것도 없다. 선화는 전 회사부터 같이 했다. 감독님은 순딩이다. 진짜 치호다. 기자 간담회 때도 땅만 보고 계셨지 않나. 더 안 바란다. 극장이 좋은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BP만 잘 넘기고, 조금만 더 들면, 행복한 작업으로 마무리 되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게 지금은 큰 욕심이자 바람이다."
유해진이 '달짝지근해'의 흥행 성공을 바란는데는 개인의 성과, 더 나아가서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바람이다. "큰 작품들은 훨씬 더 잘되야한다고 본다. 다 잘될 수는 없지만 훨씬 더 잘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는 2등이나 3등을 했으면 생각했다. 그래야만 우리같은 필요성이 있는 허리 영화도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래야 관객들도 안 질리는 것 같다. 저는 안 블록버스터라고 말한다. 블록버스터도 중요하지만 안 블록버스터도 되게 중요하다. 그걸 보고 싶지 않은 관객들도 있다.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