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문' 김용화 감독 "한국 SF에 대한 불신, 극복하는게 관건"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8-02 06: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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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한국영화 비주얼계의 혁신을 가져온 '비주얼 마스터' 김용화 감독이 올 여름 역대급 우주 풍광과 월면을 구현한 '더 문'으로 극장을 찾았다. 우주 SF 장르 마니아라면 놓친 수 없는 기회. 김용화 감독이 '달캉스'로 극장에 초대한다.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자, 오늘(8월 2일)개봉한 영화 '더 문'은 사고로 인해 달에 홀로 고립된 우주 대원 황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 '미스터 고',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 '오! 브라더스'까지 누적관객수 총4,627만 스코어를 기록한 '믿고 보는 감독' 김용화의 첫 우주 프로젝트다.

 
▲영화 '더 문' 김용화 감독/CJ ENM

공개 후 '더 문'은 이제껏 한국에서도 본 적 없는 혁신적인 우주 비주얼로 '김용화표 비주얼'에 극찬과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신과 함께' 당시 배우들이 VFX 기술 접목을 위해 파란 배경에서만 촬영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는 감독은 지금이라도 당장 달에서 운행이 가능한 월면차부터 우주복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내며 리얼리티를 더했다. 

'더 문'의 시작은 10년 전 쯤 우연히 봤던 EBS 방송이다. "오래전 천문연(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EBS에서 특강을 하는 방송을 우연히 봤다. 그때 현장에 있던 학생 한 명이 박사에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하나?'라는 질문을 하더라. 박사는 학생에게 '천문연 근처 산에 올라가 광활한 우주를 보며 이야기한다'고 하더라. 별을 바라보면, 자신들이 처해진 우주에서의 존재가 먼지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갈등과 오해가 풀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 그후 '신과함께'2 후반작업 할 때 '더 문' 원안을 봤다. 그 생각을 하면서 우주를 배경으로 주고 받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그 생각이 떠올랐다. 8개월동안 수정 각색을 하고 준비했다."

 

'더 문'은 한국영화계의 비주얼 혁명이라고 일컬을 만큼 역대급 비주얼을 자랑하는 반면, 메시지는 '신과 함께' 시리즈와 같은 맥락이다. 용서, 구원, 위로, 인간애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7번째 작품인데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쨌든 보편적인 사랑을 바라고 있다. 이번에도 그 부분이 관객들과 소통이 되면, 기대하지 않았지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원작 소재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원작은 수위가 좀 높아서, 제가 원형 틀을 좀 살리면서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를 살리고자 했다. 저는 용서와 구원, 위로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그 배경이 우주이던지, 저승이던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영화 '더 문' 스틸/ CJ ENM

 

'신과 함께'로 저승의 비주얼을 그려내며 호평 받은 감독은 우주 비주얼도 자신있었다. 사실 그게 어떤 배경이던지 자신 있었다. 다만 한국 SF 소재에 대한 인식이 발목을 잡았다. "진입 장벽이 어려운 소재다. 우리 나라 영화에서 시도된 적이 없다. 한국 SF 장르에 대한 불신이 크다. 극복하는 게 관건이었다. 더 늦으면 못할 것 같았다. 개봉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사진처럼 적나라한 영상으로 승부할 생각이었다. 배우는 감정적 측면에서 흔들 수 있지만, 비주얼적인 측면은 4K가 렌더링 되는 완벽한 환경에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와이드한 액션 씬을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드러낸 부분도 있다. 남아있는 샷들의 완성도에 신중을 기했다. 근데 막상 다 만들고 나서 보니 '한국 SF가 어울려?' 잘 만들어질 수 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걸 개봉 3개월 전부터 떠올리면서 위축돼 있었다."

 

'더 문'은 국내 최초로 프리미엄 HDR 영상 기술 돌비 비전과 공간 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가 모두 적용된 영화다. 돌비 비전은 일반 영화관 스크린 대비 2배 이상의 밝기와 500배 높은 명암비, 수십억 단위의 컬러 팔레트로 실감 나는 색감과 화질을 구현한다. '더 문'은 영화관 최대 관람 스펙으로 알려진 돌비 비전 4K HDR 마스터링을 통해 놀라운 수준의 해상도와 선명도를 구현하며, 달과 우주가 눈앞에 펼쳐진 듯한 극사실적인 비주얼을 완성했다. 역대급 비주얼을 구현해냈지만, 정작 감독은 기술적인 측면보다 감정 공감에 포인트를 더 맞추고 싶어했다. "기술을 본위에 올려놓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본래의 가치가 퇴색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영화는 감정이다. 개연성에 따라 설정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미스터 고'도 엄청난 결과물이다. 패착을 겪은 게 기술적인 측면을 부각하면서 영화가 산으로 갔다. 이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전해드리려고 하는 위로의 감정이 소통됐으면 한다. 그 다음에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해주시면 기술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다."

 

'더 문'이 구현한 달의 비주얼이 신선한 점은 달의 앞면과 뒷면을 구분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대중에게 월면으로만 일컬어져 왔다. 구분을 지어 특성을 담아낸 것은 '더 문'이 처음이다. 감독은 실제와 가까운 세트와 소품을 만들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가 전문 연구기관으로부터 자문을 받고, 지구와 여러 조건이 다른 달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반응들에 대한 자료들을 확보했다.

 

▲영화 '더 문' 스틸/CJ ENM
 

"실제 우리는 달의 앞면만 보고 있다고 하더라. 자전과 공전 속도가 같기 때문이라고. 달의 앞면은 우리에게 수많은 동화를 안겨줬다. 뒷면에는 사람들이 끔찍해 할 정도의 분화구가 있다. 유성우에 맞아서 곰보화된 것이다. 우리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 아이러니가 있다. 달이 위성으로 치면 행성이지만 위성이다. 지구의 인력을 받는 유일한 별이다. 양면이 공존한다는 점. 그게 드라마적으로 추구하는 기쁨과 슬픈 희망과 좌절 슬픔과 웃음 같은 양면성처럼, 잘 섞일 수 있는 감정과 잘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달의 뒷 공간에서 펼쳐지는 탈출극, 서스펜스가 클 것이라 생각했다."

 

도경수가 분한 선우가 홀로 고립돼, 미션을 완수하고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달에 착륙, 임무 달성 후 달의 뒷면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우리의 눈에는 아름다운 '별똥별'로 보였던 유성우가 달의 뒷면에 있는 선우에게는 어디서 떨어질 지 모르는 포탄같은 위험한 존재가 된다. 그를 구하기 위해 우주센터에서 재국(설경구)과 미국 NASA 유인 달 궤도선 메인 디렉터 문영(김희애)이 고군분투한다. 도경수의 분량이 80% 가까이 된다. '신과 함께' 이후 도경수와 재회한 감독. 황선우 대원은 왜 도경수였을까 궁금했다. "황선우가 가진 기질을 도경수 배우 본인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본질이 그렇지 못하면 그런 연기가 안 나온다. 캐릭터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모습은 도경수가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에 비해 엄청 훌륭한 배우다. 정말 훌륭하게 잘 해내줬다."

 

사실 대중이 보기에는 경이롭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흠이 없는 완벽한 비주얼이다. 각 분야의 우주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고 몇 번을 확인하고 완성했지만, 사실 고증에 대한 오류(?)도 있다는 감독은 "도킹 과정이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궤도에 접근하는 것까지도 몇 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하더라. 그런 요소들이 생기면 자문을 구했다. '과학적으로 고증의 오류가 될까요?' 그러면 모든 걸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영화는 삶의 의미고 영화적 해석으로 극복 하는 것과 무지몽매하게 접근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하면 도킹 과정이 훨씬 단순화 될 수도 있다고 용기를 엄청 주셨다."

 

▲영화 '더 문' 김용화 감독/ CJ ENM
 

김용화 감독은 CG 중심의 시각적 특수 효과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연구력을 보여 온 결과, 덱스터 스튜디오를 세워 큰 기술적 성과를 이루어내며 한국영화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 고'(2013)를 시작으로 '부산행', '신과함께' 시리즈, '백두산', '반도', '승리호', '모가디슈', '비상선언', '외계+인' 등 대작들의 중심에서 기술력을 선보여 온 바. 사실 '미스터 고'는 흥행에 실패한 영화이지만, 이후 CG 기술을 보고서 투자가 엄청나게 들어오면서 전화위복이 됐다. 사실상 지금의 김용화 감독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상업영화로 비극적인 다크함을 끌어내지 않고 감독상을 받고 싶었다. 그걸 '국가대표' 때 성취했다. 그때 받은 20여개의 트로피를 침대에 깔아놓고 엄청 울었었다. 근데 인생이 너무 허무하더라. 너무 살아온 게 보잘것 없다는 느낌이었다. 진심으로 해줬어야 하는 일을 무시했거나, 친구가 도움을 요청할 때 돕지 못했거나 하는 것들이 후회로 밀려왔다. 그러면서 인생이 하찮게 느껴졌다. 그런 경험을 겪고 나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내 인생의 좌표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제안을 받았다. 그래서 있는 것 다 끌어서 만든 회사가 덱스터 스튜디오다. 엄두도 못 냈던 장르까지도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영화관에서 위로를 받았다는 감독은 이제 관객들에게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사람이 됐다. 남들은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분야를 개척해내고 또 성공을 이뤄내며 자신의 업적을 쌓아오고 있다. 대중에겐 어떤 감독으로 평가받고 싶을까. "아직도 갈 길은 먼데 기술과 감정을 가장 잘 접목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 똑같은 것을 만드는 것은 너무 재미없다. 제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만들자는 게 지배적이다. 제가 호기심이 생겨야 한다. 사실 드라마는 이미 120년 전에 끝난 플롯을 갖고 있다. 그걸 밀도있게 하냐, 거칠게 하냐에 따라 장르가 갈리고 완성도의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저한테는 공간이 너무 중요하다. 어디서 벌어지는데? 누구의 시점으로 보는데? 그런 쪽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저도 어릴 적에 영화관에 가면 위로를 받았다. 그래서 SF 영화의 기본적인 속성인 답답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다. 다이내믹해야 한다. 정말 끝내주는 극강의 체험적 영화를 만들었다고 자신한다. 달캉스 오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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