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멍뭉이' 김주환 감독 "'맡긴다'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성장서사, 오해 없길"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4-03-07 02: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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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민수는 성장하는 캐릭터다. 11년을 가족처럼 살았어도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있다. 실제 개인적인 이유로 파양을 고민하는 분들, 유기견을 입양할 때 특정 견종만을 찾는 분들이 계신다. 과잉이 아닌 상황에서 이 이야기들을 하나로 꿰멜 수 있는 고민을 많이 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하지만 나쁜 주인은 있다. 첫 만남 때는 가족처럼 따스하게 맞이해놓고 그와 이별은 쉽게 생각한다. 반려인들이 늘어나는 만큼, 버려지는 유기견도 늘어간다. 반려견에 대한 책임 의식이 없는 이들도 늘고 있다는 의미다. 영화 '멍뭉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주인같지만, 자신의 새로운 삶을 위해 가족같은 반려견 루니에 새 주인을 찾아주려는 남자의 성장기를 담아내며 책임감 없는 반려인들의 반성하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 '멍뭉이' 연출 김주환 감독/(주)키다리스튜디오
 

지난 3월 1일 개봉한 영화 '멍뭉이'(감독 김주환)는 집사 인생 조기 로그아웃 위기에 처한 민수(유연석)와 인생 자체가 위기인 진국(차태현), 두 형제가 사랑하는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면접을 시작하고, 뜻밖의 '견'명적인 만남을 이어가는 영화로, 봄날의 햇살만큼이나 따듯하고 무해한 힐링극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7일 누적 관객수 11만을 돌파했다.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은 전작 '청년경찰' 이후 무려 6년만에 신작 '멍뭉이'로 돌아왔다. 영화가 반려인과 반려견을 주제로 하지만 '멍뭉이'의 주인견인 루니는 실제 김주환 감독의 반려견 이름이다. 바쁘게 일을 하던 중 반려견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

"저도 13년 정도 두마리의 자매견을 키웠다. 한 마리가 먼저 떠나고 두달 텀으로 모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지금은 기를 마음이 아예 없다. 저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루니가 죽는 것을 못 봐서 영화 감독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싶었다. 그 아이들이 행복하면 다 행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강아지들이 행복한 세상이 안 행복할 수가 있나? 생각한다."
 

▲영화 '멍뭉이' 출연견 루니, 공주, 토르, 레이/(주)키다리스튜디오


극 중 민수는 사촌형 진국과 루니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려는 여정을 시작한다. 강아지와 함께 자라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 사람, 먼저 떠난 반려견의 빈 자리를 채우려는 사람, 반려견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는 집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내는 것이었다. "소재와 주제가 가진 무거움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달라졌다. 소비형식이 달라졌다. 사실극, 생활극으로 잡으면 한 없이 다크해질 수 있다.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다르다. 반려인이 아닌 사람들도 같이 볼 수 있게 풀어내는 게 중요했다.어떤 면에서 본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는 전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다."

김주환 감독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라고 표현한 부분은 공개된 후 일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맡긴다'는 표현이다. 주인공 민수는 자신이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예비신부가 개 침 알러지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동안 약을 먹으면서 루니와 만나왔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느낀다. 결혼을 결심한 후 그는 루니가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도록, 좋은 곳에 맡기려고 한다. 맡긴다는 표현은 '파양'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런 의미로 생각하실 수도 있다. 좋은 이야기만 하면 드라마는 성립되지 않는다.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간다. 민수는 성장캐다. 특정 단어에만 집중을 하신다면 우리 영화의 메시지를 왜곡하고 오해하실 수 있다. 하지만 맡긴다는 표현을 하는 민수는 성장하는 캐릭터다. 11년을 가족처럼 살았어도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있다. 실제 개인적인 이유로 파양을 고민하는 분들, 유기견을 입양할 때 특별한 견종만을 찾는 분들이 계신다. 과잉이 아닌 상황에서 이 이야기들을 하나로 꿰멜 수 있는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멍뭉이' 연출 김주환 감독/(주)키다리스튜디오

그러면서 감독은 "보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했다. 동화가 되면 열린 시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효리씨나 이런 분들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지 않나. 실제 서울 동물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을 때 시사를 처음 했다. 그분들이야 말로 최전선에서 반려견 보호를 위해 힘을 쏟는 분들이다. 너무 좋게 봐주셨다. 임순례 감독님도 너무 좋게 봐주시고 문자로 '영화의 좋은 영향 기대한다'고 하셨다. 그런 분들이 저희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아봐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힘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멍뭉이'에는 루니부터 레이, 4마리 꼬마 강아지,토르, 공주까지 총 8마리의 강아지가 등장한다. 골든 리트리버 수컷인 루니를 중심으로, 퍼펙트 도그의 도움을 받아 본격 캐스팅을 했다. 퍼펙트 도그는 반려견들이 지낼 수 있는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 루니를 연기한 골든 리트리버 역시 원래 견주에 의해 이곳에 맡겨져 활동하고 있다. "루니는 수컷이고 6~8살 사이다. 중성화가 안 된 아이다. 같은 수컷이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그래서 블랙 래브라도를 데려왔다. 퍼그는 사회화가 돼 있는 아이였다. 공주는 거기 살던 애다. 자연스럽게 이 친구들과 어우러져서 데려웠왔다. 믹스견 4마리는 소주제를 담고 있는 아이들이다. 퍼펙트 도그에서 케미를 만들어 왔었다."

반려견들과 함께 한 배우 차태현과 유연석은 출연료를 자진삭감하며 김주환 감독과 뜻을 함께 했다. 반려견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다. 차태현, 유연석이 손을 잡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유연석은 영화 촬영 후 유기견을 입양해 함께 하고 있다. "차태현 선배님이 제일 중요했다. 시나리오를 보시고 만나자고 하셨다. 전집에서 맥주 한 잔 하는데 하려고 만났다고 하더라. 선배님의 생각을 시나리오에 녹여낸 부분도 있다. 첫 만남부터 너무 필요로 하고, 원했던 선배님 모습이었다. 인간 자체가 진국이었다. 안정감이 생기더라. 톤앤매너가 잡히더라. 유연석씨가 형이랑 너무 잘맞겠다고 싶어서 부풀어난 것이다. 예산이나 많은 부분에서 여러모로 해피한 지점들이 있었다."

▲영화 '멍뭉이' 차태현, 유연석, 4마리 꼬마 강아지/(주)키다리스튜디오
 

캐스팅이 완료된 후 본격 촬영에 앞서 김주환 감독은 강아지 촬영을 위해 만화 콘티를 만들었다. 하지만 동물 촬영이 어디 마음처럼 쉬운 일인가. 열린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 감독은 미쟝센은 커녕 만들고자 하는 마음만 전달되면 된다는 생각에 강아지들을 중심으로 촬영했다. 콘티는 설정만 확인할 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사실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강아지들을 보호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강아지들에 뭘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상황이 안 좋으면 강아지들은 잔다. 빨리 순발력 있게 움직였다. 큰 화면으로 보니까 바닷가 씬에서 4마리의 꼬마 강아지들이 차태현 선배님의 연기를 방해하고 있더라. 그렇게 땅파고 있는 줄도 몰랐다. 촬영할 때는 아이들이 작게 보였다. 극장에서 크게 보니 사운드도 그렇고 땅파고 있더라. 굉장히 중요한 얘기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하하. 4마리는 늘 통제가 안됐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웃음). 그래서 바닷가에서 바다로 뛰어들까봐 묶어뒀다. 박스에서 발견하는 씬에서는 안전이 중요해서 박스 테이핑 후 바로 촬영하고 뺐다. 어쩔 수 없었다. 그 친구들을 위한 영화다. 공주도 암컷이고 유기견이었다. 트라우마가 있고 어떤 상황일지 몰라서 바로바로 빼서 밥을 먹이고 그랬다."

극 중 민수와 루니는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관계. 민수는 루니를 자신의 동생처럼 아낀다. 루니가 민수에게 유일한 가족이 되던 순간, 루니는 민수 옆에서 그를 위로했다. 영화에는 유연석의 울음 소리에 가만히 앉아있던 루니가 달려가 그를 위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실 감독이 바랐지만,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교감 씬이 탄생한 것이다.
 

▲영화 '멍뭉이' 유연석과 루니/(주)키다리스튜디오
 

"원하는 장면이지만 해보고 안되면 쪼개서 촬영하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게 영화의 첫 씬이었다. 루니는 연석씨가 연기로 운다는 거을 몰랐을 것 아닌가. 근데 그걸 보고 공감한 것 같았다. 난이도가 있는 장면인데 연석씨와 루니가 그동안 쌓아온 게 있고, 연대감 같은게 생긴 것 같았다. 그만큼 강아지들이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다.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는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 장면에서 루니 눈이 변하는게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찌릿찌릿함을 느낀 것 같다. 루니가 꼬리를 흔드는 장면도 그렇다. 원래는 어두컴컴한 상태에서 누군가 들어오면 숨죽여 지켜본다. 근데 루니는 연석씨를 보면서 꼬리를 흔들더라. 원래는 꼬리만 타이트하게 촬영해놨었다. 간식을 주면 꼬리를 안 흔들고 먹는다. 가끔 혼자 흔드는것을 찍어놨었다. 근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되서 너무 신기했다."

'멍뭉이'는 반려인이 아니라도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그려진다. 극 중 민수와 진국, 루니가 시작한 여정은 어느덧 7마리의 강아지가 더해진다. 그 과정에서 큰 울림을 안기는 에피소드에 배우 김지영과 김유정이 함께 했다. 유기견센터에서 등장하는 김지영의 연기에 관객들은 울면서 웃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반려견에 대한 핵심적인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핵심을 두 여배우가 얘기해준다. 생활적인 연기도가 난이도가 너무 좋다. 계속 우셔야 한다. 잘못하면 떠 안기려고 느낌이 난다. 관객에 친근한 모습이 필요했다. 김지영씨가 차태현씨와 친분이 있다. 두분이 말씀을 나누시면서 극을 만들어 나가셨다. 한분이라도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했다면 그런 케미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멍뭉이' 연출 김주환 감독/(주)키다리스튜디오
 

김유정은 영화가 가진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로 활약했다. "영화가 예산도 적고 부족한 지점들이 있는데 카메오로 출연해주신 분들이 메시지와 마음에 동화되서 도와주신 것이다. 유정씨가 센터를 잡지 않았으면 그녀가 이야기 할 때 서늘하게 폐부를 찔러야 한다. 유정씨도 유기견을 기르고 있다.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가장 큰 의미와 진정성이 담긴다고 생각했다. 도와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도 잠깐 하루 쉬는 날 급하게 제주도까지 내려와서 촬영해주셨다. 이호정씨도 그렇고, 다들 좋은 마음으로 우정출연을 해주셨다."

다시는 반려견을 기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김주환 감독은 영화 촬영하면서 스스로도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에게처럼,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길 진심으로 바란다. "아직은 반려견을 다시 기를 생각이 없지만 아이들이 원한다면 좋은 마음으로 유기견을 길러보자 싶은 생각이다. 저도 영화감독으로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데 일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다. 영화를 만들 때 너무 무겁게 가지 말자고 했었다. 무거우면 외면하기 쉬우니까. 배우들도 같은 고민을 갖고 좋은 마음으로 함께 했다. 우리 영화로 인해 믹스견을 입양하고 싶어하시는 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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