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인터뷰] '3일의 휴가' 김해숙 "나도 진주였고, 내 딸도 진주더라"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9 08: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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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아쉬웠던 지난해를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에 새로운 인생 계획을 세우기 좋은 시기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 금연 다짐부터 재테크 등 다양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멘탈 상태를 재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OTT 서비스와 스크린을 통해 셀프 자가진단을 도와줄 작품들이 호평받고 있다. 이에 스포츠W에서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작품을, 각각 감독과 배우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두번째 작품은 '3일의 휴가'다.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의 힐링 판타지로, 지난해 12월 6일 개봉해 현재는 안방에서 VOD 서비스로도 만나볼 수 있다. 새해인 만큼 지난 날을 뒤돌아 보고 반성하며 늘 곁에 계실 것만 같은 가족과 부모님을 떠올려 보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어떨까.
 

▲영화 '3일의 휴가' 복자 역 김해숙/㈜쇼박스


'3일의 휴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복자와 진주 모녀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시나리오를 집필한 유영아 작가는 자신의 모친 꿈에 가끔 할머니가 나왔다는 이야기, 주변 친구들 꿈에 모친이 나왔던 이야기를 듣고 '진짜 왔다 간 것 아닐까?'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세계관을 만들었다. 이에 영화에서는 복자가 세상을 떠난지 3년만에 3일간의 휴가를 받고, 하나뿐인 딸 진주를 찾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일까. 김해숙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충격 받았다.

"저도 엄마 역할을 많이 해봤지만, 영혼이 와서 딸하고 같이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는 처음이어서 해보고 싶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집밥으로 표현한 것도 좋았다. 모든 엄마의 마음을 대변해서 자식들에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더 특별한 시나리오라서 선택을 주저없이 했다."

사실 '3일의 휴가'라는 제목만으로도 이야기를 짐작하게 한다. 김해숙은 슬플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부수고 싶었다. 세상을 떠난지 3년만에 얻은 3일이라는 소중한 기회이기에 마냥 애틋할 것 같지만, '3일의 휴가'는 진주의 모습에 복장 터지는 복자의 모습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김해숙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며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을 생각했다. 복자 역할은 돌아가신 엄마의 영혼이라 보편적일 수 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했다. 세상 어떤 엄마가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어야 할 딸이 시골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안나겠나. 초반에 슬플 것 같았는데 화도 내고 욕도 한다. 그런 이유가 자식의 모습을 보고싶었는데 엄한 짓을 하고 있으니 속이 터지는거다. 거기서부터 베이스를 다져갔다."


▲영화 '3일의 휴가' 메인 포스터/㈜쇼박스


김해숙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되, 과하지 않기 위해 감정선을 조절하는게 어려웠다. "복자가 딸에게 보고 싶었던 것은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근데 시골집에서 그러고 있으니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영혼이고 뭐고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애드리브도 나왔다. 근데 그게 또 과해서 자지러지는 폭소를 주면 감정선이 무너질 수 있어서 굉장히 어려웠다. 그런 모든 것들이 저한테도 다 있고 그런 것들에 중점을 뒀다. 저도 누군가의 엄마이지만 누군가의 딸이었다. 엄마라는 소리만 들어도 울컥울컥 하게 한다. 그게 이 영화에 나온다. 엄마가 살아계셨을 때는 항상 있을 것 같았다. 저도 진주였었다. 근데 제 딸도 진주더라."

'3일의 휴가'는 지금 2030 세대보다 5060세대인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이 배경이 된다. 다만, 영화 속 복자와 진주의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공감할 수 있고, 내 가족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김해숙은 자신의 딸에게 특별히 봐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저희 엄마도 저한테 많이 당하고 사셨다. 근데 어머님이 엄마니까 자식을 사랑하니까 자식의 모든 것을 안는다고 생각했다. 저도 화가 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게 부모님의 사랑이 아닐까. 복자의 경우는 저의 어머니의 시대다.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다. 자식이 잘되길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다. 딸로서는 뭐라고 원망하고 지적을 해도 엄마로서는 그걸 다 포용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 심정을 알 것 같다. 우리 어머니는 저를 굉장히 엄하게 키워서 친구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근데 어릴 때 아이들을 떼 놓고 생활하다보니 저도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항상 모자라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딸은 제 영화를 한번도 안봤는데 이번에는 제가 부탁을 했다. 딸이 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진주가 자기라고."

 

'3일의 휴가'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은 영혼인 복자와 딸 진주가 드디어 마주한 모습이다. 미안함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애정 어린 장면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기에 눈시울이 붉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해숙은 신민아와 촬영하며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기 힘들었다고 했다. "민아랑 저랑 울음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 배우이기 전에 복자와 진주가 돼가는 과정이다. 저도 누군가의 딸이고 엄마다. 그 감정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쳐다만 봐도 눈물이 나는데 진주 엄마라면 딸을 위해서 웃으면서 할 것 같았다. 긴 세월의 꿈에서 만나는 것이니까. 관객들게 감정을 전달하는 게 목표였다. 감정을 추스리고 집중해서 한번에 촬영을 마쳤다."

 

▲영화 '3일의 휴가' 신민아 김해숙 스틸/㈜쇼박스

극 중 미국에 있어야 할 진주. 하지만 엄마가 홀로 지내던 고향집에서 사는 진주의 모습은 마치 과거 부모님 산소 옆에 움막 짓고 3년상을 치렀던 자식들을 연상케 한다. 특히 복자가 살아있을 때는 전화도 잘 안 받고, 집에 반찬을 들고 찾아오면 집이 좁은데 왔다고 툴툴댔다. 이후 딸의 집을 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을 때우는 복자의 모습은 모든 이들을 오열하게 한다. 자신의 모친에게는 진주였고, 지금은 진주같은 딸을 가진 김해숙은 '3일의 휴가'를 계기로 이 세상의 모든 '진주'에게 당부했다.

"모든 게 후회된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의 나이가 내가 되고, 제 딸이 진주가 됐다.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다 되돌리고 싶다. 부모하고 자식은 언제든지 풀 수 있는 관계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서로 상처가 있다. 이별은 순서도 없이 오는 것이니 옆에 있을 때 이야기도 많이 하고 표현도 많이 하고 화나고 싸웠으면 풀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각자 어느 순간에 자신이 투영돼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하게 하는 것 같다. 복자의 패스트푸드점 장면은 저도 정말 많이 울었다. 그래서 내 자식이 봐줬으면 했다. 저는 못해줬던 것에 대한 미안함에 고통이 크다. 언제 이별할 수 있을지 모르니, 내 딸이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표현하려고 한다. 바빠서 전화 못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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