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배우 도우는 숲을 볼 줄 안다. 배우 데뷔 후 현장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은 후, 나무가 아닌 숲을 보려고 연출 공부를 택했다. 연기자에서 연출까지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해지며 스스로 성장한 지점도 느꼈다. 덕분에 도우가 그리는 캐릭터는 한층 더 입체적이다.
도우는 지난달 14일 최종회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극본 신지안/연출 장의순/제작 ㈜넘버쓰리픽쳐스/원작 피비/ 이하 '비연담')에 출연했다.'비연담'은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에서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윤태준(차서원)과 지원영(공찬)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종영 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오는 21일 팬미팅까지 확정됐다.
▲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김동희 役 도우/VAST엔터테인먼트 |
극 중 윤태준의 절친이자 청년몰 카페 깐따삐야의 사장 김동희를 연기한 도우는 최근 스포츠W를 만나 '비의도적 연애담'의 뒷 이야기를 전했다.
도우는 오디션을 통해 '비연담'을 만났다. 동희 캐릭터가 자신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에 마음에 들었다. 특히 동희는 천재 도예가 윤태준을 '차주원'이라 부른다. 차주원은 지난 사랑에 상처받고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 숨어서 살면서 윤태준이 만든 가명이다. 도우는 남들과 거리를 두는 윤태준과의 절친이라는 점에서 캐릭터의 힌트를 찾았다. "저도 고민해봤어요. 과연 차주원이 2년 동안 청년몰에 함께 있으면서 동희랑은 얘기를 했을까 하고요. 서로 성향도 알고 있잖아요. 아마도 동희가 상대방에 귀를 잘 기울여주고 편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한테 고민을 얘기하는 친구들이 예전부터 많았던거죠. 그 부분은 저랑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배우 도우와 동희의 가장 닮은 점은 바닷가 마을에서의 카페 경험이다. 사실 도우는 전역 후 캠퍼스 드라마 '디어엠' 촬영을 마치고 방영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주연배우 박혜수의 학폭 이슈로 인해 국내에서 방송이 무산되고 외국 OTT에서만 공개됐다. 전역 후 첫 작품이 뜻대로 되지 않아 싱숭생숭한 마음에 무작정 바닷가를 찾았다. "제가 전역 후 '디어엠' 촬영이랑 복학을 했어요. 저는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재학중이거든요. '디어엠'에서는 기존의 모습이랑 다르거든요. 최태준이라고 하늘(배현성)이랑 컴공과 학생들 사이에서 빌런으로 활약하는 꼰대거든요. 동희랑도, 기존의 제 모습과도 달라서 저한테는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그 작품이 방영이 무산된거죠. 그래서 무작정 양양을 갔다가 마음을 위로 받았어요. 거기서 카페 사장님이랑 친해져서 실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3달을 지냈어요. 동희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바닷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이 경험을 녹이면 동희가 잘 표현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김동희 役 도우 스틸/ 넘버쓰리픽쳐 |
또 도우는 "동희랑 저랑 똑같은 위치에 점도 있어요. 정말 '비연담'을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동희는 단순히 카페 사장에서 그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가 자신에게는 가족같은 소꿉친구 호태(원태민)를 남몰래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우는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했지만 소꿉친구 때부터 모호한 감정을 느끼고, 호태가 다른 여성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상처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멀리한다고 생각했어요. 호태도 저를 보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덕분에 도우는 '비연담' 첫 촬영부터 교복을 입었다. 교복 씬은 동희와 호태의 과거 회상 씬으로 극 중반부에 등장하지만, 도우에게 '비연담'의 시작이었다. "동화같이 머리속에 아직도 남아있어요. 호태에게 약 발라주는 씬이거든요. 교복을 입은 모습도 너무 예뻐 보였어요. 첫 촬영이었는데도 긴장된 느낌이 없이, 정말 동희의 마음에 잘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미소)."
▲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김동희 役 도우/VAST엔터테인먼트 |
동희는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호태를 피하기만 한다. 호태의 직진남 면모에 두 사람은 거의 박치기에 가까운 입맞춤도 한다. BL드라마 출연은 처음인 도우는 유경험자인 원태민에게 많이 의지했다. "감정씬이거나 스킨십 장면이 있을 때는 많은 도움을 줬어요. 여러 버전으로 연습을 많이 해서 감독님께 준비한 것을 보여드리고 그랬거든요. 촬영하면서 태민 형이 섬세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BL드라마 경험자라서 일단 처음 도전하는 제 심정을 잘 헤아려줬어요. 키스 씬만 해도 긴장을 하고 있으면 풀어주고 저를 따로 불러서 연습을 맞추자고 해서 많이 맞춰봤어요. 덕분에 현장에서 긴장하지 않고 촬영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들을 이끌어주는, 그 섬세함이 너무 고마웠어요(웃음)."
도우가 힘들었던 장면은 최종회의 백허그 씬이다. 해당 장면에서 동희는 '이 정도는 하게 해줘'라면서 피하기만 했던 호태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도우는 "그걸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BL드라마이니까 주변에서는 스킨십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저는 그 장면이 제일 어려웠어요"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당 장면에 앞서 동희에게는 엄마같은, 호태의 모친이 카페에 방문했다. "이모가 아들의 마음을 모를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눈치를 채고 동희의 상태를 확인하러 왔다고 생각해요. 이모랑 만났을 때 감정을 생각해봤어요. 이모 눈을 보는 순간 모든 게 담겨있었어요. 카메라 안 돌아도 동희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 선배님께서 저를 일부러 안 보시기도 하셨어요. 두 아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보기 위해 오셨는데 허락을 해주신다고 느꼈어요."
▲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 원태민 도우 스틸/넘버쓰리픽쳐스 |
도우는 "10년동안 좋아하던 사람이지만, 그 아이의 엄마를 내 엄마라고 생각해왔잖아요. 나만 좋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닌, 이모가 겪을 아픔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마지막 그 짧은 한 마디인데도 저한테는 너무 어렵고 고민이 많았어요"라고 털어놨다.
어려웠지만 가장 보람을 느끼는 장면이기도 하다. "호태랑 똑같은 대사를 서로 다른 감정과 다른 의미로 하잖아요. 대사적으로 재밌고 호태와 동희의 마음이 잘 보여진다고 생각했어요. 호태가 저를 안았을 때 태민 형의 얼굴이 안 보여요. 근데 서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 지가 그려지는 느낌이었어요. 마음이 통했던 장면인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실제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특히 작가님이 그 대사를 생각 이상으로 잘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저도 너무 감사했고, 열심히 준비한 모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보상을 받았다는 느낌에 뿌듯했어요(미소)."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