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종석 감독 "'자백' 속 소지섭 섹시해 보였다면 노린 것"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0 01: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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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너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 오감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배우들의 얼굴만으로도 105분은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백'은 100만 관객도 사실상 어려운 11월 비수기 극장가에 '팝콘빌런 무비'로 불리며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후 13일간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웰메이드 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마치 연극 무대를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극강의 몰입도를 자랑하는, 신선한 영화적인 즐거움을 안기는 작품이다.
 

▲영화 '자백' 연출 윤종석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각색한 작품으로, 윤종석 감독은 원작을 접한 후 대본 각색 작업만 1년 반을 했다. "영화에서 다루는 사건이 흔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든 벼락같이 갑자기 생길수도 있는 일이다.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선하게 이분법보다는 영화를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딜레마를 던져주길 바랐다."

윤 감독은 자신이 원했던 0순위 배우 김윤진, 소지섭, 나나와 함께 호흡했다. "김윤진씨의 경우는 다른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적합한 캐릭터였다. 대안 없이 0순위였다. 유민호 역할 같은 경우도 배우로서 가진 자질이나 그런 것보다 인간 자체가 가진 이미지도 되게 중요했다. 관객들이 그 배우의 이미지를 어떻게 가진 지도 중요했고, 역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누가 적합할까 하다가 소지섭씨가 떠올랐다."

윤 감독은 "작품 특성상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로 많이 풀어나간다. 대사에 따라서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니지만 미묘한 움직임이나 표정같은게 중요했다. 그런 것들을 먼저 숙지하고 쓰여진 대사들을 배우들이 작접 대본을 읽어보는 것을 통해서 많이 가다듬었다. 어떻게 움직일지 동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윤진은 충무로가 인정하는 자타공인 '스릴러 퀸'인 반면, 소지섭은 '자백'이 첫 스릴러 도전이다. 윤종석 감독은 소지섭에 시나리오를 전달할 당시 장문의 편지를 함께 동봉했다는 사실이 전해져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감독은 "제가 말 주변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글로 썼다. 러브레터는 아니었다"며 웃었다. "제가 말 주변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어서 지섭씨한테는 느낌적으로 편지로 소통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무적으로, 시나리오만 전해주고 시나리오 읽고 만나고 하는 것보다 그 전에 의도를 먼저 설명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영화 '자백' 메인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두 배우가 흔쾌히 작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는 빨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시나리오에 대한 생각과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너무 들어보고 싶었다. 저는 두분이 되게 힘든 결정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익숙하기도 하지만 완전히 정반대다. 도전과제가 있었다. 저에 대한 궁금증도 있을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신뢰를 쌓으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사전 리딩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받아주셨다. 불안한 부분을 많이 의지했다. 같이 만들었다. 서로 도와가면서 부족한 부분, 걱정된 부분 많이 보완하면서 작업했다."

김유진은 자신이 했던 영화 중 가장 대사가 많은 작품으로 '자백'을 꼽았다. 그녀는 촬영장에서 대본 한 번 보지 않을 정도로, 대본을 통으로 외워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윤 감독은 "내가 그 과정을 다 봤다"고 했다. "깨끗하게 프린트 된 대본 여백에 대사를 그대로 필사를 하더라. 옮겨적으면서 읖조리면서 자신의 입에 맞도록 토시를 바꿔가면서 대본 리딩하면서 같이 수정해나갔다. 나중에 그 대본에는 여백이 없어지더라. 쌔까맣게 글씨로 가득하더라. 더 이상 여백이 없을 때 '감독님 이제 대사 외울게요' 라고 딱 한마디 하셨다. 현장에서는 대본을 안보시더라. 김윤진씨의 경력에 걸맞는 루틴을 갖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의 몸으로 체화를 시키는지 감탄했다."

현장에서의 소지섭은 큰 나무 같았다. "굉장히 진중하고 배려심이 있다. 스태프들에도 굉장히 배려심이 깊다. 그리고 집중력도 대단한 배우다. 항상 자기의 연기, 작품을 계속 되뇌이고 고민하는게 느껴진다. 현장에 그가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본인이 현장을 그런 식으로 이끌고 가는 스타일인 것 같다. 주인공이니까 더욱 집중력 있게 끌고 가려는 모습이 느껴졌다. 큰 나무같더라. 든든하고. 새로운 역에 도전하면서 설레임이 느껴지셨던게 아닌가 싶다. 성취감도 느껴졌다."

김윤진과 소지섭은 '자백'을 통해 스스로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미세한 얼굴 근육 하나하나 움직이는 김윤진. 소지섭의 경우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어쩐지 은은한 섹시미가 느껴지는 묘한 매력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윤 감독은 "그렇게 느끼셨다면, 노린 것이다"며 웃었다. "그동안 소지섭씨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가 있지 않나. 믿음직스럽고 바른 이미지들. 그리고 깡패를 해도 정의로운 느낌이 드는 배우다.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있는데 어쩌면 나쁜 남자 유민호 캐릭터는 도전이었다. 지섭씨도 이미지를 바꿀 캐릭터를 만나서 좋았던 것 같고, 저도 만드는 과정이 재밌었다. 혹시 섹시하게 느꼈다면 그건 기존의 소지섭씨 이미지가 유민호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캐스팅 때 의도하고 노렸던 부분인 셈이다(웃음)."

 
▲영화 '자백' 연출 윤종석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중심에 선 캐릭터는 소지섭이 분한 유민호다. 어떤 상황에 빠졌을 때 어떤 것도 선택이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유민호는 첫 등장부터 아내와 가정이 있음에도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이기에 고운 시선으로 보기 어렵다.

"유민호 캐릭터가 물론 나쁘다. 하지만 단순한 악역으로 소모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불륜이나 사고, 시신유기 이런 것들은 영화적 소재이다. 나쁜 행동이지만 은유고 메타포라고 생각한다. 작은 쓰레기를 버리는 등, 우리가 소소하게 하는 행동들까지도 포괄적으로 얘기하는 장치다.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흔히 소모되는 단순한 살인범으로 느껴지지 않길 바란다. 그점 때문에 지섭도 촬영하면서 흥미로워 했다. 그래서 엔딩의 소지섭씨의 표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믿고 갔다."

앞서 김윤진, 소지섭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의 '반의 반 스푼' 디렉팅으로 현장에서 고심해야했다고 말했다. '스푼 디렉팅'의 이유를 묻자 감독은 "사실 저도 왜 현장에서 그렇게 디렉팅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저도 기억이 잘 안난다. 근데 민감한 디렉션을 주문할 때 스푼으로 소통을 하니 윤진씨가 쉽게 캐치하는 느낌이었다. 그 단어를 선택한 이유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윤진씨가 그렇게 고뇌했었는지 몰랐다. 하하."

촬영 기간은 두달 하고 20일 정도 소요됐지만, 다른 어떤 작품보다 사전 리딩고 동선 리허설을 거듭해나가며 완성도를 높였다. 같은 장면도 다양한 감정 버전으로 촬영하면서 선택한 시퀀스들이 모여 지금의 '자백'이 됐다.

▲영화 '자백' 연출 윤종석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11월 눈속에서 촬영했지만 역대급으로 춥지도 않고 눈도 안 왔다. 오히려 눈이 와주길 바랬었을 정도다. 근데 사고 장면을 촬영할 때 눈이 와서 그때는 고생한 기억이 있다. 현장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설계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배우님들이 정말 많은 준비를 해오셔서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정말 힘드셨겠다 생각하면서도 너무 감사했다."

일명 '팝콘빌런 무비'에 등극하며 역대급 몰입도를 자랑하는 만큼, N차 관람도 이어지고 있다. 감독은 "설정은 정적이지만 편집이나 사운드가 음악이 들어가면서 105분동안 시청각적으로 재밌는 영화적인 체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N차 관람을 하다보면 새롭게 발견하는 것들도 생길 것이다. 오감을 집중해서 재밌는 요소를 또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또 우리 배우들의 얼굴만으로도 105분은 재밌을 것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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