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 노이슬 기자] 신예 강태주는 무려 19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훈정 감독의 '귀공자' 주연에 낙점됐다. 영화 '마녀' 시리즈를 통해 김다미, 신시아를 탄생시킨 박훈정 감독은 또 하나의 괴물신인을 탄생시켰다. 강태주는 2020년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를 통해 데뷔한 후 웹드라마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안녕?나야!'에 이어 '귀공자'로 스크린 데뷔에 성공했다.
박훈정 감독의 '귀공자'는 그의 8번째 장편영화다. 복싱 선수 출신의 한 소년이 미스터리한 자들의 타깃이 되어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누아르로 지난 달 18일부터 IPTV 및 극장 동시 VOD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코피노인 주인공 마르코는 필리핀의 불법 복싱경기장을 전전하며 어머니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그는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 아버지를 찾던 중,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한국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영화 '귀공자' 마르코 役 강태주/NEW |
마르코로 분한 강태주는 포털 사이트 메인 사진이나, 실물, 영화 속 모습까지 그 어느 하나 같은 인물이라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전작에서 본 팬이라도 '귀공자'에서 마르코를 연기한 그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는 신인에게는 득이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한다. 강태주는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배우로서 캐릭터랑 본체랑 다르게 봐주는 것은 칭찬인 것 같아요. 영화를 본 후 저를 알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어떤 작품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고 하는 후기를 봤어요. 그런 걸 찾아봐주시는 것도 감사해요. 저도 어떤 작품에서 어떤 배우가 궁금하면 찾아보거든요. 그래서 그 관심이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데뷔작부터 무려 한국 액션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다. 앞서 박훈정 감독은 강태주에 대해 "눈이 그냥 아무생각 없이 보면 슬프다. 아직 어린 친구인데 사연 있어 보인다. 강태주가 가진 유약함이 마르코의 상황이나 생활이나 그런 모습을 보여줄 때 좀더 맞지 않았나 싶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강태주는 "처음으로 깊은 감정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라고 말했다. "잘 전달됐으면 했어요. 마르코가 말이 많지 않아요. 연기하면서 어떻게 다르게 보여져야할까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이랑 연기하면서 깨달았어요. 연기가, 액션 리액션이라는게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요. 주시는 에너지가 다 달랐어요. 느끼는 감정을 조금만 보여도 잘 보내주셨던 것 같아요. 눈빛이 좋다고 말씀해주시면서 마르코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어요."
오디션 당시도 회상했다. "그동안 박훈정 감독님의 강한 남자의 컬러가 보이는 대본이었어요. 저는 감독님 '신세계'를 관객의 입장으로서 봤고, 그때는 연기하지 않을 때였는데 너무 멋있는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감독님과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마르코랑 저랑 나이대도 안 맞는 것 같고요. 근데 2~3차 올라가고, 3차부터 바뀌더라고요. 마르코가 가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정서적인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었어요. 거친 남자, 거친 환경속에 있는 사람이지만, 힘든 가정 환경 때문에 거칠어지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불려지나 생각이 들었죠. 마지막에 자유 연기도 준비했어야 했거든요. 당시 저는 27살이었어요. 감성적으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감정 대본을 준비했어요. 이유를 여쭙지는 않았지만, 절박하고 감정적인 부분이 깊다고 해주셨어요. 남성적인 면모는 만들어주시겠거니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영화 '귀공자' 마르코 役 강태주 박훈정 감독/NEW |
극 중 마르코는 깡 마른 체격이지만, 불법 복싱경기에 서는 복싱선수다. 마른 체구임에도 잔근육이 단단하다. 실제 복서의 몸을 보는 듯하다. 강태주는 마르코 캐릭터를 위해 실제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함께 몸을 만들었다. "누가 봐도 복서 같아야 하는 캐릭터에요. 그래서 책임감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의사, 변호사 역할 등 대사나 분위기로만 전달하는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신체적인 변화가 중요했어요. 운동 시작하고 매주 감독님께 컨펀 받았어요. 웨이트 트레이닝 하면서 계속 관리해오긴 했는데 복서 몸이랑은 달랐어요. 그래서 그동안의 웨이트 근육 다 빼고 잔근육을 키우면서 몸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 자체가 마르코의 전사를 쌓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마르코를 연기하면서 자신이 몸을 꽤나 잘 쓰고, 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무술 감독님께서 몸을 잘 쓴다고 하시더라고요. 겁이 없다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어요. 촬영 초반, 중반, 마지막까지 해야할 게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컨디션 조절도 중요했어요.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일 컸어요. 저랑 다른 마르코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속내를 전했다.
마르코는 사실 베테랑 배우에게도 도전이었을 캐릭터다.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부름에 한번도 가본적 없는 낯선 땅 대한민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영문도 모른채 쫓겨다닌다. 말 수도 많지 않고, 극 후반부에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모든 감정과 더불어 억울함을 담아낸 얼굴 클로즈업 장면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다.
▲영화 '귀공자' 마르코 役 강태주/NEW |
"마르코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의지와 상관없이 환경 때문에 까칠해진 사람이라는 점이에요. 처음에는 엄청 강한 캐릭터 같았는데 나중에는 힘을 발휘 못해서 아쉽더라고요. 정말 낯선 공간에서 내가 왜 쫓기는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야수에게 잡혀버리는 먹잇감의 모습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어린 애의 소년미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대본을 보면서 오디션 과정에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어 "말씀주신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정말 계속 울었어요. 그 촬영 장면이 시간적으로 가장 마지막에 찍었거든요. 전사를 많이 쌓아왔으니까 어려운 작업이지만, 막연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김선호 선배님이 주는 액션이 마르코를 들어다 놨다 하고 열받게도 하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던 것 같아요. 선배님께서 제가 할 수 있게 잘 이끌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감독님께서도 잘 촬영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감독님 작품의 캐릭터의 힘인 것 같아요. 강렬하고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러닝타임 내내 강태주가 진짜 웃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그의 실제 성격은 밝고 쾌활하단다. 지금의 마르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박훈정 감독의 세세한 디테일 덕분이다. "저는 밝고 쾌활한 사람이에요. 마르코를 연기할 때 비뚫어진 사람의 연기를 하는게 어려웠어요. 감독님이 촬영하면서 사소한 디테일 코멘트를 주셨기에 가능했어요. 김선생과 앉아서 대화는 장면에서는 머무 모범생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결에 맞지 않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람들과 얘기할 때 표정 눈빛, 물 마실 때 작은 액팅 같은게 대본에는 나와있지 않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마르코에 대한 이야기를 항상 나눴던 것 같아요, 정말 장면 하나하나 공들이시는게 보였어요."
▲영화 '귀공자' 마르코 役 강태주/NEW |
그러면서 강태주는 "연기하면서 감독님이 더 좋아졌어요. '마녀'로 한국 SF장르의 새 지평을 여시면서 충격을 안기셨잖아요. 사실 마르코가 고가에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씬은 혹시 그 전에 마르코가 검사 받을 때 혈청을 맞았나? 생각이 들게도 하더라고요. 하하. 그건 감독님만이 아시겠죠? '귀공자 '촬영 때가 '마녀2' 후반작업 때였거든요. 계속 신인을 찾아주시고 대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밌었어요. 들으면서 감독님은 하고 싶은 장르가 있고, 타협하지 않는 분이구나.영화를 사랑하는 예술가라고 느꼈어요"라고 덧붙였다.
마르코를 집요하게 좇는 인물 중 자신을 '친구'라고 소개하는 귀공자(김선호)가 있다. 마르코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마지막까지도 누구의 편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강태주는 김선호와의 호흡도 전했다. "정말 마지막 수술 씬 까지도 내 편인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선호 선배님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열도 받고 혼란스러웠어요. 그게 마르코로서 리액션 하기 좋았던 걱 같아요. 선배님은 연기할 때 제가 잘 할 수 있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놈담도 해주시고요. 주연배우로서 현장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역할이구나 배웟어요. 쉬고 싶은 순간도 많으셨을텐데, 동거동락하면서 식사도 같이 하고 잘 다녔던 같아요. 제가 주변을 이끄는 능력이 됐을 때 따뜻하고 밝은 에너지로 이끌고 싶다는 귀감을 준 선배님이세요."
강태주는 올해 29살이다. 서른을 앞두고 영화 '귀공자'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뤘지만, 사실 그전까지도 그를 배우로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귀공자' 오디션이 더욱 절박했다. "사실 20대에 30대 때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하면서 노력하는 시간이라고들 하시잖아요. 어느샌가 뒤돌아보니 졸업을 했더라고요. 꾸준히 열심히 한게 연기였어요. 보여주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힘들었었어요. 제일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연기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더 진지하고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제가 오디션을 볼 때 처음에는 1차에서 떨어졌다가, 한해 한해 2차, 3차까지 올라갔어요. 한해 한해 발전하는 모습에 성취감은 있었지만 매번 떨어지는 스스로를 볼 때는 정말 그 시기가 힘들었어요.눈 앞에 이렇게 결과가 안 보이고 수준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험은 인생에서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눈앞에 보이는 점수들이요. 운동하면 결과는 어떻게든 보여지잖아요. 연기는 내가 잘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고, 피드백도 다르잖아요. 매일 학원 다니고 공부하는데 내가 잘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선택받지 못하고 고사 당하는 일이 생기면서 나는 이 이일 하고 싶고 좋은데 내 힘으로 되지 않는게 너무 많았던 시기 같아요."
'귀공자'로 괴물신인임을 입증하고 호평 받았다. 그의 진짜 연기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강태주의 배우로서 목표는 '믿보배'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긴선호 , 김강우 선배님도 다 믿고 보는 배우잖아요. 저도 그런 타이틀을 갖고 싶어요. 저만의 영역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귀공자'는 180 넘는 꽃미남이 아니어도, 내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경험이에요. 저만의 필모를 잘 쌓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