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세' 박지환, 캠핑으로 찾아낸 '한산'의 진정성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9-08 00: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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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한 나라의 존폐를 가를 수 있을만큼 위기의 상황에서 구국을 하신 분들을 우리가 평소에 기리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의 후손들은 미역만 먹는 날로 한산해전을 기린다는데, 우리도 평상시에 그 숭고한 마음을 잊지 않고 받아들이고 기렸으면 한다."


배우 박지환은 데뷔 이후 최고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대중의 예상을 깨고 영화 '범죄도시2'에 등장하며 관객들의 배꼽을 잡았고,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 시대의 가장을 그려내며 감동과 눈물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올 여름 스크린 대작 '한산: 용의 출현'에서 뜨거운 구국을 위해 희생했던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담아내며 대세로서 정점을 찍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대작으로, 추석 연휴를 앞두고 700만 관객을 돌파, 지난달 29일부터 쿠팡플레이에서 독점 공개 중이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나대용 役 박지환/롯데엔터테인먼트
 

'한산: 용의 출현'에서 거북선을 개발한 조선 분야 과학자이자 해전에서 다수의 공을 세운 문무겸비한 임진왜란의 장수 나대용으로 분한 박지환은 영화 '봉오동 전투'를 계기로 김한민 감독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다. 당시 왜군으로 출연했던 그는 조선군 '나대용 장군' 출연 제안에 첫 대답이 "왜요?" 였다. 의문 속 몇 달 뒤 실제 시나리오를 받았고 걱정이 앞섰다.

"너무 큰 인물이었다. 존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걱정도 많이 했다. 임팩트에 대한 걱정보다 기술적으로 접근해도 다음날이면 그분의 숭고한 정신에 스스로가 작아졌다. 나대용 장군님에 대한 사료로 접근했다. 4월 21일 '과학의 날' 소충사에서 추모제를 드린다고 하더라. 그래서 차에 무조건 짐을 싣고 떠났다."

앞서 박지환은 지난 7일 방송된 tvN '텐트 밖은 유럽' 6회에 후발대로 합류했다. 선발대에 텐트를 선물했던 바. 그는 도착하자마자 유해진의 텐트 폴대 위치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려주고, 무드등을 설치하며 캠핑장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 이어 본격 장갑을 끼고 헤드랜턴을 쓴 채 자신의 텐트를 단 5분만에 완성하며 '캠핑장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11년차 '캠핑장인'인 박지환은 나대용 찾아 떠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소충사였다. 그곳에서 박지환은 후손들을 멀리서 보고 "미천한 제가 가진 개념으로는 안될 것 같았다. 나대용 장군이 꿈에라도 찾아와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몇 날 며칠을 소주와 볼락 구이만 먹었다. 해전이 펼쳐졌던 여수, 고흥, 순천, 진주, 통영까지 쭉 돌았고, 한산섬에도 다녀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살짝 취기가 돌 때쯤 밤다를 보는데 '피비린내'가 났다"고 회상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나대용 役 박지환 스틸/롯데엔터테인먼트
 

"피비린내와 함께 전쟁하는 장면이 환영도 아니고 머리속에 그려졌다.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혼자 상상하는 대도 소름이 돋더라. 방에 들어가서 노트에 생각한 것을 막 적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리를 하고 올라왔다.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했다."

박지환의 마음은 무거움 그 이상이었다. 평소 그는 실생활에서 캐릭터를 떠올리고 툭툭 실어넣은 후 시나리오를 세게 집중해서 딱 두 번 읽는다. 그것들을 머리속에 넣고 냄새나 공기 흐름을 자연스럽게 싣는 편이다. 하지만 나라의 존폐가 위태로운 상태에서 왜적에 맞서 싸운 나대용 장군의 숭고한 정신은 스스로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는 '예의'를 갖추고 자신이 느낀 존경심 그 이상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다시 찾은 여수에서 이순신(박해일) 장군과 앉아 사무실에서 회의하는 장면을 첫 촬영했다. 박지환은 박해일과의 첫 촬영을 회상했다. "박해일 선배님을 처음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는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본인만의 흐름이 정확한 분이다. 자신의 사이클이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첫 촬영할 때 눈이 잔잔하게 가득 차 있었다. 장군으로서 질문하는데도 흔들림 없는 태도였다. 선배님 장난이 아니구나. 약간 미쳤구나. 이순간 만큼은 몰입도 정도가 아닌, (장군님이)계시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저랑 대사를 주고 받는데 연인도 아니고 엄청나게 감정이 일렁이더라.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촬영장에서 엄청 배려를 해주셨다."

또 박지환은 "감독님 사무실에서 처음 선배님과 만나 대본을 읽었을 때, 해전의 모습이 거대한 사운드가 들리는데 비명도 아닌데 다른 느낌으로, 감각적으로 다가온다고 말을 했었다. 그때 제가 '이 세상 모든 죽은 악령이 다 덤벼도 조선 수군을 못 이길 것'이라고 했다. 제가 여수에서 느꼈던 장수들과 군졸들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나대용 役 박지환/롯데엔터테인먼트
 

출정을 앞두고 왜군 첩자에 의해 구선(거북선)이 불에 타고 설계도마저 뺏긴 후 이순신 장군은 이번 출정에서 구선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나대용 장군은 순천부 구선은 돌격선 그 이상은 해낼 것이라고 출정을 허락해 달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눈물을 흘린다는 지문이 없었다.

"이전에는 촬영 전 떨림도 즐거웠는데 이건 정말 임전의 마음으로 들어갔다. 왜군의 첩보에 구선의 설계도가 없어지고 이순신 장군과 대화하는 씬은 아침에 촬영됐다. 박해일 선배님이 저부터 찍으라고 하셨다. 제 눈을 보니 다 온 것 같다고. 저부터 찍었는데 그 씬이 끝나고 감독님이 안 계시더라. 한쪽에서 울고 계셨다. 그때 장군님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 순간 저도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다. 감독님이 우시는 것은 저로써는 어리둥절해서 얼른 마무리해야 한다고 감독님을 다독였다."

박지환은 김한민 감독에 대해 "진짜 미쳐계신다. 진심으로 이순신 장군을 알리려고 하시고,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이순신 장군님이 씌어계신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취해계신다"고 했다. 그런 '이순신 덕후'를 연기로서 울린 것이다. 하지만 박지환은 "이렇게 큰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구국을 해야했던 그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영화의 클라이막스에는 구선이 드라마틱하게 등장해 충파로 수세에 몰렸던 조선군을 위기에서 구한다. 왜군들을 두려움을 떨게 했던 구선, 거북선(메쿠라부네, 복카이센)의 등장은 관객들에 통쾌함을 안기며 뭉클함을 자아냈다. 구선을 타고 적진의 한 가운데로 돌격하는 장군으로서 박지환은 "온 몸이 차갑게 느껴졌다"고 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페셜 포스터/쿠팡플레이
 

"그 씬을 촬영할 때는 서늘하고 차가웠다. 엄청 뜨거운 장면이지만 저한테는 차갑게 느껴졌다. 하나의 덩이처럼 느껴졌다. 스스로 경계를 넘어 적진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 그 마음이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정말 고요해지더라.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적진 한가운데 들어가겠나. 마지막에 '장군 쏘십시오'라고 한다. 자신이 죽을 수 도 있지만 이겨야 하는 전쟁이고, 기세를 잡아야 한다.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오히려 고요하고 더 서늘해졌다."

사실 '한산: 용의 출현'에 나대용 장군의 분량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환의 진정성은 고스란히 담겨 나대용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박지환은 "저로 인해 재조명이 됐다는 것보다 작업 전에 돌아다니면서 본 것은 그분들의 공적에 비해 너무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한 나라의 존폐를 가를 수 있을만큼 위기의 상황에서 구국을 하신 분들을 우리가 평소에 기리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의 후손들은 미역만 먹는 날로 한산해전을 기린다는데, 우리도 평상시에 그 숭고한 마음을 잊지 않고 받아들이고 기렸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공개만을 앞두고 있다. 다음 프로젝트는 봉오동 전투 - 권기옥 - 청산리 전투로 이어지는 대일항쟁기 3부작 프로젝트 제작에 나설 것을 밝혔다. 또 기회가 된다면 나대용 외전도 그리고 싶다고 했다. 만약 나대용 장군 제의가 또 다시 온다면 할 것이냐는 물음에 박지환은 "저는 한번 해봐서 더 큰 발전을 이뤄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흔히 '우리는 한 배를 탔다'고 한다. 구선 안에서 촬영할 때 느낀 점은 실제 격군들이 노젖는 장면을 보고 그 안에서 화포를 쏘는 분들까지 보면서 그 의미를 정확히 알게 됐다. 이 배는 전쟁이 시작되면 다른 아군 배가 학익진을 완성할 때 중간에 혼자 적진을 뚫고 들어간다. 구선에 함께 올랐던 모든 단역 배우들까지 다 나와야 한다. 이 배 안 사람들은 모두 한 마음으로 목숨을 받쳐 싸운다. 단역 분들이 화면에 잡히지 않지만 아파하는 연기를 하면서도 뭔가 더 하려고 액션을 하셨다. 구선을 탄 모든 분들의 이야기가 다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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