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미, "비치발리볼은 즐거운 경험...실업팀에서 내 배구 다시 시작할래요"

임재훈 기자 / 기사승인 : 2019-08-02 00: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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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미(사진: 스포츠W)
지난 달 3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여자 비치발리볼 국가대표로 김현지(양산시청)와 김하나(봉서중학교)가 확정 발표됐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프로배구 무대에서 은퇴한 뒤 비치발리볼 선수로 전향,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을 노렸던 시은미는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최근 실업팀인 수원시청에 새 둥지를 틀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일 오후 수원시 체육회관 인근 카페에서 시은미를 만났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공교롭게도 이날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비치발리볼 국가대표 최종 명단이 발표된 다음 날이었다는 점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기자의 발걸음과 마음은 결코 가벼울 수 없었다.
기자의 걱정과는 달리 막상 직접 만난 시은미의 모습은 비교적 담담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에 큰 기대를 했기 때문에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쉬워요. 하지만 열악한 훈련여건에도 나름대로 비치발리볼이 무척 재미있었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주변 분들도 경력이 짧은 것치고는 잘한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치발리볼 선수로서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해줬던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놓친 이상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은 할 수 없게 됐지만 앞으로 (도쿄)올림픽 예선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가대표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볼지 생각해 보려고 해요. 하지만 일단 새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됐고, 다음달에 실업연맹전, 10월에 전국체전이 있는 만큼 지금은 팀 적응에 집중하려고 하고 있어요”
시은미에게 실업팀에서 러브콜을 보낸 시점은 시은미가 비치발리볼 선수로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다. 수원시청을 포함한 복수의 실업팀에서 시은미에게 입단의사를 타진해 왔다.
“저는 프로에서 뛰던 시절 은퇴를 하더라도 실업팀에는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선수 중에 한 명이었어요. 그런데 프로에서 은퇴할 무렵 출전시간이 줄어들고 팬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다가 저를 불러주는 곳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올해 29살. 프로에서 딱 10년을 뛰고 프로 코트를 떠났다. 전반적인 스포츠 선수들의 수명이 길어진 요즘 20대 후반의 나이에 ‘은퇴자’가 된 현실은 시은미 본인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다.
특히 배구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각급 청소년 대표팀과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딸이 생각보다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한 데 대해 부모님들 역시 진한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시은미가 배구 선수로서 다시 활동하게 됐다는 소식에 가장 반가움을 나타낸 사람은 역시 가족과 남자친구였다.
“엄마하고는 서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만큼 가까워요. 실업팀에서 뛴다고 하니까 재미있게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남자친구도 너무 좋아해줬어요. 이번에야 말로 재미있게 네가 원하는 배구를 해 보라고 말해 주더라고요”
사실 은퇴 무렵 시은미는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GS칼텍스에서 8시즌을 뛰었고, KGC인삼공사에서 임대 선수로 한 시즌, 소속 선수로 한 시즌을 뛰었다. 이적 이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범하기 일쑤였고, 팬들의 악성 댓글에 상처 받았다.
“간간이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갔을 때 서브로 포인트를 올릴 때도 있는데 열 번, 스무 번에 한 번씩 미스를 하는, 그런 데 대해서만 비판이 달리는 거에요. 그러니까 경기 때마다 더 위축되고 부담이 되더라고요”
시은미가 비치발리볼을 해보겠다고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부분과도 연관이 있다.
“비치발리볼은 관중들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서 관중들의 야유나 욕하는 소리가 더 잘 들려요 차라리 그런 소리를 들어가며 이겨내 보려고 했죠”
시은미는 수원시청에서 펼쳐질 배구선수로서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실업팀의 경기 일정이나 훈련, 선수 개인의 생활 등 여러 면에서 프로보다는 여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비교적 여유로운 선수생활을 통해 기량 회복은 물론 멘탈 면에서도 성숙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실업팀인 수원시청에서 활약하면서 기량과 멘탈 두 가지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경우 다시 프로팀으로부터 부름을 받는 상황을 기대할 수도 있을 법했다. 하지만 시은미의 답변은 예상과는 달랐다.
“일단 프로에 대한 생각은 안 하기로 했어요. 프로는 선수의 기량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지만 실업팀은 선수를 기다려 줄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그래서 여기서 부담을 내려놓고 뛰면서 심리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기자가 ‘재도약의 기회를 얻은 것 같다’고 하자 시은미는 ‘재도약’이라는 단어보다는 ‘시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수원시청 숙소에 들어가는데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프로라는 목표를 두고 뛰기보다는 배구를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뛰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구, 재미있는 배구를 해보고 싶어요”
불과 수 개월 전까지 프로 선수였지만 시은미가 당장 수원시청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시은미의 포지션인 세터의 특성상 공을 자주 만지고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원시청에는 시은미보다 후배지만 시은미가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주전으로 뛰어온 세터가 있고,그 선수와 기존 수원시청 선수들이 호흡을 맞춰온 만큼 팀에 가세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은미가 당장 다음달에 열리는 실업연맹전부터 주전으로 기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주전으로 기용되는 것보다는 세터로서 공을 더 많이 만지고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해요. 일단 선수들과 친해지는 것이 우선인 것 같아요. 팀에 프로에서 뛰던 곽유화 선수도 있지만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이였기 때문에 아직은 서먹서먹 하더라고요”
인터뷰 말미에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한 마디를 요청했다.
“악성 댓글을 다는 팬들도 모두 배구와 선수에 관심을 가진 팬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수들의 실수를 너무 민감하게 보시지 말고 여유 있게 봐 주셨음 해요. 저도 다시 코트에서 팬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된 만큼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 주셔서 저도 응원해 주시고 다른 선수들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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