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한체육회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은 지난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지상파 방송 3사를 대상으로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325개의 중계방송을 모니터링 한 결과, 총 30건의 문제성 발언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양평원이 지적한 문제성 발언은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표현이 들어간 발언이나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강조하는 발언, 선수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 등이었다.
양평원은 KBS의 남성 컬링 해설위원이 "여자 선수가 한 방짜리 나오기가 솔직히 몇 번 안 되거든요"라는 발언을 예로 들어 '여성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발언'이라 지적했고, MBC의 남성 캐스터가 "컬링은 화장도 하고 나오잖아요. 지저분한 모습보다는 깔끔한 모습이 낫지 않을까요?"라고 한 발언을 지목해 '화장한 여성이 깔끔한 여성이라는 식의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 중계방송에서 KBS의 여성 해설위원이 "우리나라 선수들 너무 예뻐요. 여자 선수들"이라고 말하자 남성 해설위원이 "(여자 선수들이 예쁘다고 말한) 해설위원님도 지금 많이 예뻐졌어요"라고 말한 부분을 자막과 함께 지속해서 보여준 부분도 '불필요하게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으로 지적됐다.
이 밖에도 경기와 무관한 선수들의 사생활이나 나이를 언급하거나 선정적인 발언을 해 지적받은 사례도 있었다.
쇼트트랙 여자 3천m 계주 A파이널 경기에서 KBS의 한 남성 해설위원은 "아… 지렸… 아 팬티를 갈아입어야 될 것 같습니다"라며 방송에 적절치 않은 표현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함께 피겨스케이팅을 중계한 KBS2의 여성 해설위원이 "여자 선수가 나이가 굉장히 많은데요, 몸 관리와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라며 불필요하게 선수의 나이를 언급한 부분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양평원이 지적한 부적절 발언 빈도는 KBS가 20건(66.6%)으로 가장 많았고, MBC와 SBS가 각각 5건(16.7%)이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 참여한 방송 3사의 전체 중계진 성비는 총 499명 중 여성이 124명(24.8%), 남성이 375명(75.2%)이었으며, 그 가운데서도 캐스터 남녀 구성비는 여성 16명(3%), 남성 211명(97%)으로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해설자 수 역시 여성이 108명(39.7%), 남성이 164명(60.3%)으로 남성이 더 많았다.
양평원 관계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동계올림픽 사상 '여성·혼성 종목 최다'라는 기록을 남긴 반면, 미디어 속 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중계진의 젠더 감수성 교육과 언론·방송 종사자에 대한 양성평등 의식 함양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양평원의 이와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실제 언론을 통해 캐스터나 해설자의 발언이 성차별적이라는 논란이 빚어진 경우가 거의 없고, 양평원의 지적 내용이 일부 최근 사회 상황과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해당 스포츠 종목에 대한 풍부한 전문성을 지닌 해설자가 선수의 경기력과 상당한 연관이 있는 나이를 언급한 데 대해 양평원이 '선수의 기량과 관계없는 나이를 언급했다'고 지적한 대목은 스포츠라는 분야의 성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결여된 기계적인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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