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 포옹을 나누는 고지아와 본(사진: 스포츠W) |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이미 예상했던 대로 치열한 경쟁이었지만 승부가 가려진 이후 두 선수가 보여준 행동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21일 오전 정선 알파인 스키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활강 경기에 출전한 고지아와 본은 각각 1분33초22, 1분33초69의 기록으로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먼저 레이스를 펼친 선수는 고지아였다 5번째로 레이스를 펼친 고지아는 스타트가 다소 느렸고, 3구간까지도 고지아는 선두였던 티나 바이라터(리히텐슈타인)의 기록에 뒤졌으나 4구단을 지나면서 바이라터를 앞섰고, 결국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관중들의 시선은 이제 본에게 쏠렸다. 7번째로 스타팅 게이트를 박차고 나간 본은 출발은 고지아보다 약간 빨랐지만 레이스가 지속이 되면서 점점 구간별 랩타임이 고지아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고지아에 0.47초 뒤진 2위로 경기를 마쳤다.
본이 고지아에 다소 뒤진 기록으로 들어오자 관중석에서 미국 관중들을 포함한 수 많은 스키 팬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본 자신도 아쉬운듯한 제스쳐를 취해 보였지만 이내 다시 환하게 웃으며 하늘 쪽으로 손 키스를 보냈다. 작년 11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감사의 인사였다.
그리고 본은 1위 선수의 자리에 있던 고지아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서로 개인적인 인연이나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지만 고지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본에게 존경심을 나타내 왔고, 본 역시 고지아를 선의의 경쟁자로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두 사람이 이날 나눈 포옹의 장면은 선의의 경쟁을 마친 두 라이벌이 팬들에게 보여준 최고의 장면이었다.
이날 본이 경기를 마친 후 랑힐드 모빈켈(노르웨이, 1분39초31)이 본 보다 좋은 기록을 내면서 본의 최종 순위는 3위가 됐다.
이날로 나이가 33세 122일인 본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 슈퍼 대회전 금메달리스트인 미샤엘라 도르프마이스터(오스트리아)가 보유 중이던 여자 알파인 스키 최고령 메달 획득 기록을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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