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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남북 단일팀이 앞선 두 경기에서 스위스와 스웨덴에게 큰 점수 차로 패했고, 이날 경기 상대였던 일본 역시 세계랭킹 면에서 월등히 앞선 팀이었지만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승패를 떠나 아름답고 위대한 도전에 나선 선수들에게 시종일관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특히 이날 두드러진 모습은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 때와 비교할 때 관중석에서도 단일팀이 구성된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남측 관중들은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받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측 응원단과 같은 응원 구호를 외쳤고, 남측 관중들이 유도하는 파도타기 응원에 북측 응원단은 초반에는 더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잠시 후 파도타기 응원에 호응, 관동 하키 센터 관중석은 일시에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로 변했다.
1피리어드 초반 남북 단일팀이 순식간에 두 골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골을 허용할 때마다 관중석의 응원소리는 더 높아졌다. 그리고 2피리어드 9분 31초 남북 단일팀의 랜디 희수 그리핀이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상 첫 올림픽 골을 성공시키자 경기장 전체가 남북 응원단의 열기로 용광로처럼 달궈졌다.
하지만 결국 경기는 일본의 4-1 승리로 끝이 났고, 남북 단일팀은 조별예선 전적 3패(1득점 20실점)를 기록했다.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신호가 나오자 관중들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작은 통일’을 이뤄준 남북 단일팀 선수들에게 아낌 없는 박수 갈채와 환호를 보냈다.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관중석에서도 이미 단일팀은 이뤄져 있었다.
선수들이 경기장 구석구석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는 와중에 한쪽 관중석에서는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곰 인형 세례’가 펼쳐지고 있었다. 선수들이 서 있는 곳으로 관중들은 일제히 곰 인형을 던져줬고, 순식간에 아이스링크 위로 곰 인형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잠시 후 남북 단일팀 벤치를 찾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격려를 받은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퇴장했다.
하지만 관중석에 남은 남북 단일팀이 ‘우리는 하나다’를 함께 외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북한 응원단이 경기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남측 관중들은 복도 양측에 서서 퇴장하는 북한 응원단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에 꼭 다시 만납시다’라는 인사를 건넸고, 북한 응원단도 남측 관중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며 ‘감사합니다’, ‘다시 만납시다’라며 화답했다.
북한 응원단까지 모두 경기장을 빠져 나간 이후 남측 선수들은 관중석 쪽의 한 지점에서 가족, 지인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특히 남북 단일팀의 수문장으로 온몸으로 세계적인 강호들의 슈팅을 막아낸 신소정은 어머니와 눈물의 포옹을 했다. 그리고 한참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은 다음에야 경기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팬들에 둘러 싸인 딸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어머니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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