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박찬욱 감독 "'헤어질 결심' 시작은 '안개', 부담감은 상업영화 감독의 숙명"

노이슬 기자 / 기사승인 : 2023-06-30 06: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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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제가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복수 이야기도 사랑 이야기도 그렇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들여다 보면서 탐구를 모아 놓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매운 맛'이 전매특허인 박찬욱 감독이 '순한 맛' 신작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바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을 통해서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영화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감추기도 하는 어른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개봉 날 11만 4천 551명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 오피스 2위에 올랐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찬욱 감독은 "감정을 분출하고 격정적이고 그런 치명적이고 이런 얘기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사랑이 다 그렇지 않고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랑이 더 애틋하고, 우리 보통 사람들이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는데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 모두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지만, '인내'라던가, '억제'라는 단어로 영화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CJ ENM
 
박찬욱 감독은 1992년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후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흥행에 성공하며 충무로에서 주목 받았다. 이후 '올드보이'(2003)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2005)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성공했고, '박쥐'(2009)로 또 한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인 최초로 칸영화제 2관왕을 달성했다. 이어 '아가씨'(2016)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그친 후 한국영화 최초로 2017년 영국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위상을 드높였다. '헤얼질 결심'으로 또 한번 칸영화제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또 다시 신기록을 써낸 박찬욱 감독은 '깐느 박'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하지만 '거장' 박찬욱 감독이라도 매번 개봉을 앞두고 부담감은 어쩔 수 없다. "처음에는 감독 이름을 지우고, 작품마다 감독 이름을 바꿔서 배우들 이름만 내세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이제는 체념했다. 이것이 상업영화 감독의 숙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자포자기했다(웃음)."

'헤어질 결심'은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으며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떠 올랐다. 특히 작품이 15세이상관람가를 받았으며, 박찬욱 감독과 작품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됐다. 또 프랑스, 미국, 홍콩, 대만, 태국 등 전 세계 193개국 판매됐다. 박찬욱 감독은 "이전 영화들과 다르다는 반응이 많더라. 단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 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나 스타일이 다르다. 저와 처음 일해보는 배우들이 나오고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반응같다"고 말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CJ ENM
 

시작은 영화에 등장하는 OST 정훈희의 '안개'로 시작됐다. "'안개' 가사를 음미하면서 안개 낀 도시의 풍경을 상상하면서 스토리를 만들었다. 안개 때문에 흐릿한 풍경도, 노래 가사에도 안개속에 눈을 뜨라고 한다. 시야가 흐릿한 상황에서도 똑바로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는 그런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극 중 해준은 시신을 보며 그 눈이 마지막에 봤던 사람, 범인을 밝히겠다는 대사를 한다. 박찬욱 감독은 "해준이 서래에 '말씀으로 듣겠느냐, 사진으로 보겠느냐' 라고 묻는다. 서래는 말씀이라고 할 때는 실망하고, 사진을 제안하니 반가워한다. 그러면서 같은 종족으로 느낀다. 무언가를 똑바로 본다.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본다는 의미다. 서래는 정말 자기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소신대로 행동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눈이라는 인체 기관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감독은 "죽은 사람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을 많이 사용하려고 했다. 스마트폰 문자할 때도 내가 보는 것은 기계지만, 그 너머에 있는 상대방,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으로 다양하게 시점을 확장해서 생선 눈까지 나오게 됐다"고 부연했다.

'헤어질 결심'은 바닷가 도시가 배경이다. 해준이 근무하는 곳은 부산이고 그의 아내 정안(이정현)이 사는 곳은 이포다. 실제 영화는 부산에서 촬영됐다. "부산에서 촬영한 이유는 바다를 배경으로 갖고 싶었다. 1부와 2부가 구별이 된다. 1부는 대도시일 필요가 있었다. 여러 바다 도시가 있지만 이포와 구별되는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곳을 필요로 했다. 해준은 서울 사람인데 바다가 좋아서 부산에서 경찰 노릇을 하고 있다. 제가 부산에서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CJ ENM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통해 이전 작품들보다 미묘하고 섬세하고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스마트 기기와 번역 어플을 이용한 장면들이 서로 충돌하는 재미도 더했다. "스마트 기기가 엄청 등장해서 고전적인 분위기와 충돌하지만,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배우들도 전에 만들었던 인물들과는 더 다르고 감청 표현이 절제 돼 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작품에 대한 평가는 배우들을 통해서 받게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배우의 얼굴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다. 배우가 잘했다는 것은 나에 대한 평가도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박해일, 탕웨이 배우를 많은 분들이 호감을 갖고 사랑스럽다고 해주니 뿌듯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침내'라는 부사를 계속 되뇌게 된다. 번역 어플을 어투를 사용해 언어로 색다른 즐거움을 안기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말인데도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발음으로 소리를 들었을 때 낯설다. 말이라기보다 소리처럼 들리고 소리가 가진 의미를 의미하게 된다. 한국 사람이 했다면 무심코 지나갈 말도 서래가 하니까 단어 하나 하나가 쏙 들어오면서 음미하게 된다. 외국인이라서 가능하다고 봤다"고 했다.

"통역 어플을 통해서 말할 때는 이 진의를 전달받지 못해서 답답한 해준의 마음, 우리가 연애할 때 아니어도 어떤 인간관계에서 답답할 때가 있는데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장도 이해, 표정, 손짓 발짓, 말하는 억양 등을 고려한다. 그래야 진짜 뜻을 파악할 수 있다. 내용은 정확히 전달하지만 너무 건조하게 남자 목소리로 하면 그 뜻을 생각하고 중국어로 말할 때 표정과 손짓을 기억속에 끌어 와서 합친다. 능동적인 과정, 답답함 이런 것을 관객이 느끼면 좋겠다 싶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 미쟝센 스틸/CJ ENM
 

산과 바다, 해준의 남 후배와 여 후배처럼 대립되는 설정도 인상적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반대되는 두 개의 파트이고, 두 개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산과 바다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다. 1부와 2부를 나누면서 서래와 해준이 들어있는 세계 전체를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원적인 요소로 대립되는 그런 핵심들을 추출해서 대칭 시키려고 했다. 제일 크게는 서래가 연루된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해준의 시각이 1부에서는 무죄추정 원칙으로 선입견을 배제하고 봐야한다고 후배와 대립한다. 2부에는 이성을 잃은 형사다. 거꾸로 된다. 후배 연수(김신영)한테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대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반대되는 두개의 파트고 두개의 공간이다. 인물 구성도 그렇게 배치했다."

해준의 사무실 디자인이나 구도, 착장도 기존 작품들 속 경찰들과는 이미지가 다르다. '몰타의 매' 또는 '차이나타운' 같은 영화들을 연상시킨다. 박찬욱 감독은 "저는 긴 세월 살아남는 영화가 목표다. 50년, 100년 후에 볼 수 있고, 지금도 볼 수 있는 영화. 그런 어떤 시대와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살아남는 보편성을 목표로 한다. 지역적인 사실성 리얼리티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생각을 한다"고 했다.

"저는 제 영화가 사실주의에 반하는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도 안다. 그렇다고 해서 '2020년대의 한국 관공서는 이렇게 생겨야 한다, 강력반 형사는 이렇게 입고 다닌다'는 리얼리티는 지역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고, 영화의 드라마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예쁜 사무실을 꾸미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이 드라마 스토리와 캐릭터에 어울리는 공간과 옷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저는 복수 이야기도, 사랑 이야기도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들여다 보면서 탐구를 모아 놓으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좌절할 때 개인의 성격이 드러난다. 인간의 속성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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