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W(Sports W) - [인터뷰②]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탕웨이 기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

'헤어질 결심'은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중국배우 탕웨이와 박해일은 물론, 고경표 이정현 박용우 김신영 박정민 등 조연 캐스팅까지 화제를 모았다.

앞서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이영애), '박쥐'의 태주(김옥빈), '아가씨'의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 등 박찬욱 감독 작품 속 여성 캐릭터들은 항상 강렬했다. 여성 캐릭터를 구성할 때 중점을 두는 포인트가 있느냐는 물음에 박찬욱 감독은 "남자 여자 자체를 안 나눈다"고 했다. "개인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 배우에 맞춰서 보여주지 않았던 면, 이 배우가 이런 걸 하면 더 흥미롭겠다고 생각되는 면을 각본에 뒤늦게 집어넣으려고 한다. 배우와 분리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한다. 그럼 개성과 생명력을 가진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 정서경이라는 여성 작가와 일을 하는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CJ ENM

극 중 서래로 분한 탕웨이는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예전부터 원하던 배우였다. 기존 작업 방식과 달리 캐스팅이 확정된 후 배우의 특성을 녹여 각본을 완성했다. 박찬욱 감독은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각본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번이야 말로 탕웨이를 기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탕웨이는 직접 알지 못하는 사람인데 '색, 계' '만추' '황금시대'까지 일관된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다. 또 범접하기 어려운, 양립하기 어려운 면을 가진 보기 드문 배우로 봤다. 무표정으로 가만히 있을 때는 범접하기 어려운 위험을 지녔는데 웃고 말하고 하면 아니다. 장난기도 있더라. 이런 모든 것들을 영화에 반영하려고 만난 이후에 각본을 완성했을 때 혀를 쏙 내민다거나, 제가 좋아하는 연기가 벽에 붙은 사진을 보다가 서래가 해준에 '개미가 사람 먹어요?' 하는 장면이다. 굉장히 끔찍한 이야기를 너무 무심하게 날씨 묻듯이 툭 던지는 류의 독특한 연기도 있다. 서래는 실제 벌어지는 현실에 대해서 냉정한 팩트라고 인식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을 어떻게 연기 할 지에 대해 자신만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남자 주인공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으면서 형사 캐릭터를 구상했다. 앞서 박해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준 캐릭터의 모티브가 '덕혜옹주' 속 김장한 캐릭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애의 목적'이라는 영화 때문에 여러분이 실제 박해일과는 상반된 인상을 가질 수 있다. '살인의 추억'에서 모든 것을 감추고 있는 위험한 인물, 그런 인상도 있다. 그렇지만 저는 그냥 밥 먹는 자리나 시사회 뒷풀이 자리에서 오래 봐왔기 때문에 실제 박해일이 얼마나 맑은 영혼의 소유자인지 뭔가 감추기는 커녕 세상 투명한 사람이다. 생각이 엉뚱하긴 한데 그것이 감춰져 있지 않고, 다 드러나서 그게 재밌는 사람이다. 자기가 웃기려는 의도는 없는데 사람들을 자주 웃긴다. 그리고 또 '몸이 꼿꼿해서 좋다'는 대사는 박해일에 하는 말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인 것이다. 같은 종족으로서 느끼는 것.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은 것을 말한다. 탕웨이, 박해일 두 배우는 모두 저를 놀라게 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메인 포스터/ CJ ENM

박해일의 아내 정안으로는 이정현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정현 배우는 '파란만장'이라는 단편영화에서 만났다. 고맙고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다. 이정현의 연기는 정말 실감이 난다. 너무 웃긴다. 제가 생각하는 유머가 잘 작동하는지 궁금한 부분이다. 석류청 만들 때 중년남성 우울증에 자라 진액이 좋다고 하면서 박해일을 빤히 보는 장면의 표정이 너무 웃기다. 관객들이 알아주시면 좋겠다. 이정현 연기는 크게 드러나는 게 아닌, 얼마나 생각이 깊고 연기를 정확하게 하는지 놀라운 배우다."

탕웨이의 두번째 남편으로 호신으로 박용우가 함께했다. "박용우씨는 정말 재밌게 일했다. 학문(항문)을 좋아하는 에(애)널리스트라고 할 때 혼자 뻘쭘해 하고 가라 앉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너무 재밌게 봤다. 볼 때마다 웃는다."

고경표는 박해일의 후배로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응답하라 1988'에서 보고 캐스팅했다. 박해일을 따라하고 싶어 롤모델로 삼고, 너무 친하니까 툴툴대는 동생같은 후배로 쓰고 싶었다. 젊은 스타가 자기가 어느 선까지 나서야 하는지 현명한 태도를 갖고 있더라. 이 영화 보고나서 많은 분들이 정말 귀엽다고 자기 몫을 정확하게 해줬다는 칭찬을 해줬다."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CJ ENM

앞서 김신영은 영화 '파랑주의보'(2005)로 첫 스크린에 데뷔했다. 당시 차태현, 송혜교와 호흡을 맞추며 감초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을 잡았다면, '헤어질 결심'에서는 이포에서 박해일의 후배 연수로 비중있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호평이 쏟아졌다.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씨는 보배"라고 극찬했다. "신영씨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정 출연 느낌이 들지 않게, '마더'에서 송새벽씨를 봉준호 감독이 캐스팅 한 것처럼, 그런 케이스처럼 담담하게 하려고 했다. '이 사람이 김신영이다' '개그맨이다' 이런 것 말고, 시치미 떼고 딱 하는거다. 그런 것이 잘 됐고 생각했다. 오자마자 영화 10편한 배우처럼 잘 했다. 그 욕설 대사는 작은 아버지한테 여쭤봐서 구수하게 만들어왔더라. 정말 고마웠다."

박정민과는 앞서 공개된 '일장춘몽'에서도 함께 호흡했다. "전부터 눈여겨 보던 배우다. 웃기는 순간은 없었지만 그의 위트, 웃기는 타이밍, 감각이라던지, 별것도 아닌 대사인데 재밌게 만드는 감각이 훌륭한 친구다. 근데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아서 지성적인 사람이다. 다 갖춘 보기 드문 젊은 배우다."

'헤어질 결심' 제목이 갖는 중의적 의미로 인해 보는 시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제목에 대한 의미를 전했다. "양쪽의 입장이 다 들어있다. 심지어 정안의 인정도 있고 매 순간 그런 결심을 했지만 실패하고 또 하고 또하고 헛된 노력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N차 관람 열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박찬욱 감독은 "세 번 정도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전반적으로 한 번 보고, 해준 입장으로 한 번, 서래의 입장으로 한 번 이렇게 총 세 번이 이상적인 횟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