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사진: KOVO) |
기록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안고 인터뷰실에 들어선 한송이(35·KGC인삼공사)가 '블로킹'을 화두에 올린 뒤 밝게 웃었다.
한송이는 24일 서울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블로킹 5개를 성공했다. 한송이의 활약 속에 인삼공사는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2(25-22 21-25 20-25 30-28 15-8)로 승리했다.
경기 전까지 블로킹 득점 599개를 했던 한송이는 1세트에서 8-6에서 상대 토종 주포 강소휘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해 V리그 여자부 역대 5번째로 600블로킹을 채웠다. 이날 한송이는 블로킹 득점을 5개나 했다.
한송이에 앞서서 600블로킹을 달성한 선수들은 모두 '정통 센터'였다. 양효진(현대건설, 1천139개), 정대영(한국도로공사, 898개), 김세영(흥국생명, 872개), 김수지(IBK기업은행, 663개)는 모두 센터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여전히 센터로 뛴다.
그러나 한송이는 국가대표와 소속팀에서 레프트로 활약하다가, GS칼텍스에서 뛰던 2015-2016시즌부터 '멀티 포지션'을 소화했다. 센터로 포지션을 옮기는 첫 단계였다.
블로킹 기록을 세운 날, 한송이는 "솔직히 센터 훈련을 처음 할 때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다행히 (이선구 당시 GS칼텍스 감독 등) 선생님들께서 포기하지 않고 센터 훈련을 함께 해주셨다. 돌아보니, 그 시간 덕에 나는 '새 직업'을 찾았다"고 웃었다.
한송이와 함께 코트를 누비던 선수들은 하나둘씩 은퇴했다. 그의 친언니인 한유미도 지금은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인삼공사의 새내기인 막내 정호영(18)과 한송이의 나이 차는 17살이다.'
한송이는 "조카뻘 친구들과도 함께 뛴다. 내가 윙 공격수를 고집했으면 이미 은퇴했거나, 코트에 나설 기회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며 "거듭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한다. 이선구 감독님께서는 벌써 '600블로킹 축하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라고 했다.
이날 한송이는 팀 승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수훈 선수였다. 그는 승부처였던 4세트 24-24에서 GS칼텍스 주포 인 메레타 러츠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했다.
한송이는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타이밍도 좋고, 자리도 잘 잡았다. 전율이 올 정도였다"라고 활짝 웃었다.
레프트 출신인 한송이는 센터로 뛰는 최근에도 공격 득점을 자주 한다.
그는 "레프트로 뛸 때 내 장점이 블로킹이었다. 그런데 블로킹이 주 임무인 센터로 오니 블로킹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반면 이제는 측면 공격이 센터인 나에게 장점이 되더라. 이렇게 내 장점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를 잘 잡아주신 선생님들 덕"이라고 했지만, 코트를 떠나지 않고 버틴 자신 덕에 센터라는 '새 직업'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