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연합뉴스 |
배구 여제 김연경(33)이 흥국생명 선수로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경기를 최고의 무대에서 하게 됐다.
김연경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3차전에서 23득점을 폭발하며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진출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에 세트 스코어 3-0(25-12 25-14 25-18)으로 완승하면서 PO 전적 2승 1패로 챔프전 티켓을 따냈다.
2008-2009시즌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고 해외에 진출했던 김연경은 12년 만에 또 한 번의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2차전 부상 때문에 이날 오른 엄지에 붕대를 감고 뛴 김연경은 "트레이너분이 테이핑을 잘해주셔서 괜찮았다"며 "모든 선수가 가진 통증을 느끼고 있고, 모든 선수가 먹는 약을 먹었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12년 만에 챔프전 무대를 밟는 소감을 묻자 김연경은 "감동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부상,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파문과 징계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흥국생명의 올 시즌을 돌아보며 "많은 일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이겨내고 챔프전에 올라간다는 게 정말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줘서 모든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연경은 12년 전 챔프전 때의 기억은 잘 안 난다면서도 "그때보다는 부담감은 덜하다"며 "플레이오프를 좋게 마무리했기 때문에 챔프전 기대가 많이 된다"고 낙관했다.
흥국생명의 챔프전 상대는 정규리그 1위 GS칼텍스다. 흥국생명은 2008-2009시즌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1위였던 GS칼텍스를 꺾고 정상에 오른 기억이 있다. 당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는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GS칼텍스는 기동력과 수비가 좋은 팀이다. 그런 부분을 어떻게 무너트릴지 연구하고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함께 정한 흥국생명의 포스트시즌 슬로건을 소개했다. 바로 '끝까지 간다'다.
김연경은 "GS칼텍스가 오히려 부담을 갖지 않을까"라며 "우리는 도전자 입장으로 할 생각이다. 조금 더 어렵게 GS칼텍스의 바짓가랑이를 잡아 끌어내리는 심정으로 끝까지 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김연경에게 이번 챔프전 진출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 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지난 18일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이 기회를 잡아 우승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시 해외 리그로 떠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됐다.
김연경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조금 하기는 했다. 어쨌든 지면 앞으로 경기가 없는 것이니, 올 시즌 마무리하는 경기가 되겠다고 생각은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까 부담이 없었다"며 "선수로서 정말 재밌게 경기를 치른 것 같다. 경기가 좋게 마무리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베테랑으로서 부담이 큰 경기를 많이 소화하고 있지만 김연경은 "저 자신에게 놀랄 만큼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괜찮다"며 "아직은 기뻐서 그런지 괜찮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