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흥국생명 김연경(왼쪽부터), IBK기업은행 표승주, 김수지, 흥국생명 김미연이 사진촬영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
11년 만에 V리그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친구 김연경(33·흥국생명)을 향해 김수지(34·IBK기업은행)는 "빨리 쉬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에 김연경은 "기업은행이 너무 긴장한 것 같다"고 상대를 자극하고, "수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입을 내민다"고 폭로했다.
'20년 지기' 김연경과 김수지가 마이크를 잡고 벌인 설전의 일부다.
'독설'도 편하게 주고받을 정도로 절친한 김연경과 김수지는 18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둘은 플레이오프(3전2승제)를 떠올리며 '날선 공격'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이내 서로의 허리를 감싸며 "건강 잘 챙겨"라고 격려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흥국생명과 3위 기업은행은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을 벌인다.
안산서초교, 원곡중, 한일전산여고, 한국 배구대표팀에서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은 김연경과 김수지도 양보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
김연경은 1988년생, 김수지는 1987년생이지만, 1988년 2월생인 김연경이 김수지와 같은 해에 입학해 둘은 친구로 지낸다.
김연경이 오랜 국외 생활을 할 때도 둘은 진한 우정을 쌓았다. 거침없는 농담도 이해할 만큼 둘의 우정은 깊다.
김수지는 "나와 우리 팀이 3시즌 만에 봄 배구를 한다. 우리는 봄 배구를 길게 하고 싶다"고 챔피언결정전 진출 의욕을 드러내며 "연경이는 빨리 쉬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수지의 얼굴을 바라보던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맞대결을 앞둔) 기업은행 선수들이 긴장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응수했다.
둘은 '서로의 습관'을 폭로하기도 했다.
김수지는 "연경이는 경기가 잘 풀리면 그 기분을 동료들과 나눈다.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강하게 '파이팅'을 외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이다"라고 친구에게 찬사를 보내는 듯하더니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선전포고했다.
김연경은 "김수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입을 내밀고 인상을 쓴다"라고 폭로한 뒤 "김수지 선수에 관해선 말을 아끼겠다"고 덧붙여 폭소를 끌어냈다.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도 김연경과 김수지는 목소리를 낮춰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았다.
김연경에게 독설과 폭로를 섞은 농담을 주고받던 김수지도, 김연경이 어렵게 속내를 드러낼 때는 진지한 얼굴로 친구를 바라봤다.
흥국생명과 1년 계약을 하며 V리그로 복귀한 김연경은 "내가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빠진) 정규리그 막바지에는 우리 팀 경기력이 가장 떨어졌다"고 인정하면서도 "단기전은 다르다. 우리 흥국생명 선수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이 V리그 무대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것은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김연경은 2009년 4월 1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08-200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4세트 24-18에서 세터 이효희와 호흡을 맞춰 퀵 오픈을 성공했다. 2008-2009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한 득점이었다.
흥국생명은 3승 1패로 챔피언결정전을 끝냈고, 4차전에서 65.21%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33점을 올린 김연경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V리그를 평정한 김연경은 이후 일본, 터키, 중국 등 국외 무대에서 활약했다.
11년 만에 복귀한 올시즌 정규리그에서는 1위를 GS칼텍스에 내준 만큼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승부사 김연경의 승리욕은 뜨겁게 타오른다.
김수지는 친구 김연경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기업은행 센터'로 나서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흥국생명 공격수' 김연경 앞을 막아서야 한다.
짧게 설전을 벌인 김연경과 김수지는 서로를 뚫고,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