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칼텍스 센터 한수지(오른쪽)가 28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승리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
1월 15일에 발목 수술을 받은 한수지(32·GS칼텍스)는 의사의 만류에도 차상현(47) 감독에게 "챔피언결정전에 뛰고 싶다"고 했다.
차 감독은 "일단 뛸 기회를 주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1차전에서 웜업존에서만 머물렀던 한수지는 28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 2차전 1세트 24-21에서 코트를 밟았다.
여기까지는 '선배 예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차 감독은 한수지를 '전력감'으로 파악했다. 2세트에서는 한수지의 출전 시간이 늘었고, 15-10에서 상대 외국인 공격수 브루나 모라이스(등록명 브루나)의 후위 공격을 블로킹했다.
한수지는 3세트에서는 선발 출전했고, 세트 후반까지 코트를 지켰다.
이날 한수지는 블로킹과 서브 득점 한 개씩을 성공했다.
2득점은 한수지의 명성을 떠올리면 많은 점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수지를 지켜본 동료와 가족들에게는 무척 의미 있는 점수였다.
한수지는 2020-2021 정규리그가 반환점을 돌기도 전인 2020년 12월 19일 현대건설전 이후 코트에 서지 못하고 1월 15일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에는 포스트시즌 출전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한수지는 99일 만에 코트에 등장했고, 팀 동료와 함께 세트 스코어 3-0(25-21 25-20 25-16) 완승의 기쁨을 누렸다.
경기 뒤 만난 한수지는 "팀 동료들이 '긴장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던데 나는 정말 긴장했다. 감독님께서 이단 연결과 블로킹 사이를 좁히는 것에 관해 말씀하셨는데, 너무 긴장해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라고 웃었다.
그는 "수술을 집도하신 교수님이 '2주 뒤에 전력으로 점프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지만, 보호대의 도움을 받으면 경기 출장도 가능할 것 같았다"며 "훈련해 보니 통증도 크지 않았다. 부상당하기 전만큼은 아니지만, 몸 상태나 경기 감각은 괜찮은 편이다"라고 했다.
한수지는 세터로 뛰던 2011-2012시즌에 KGC인삼공사 세터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장신 세터'로 활약하던 한수지는 2016-2017시즌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한수지는 "센터로는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며 "통합 우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뭔가 해냈다'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한수지는 재활 중에도 경기장을 찾아 문명화, 문지윤 등 후배 센터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그는 "시즌 중반까지는 후배들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자책하곤 했는데 후반에는 서로 돕는 경기를 하더라"라며 "경기력도 확실히 좋아졌다. 후배들 덕에 챔피언결정전에 뛴다"고 고마워했다.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선배 한수지가 돌아오면서,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GS칼텍스 젊은 선수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팀 승리에도 훌륭한 조연 역할을 했다.
차상현 감독은 "그동안 한수지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더 코트에 설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기회를 주니, 베테랑 답게 잘해줬다"고 흐뭇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