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신시아 쿠퍼-다이크(맨 오른쪽) [미국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캡처] |
미국 여자 농구계에서 전설적 입지를 쌓은 농구인이 감독 시절 휘하 선수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포함한 가혹행위를 일삼아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래틱은 신시아 쿠퍼-다이크(59) 전 텍사스 서던 대학 여자농구팀 감독 휘하에 있던 선수들의 증언과 대학 자체 조사 기록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쿠퍼-다이크 전 감독은 텍사스 서던 대학 등 최소 3개 대학 선수들에게 2010년부터 노골적으로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비롯한 언어폭력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몸을 해칠 정도로 가혹한 체력 훈련을 체벌로 부과해왔다는 주장도 나온다.
농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그는 미국 여자 농구계에서 '전설'로 평가받는 여성 농구인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재학시절 1983년과 1984년 두 차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1988년에는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1997년부터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휴스턴 코메츠 소속으로 뛰며 2000년까지 팀의 네 차례 우승을 이끌며 4연속 파이널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최근에는 대학 감독으로 변신해 노스캐롤라이나대 월밍턴 캠퍼스(2010∼2012), 서던캘리포니아대(2013∼2017년)에 이어 2019년부터는 텍사스 서던대를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지난 3월 감독직에서 돌연 은퇴했다.
이 당시만 해도 특별한 은퇴 사유가 제시되지 않았는데, 이미 이런 의혹에 대한 대학 측의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가 은퇴하기 약 한 달 전인 2월 중순 텍사스 서던대는 연방 교육법인 '타이틀 나인'(Title IX) 조항을 토대로 그와 선수들의 접촉을 당분간 금했다.
타이틀 나인은 미국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는 모든 교육기관에서 성차별이나 성범죄 사안에는 수사기관의 개입 없이도 자체 조사로 용의자에 대한 처벌을 결정케 한 법률이다.
이에 따라 은퇴 당시에 이미 쿠퍼-다이크 전 감독은 선수들과 팀 연습 외에는 사적으로 전화, 문자, 이메일 등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대학은 후속 조치로 지난 4월 초 청문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그가 돌연 은퇴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 대학 정책상 퇴직한 이후에는 강제로 조사에 응하도록 요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 측 조사에 따르면 그는 하체 중량 운동을 하는 선수 뒤로 와서는 "엉덩이가 너무 크다"라면서 몸매를 품평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를 향해 성관계를 좋아할 것 같다는 식으로 비꼬는 발언을 했다.
쿠퍼-다이크 전 감독은 이후 줄곧 이 선수의 몸무게를 문제 삼으며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일삼았으며, 끝내 이 선수는 감독 앞에서는 음식도 먹지 못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 매체는 그를 거쳐 간 25명의 선수를 인터뷰해 그가 유사한 언행을 감독 생활 내내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그는 노스캐롤라이나대 월밍턴 캠퍼스 소속일 당시 일부 선수를 '매춘부'라고 호칭했으며 이름 대신 비속어로 부르기도 했다.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는 일부 선수들의 성생활을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다녔다는 증언도 있었다.
아울러 선수 생명을 갉아먹을 정도로 가혹한 체벌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3∼2014년 쿠퍼-다이크 전 감독에게 지도받은 타데시아 사우설은 "그 여자는 우리를 비하했고, 인간이 아닌 것처럼 대했다"면서 "내가 농구를 싫어하게 만든 인물"이라고 질색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쿠퍼-다이크 전 감독은 디애슬래틱에 "내 감독 생활 전체를 통틀어 코치로서, 멘토로서, 친구로서 선수들과 수없이 많은 교감을 나눠왔다"면서 부인했다.
이어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지만,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하고, 경기하고, 배워야 하는데 경기나 연습 중에 열의에 차서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을 한데는 깊이 후회하고 사과한다"고 덧붙였다.